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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없이 불법 부추기는 e메일 선거운동


 

"남들 다 하는데 안할 수도 없고, 하자니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나마나한 일이 되고…."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e메일 선거운동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부터 '길거리 유세'가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에 후보들은 사이버공간을 선거운동의 주무대로 삼고 있다.

그러나 후보들이 자신을 홍보를 하려고 해도 지역구 유권자들의 e메일 주소를 확보하기 힘들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를 틈타 이메일 주소를 대량수집하거나 발송을 대행하는 업체들이 각 후보자 사무실에 유혹의 손길을 내밀면서 선거법 위반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또 후보자들이 무차별로 전국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뿌리다보니 자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후보자의 이메일을 받은 유권자들에게는 짜증스런 스팸메일이 되고 있다.

◆ 이메일, 강력한 선거운동 수단

이번 총선에서 선거운동원은 3명 이상, 후보자가 동행할 땐 6명 이상 함께 다니며 유세나 연설을 할 수 없다. '기호○번 홍길동 후보'란 내용이 적힌 어깨띠도 총선 후보만 두를 수 있을 만큼 선거법이 엄격히 바뀌었다.

따라서 각 후보자는 자신의 홈페이지, 웹사이트 게시판, 이메일 등 사이버 선거운동 수단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권자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홈페이지나 게시판과 달리 이메일은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인 것이다.

이에 총선 후보자 사무실에선 이메일을 통한 선거운동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 선두와 격차가 벌어진 후보들의 경우 이메일 홍보로 만회를 하고자 전력을 쏟고 있다.

열린우리당 Y후보 사무실에서 사이버 선거운동을 담당하는 직원은 "현재 온라인 쪽에 40% 정도 비중을 두고 있다"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후보들간 이메일을 통한 비방이 난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지역별 유권자 메일리스트는 없고...

총선 후보들의 절박한 심리를 노린 불법 브로커들도 판을 치고 있다.

수천만개에 이르는 메일 주소를 판매한다거나, 홍보 메일 발송을 대행해 주겠다는 불법 업체들의 이메일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이들 업체는 "지역별로 확실하게 구분해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며 대놓고 위법성을 드러낸 채 후보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한나라당 K후보 사무실에선 "대량 메일 리스트를 판다거나, 하루 200만개의 메일을 발송할 수 있다는 등 업체로부터 협상 요청을 서너 번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당 Y후보의 선거운동원도 "우리 후보 지역구 유권자들의 메일 주소로 이뤄진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며 접촉을 시도하는 업체도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K후보는 "최근 정치 브로커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그는 지역구민의 이메일 주소와 휴대폰 번호를 확보했다며 이메일을 보내거나 문자로 선거 홍보를 도와주는데 한 명당 100원을 달라고 했다"며 "내 지역구가 18만명인데 3~4번 보내면 3천~4천만원이 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메일 마케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유권자 이메일 리스트를 구하려는 국회의원 선거 후보들이 많다"며 "현재 정당 두 곳에 제안서를 제출했고 개별적으로 계약을 한 후보자도 더러 있다"고 말헀다.

이 회사의 제품을 설치하면 이메일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주소의 오자를 수정해주거나, 메일 서버에 수시로 접근해 수신가능 여부를 체크해 도달률을 높일 수 있다. 프로그램을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700만원∼1천만원.

그는 그러나, "이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이메일 주소를 지역별로 구분할 수는 없다"며 "지역별로 구분된 메일 주소를 판매하는 것은 당연히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된다"며 후보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 무차별적인 이메일 발송은 역효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선거운동 이메일을 뿌려봤자 효과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또 불법적인 수단을 이용하거나 브로커를 접촉을 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피'를 볼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스팸메일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네티즌에게 전혀 상관없는 타 지역구의 선거운동 메일이 배달되면 짜증만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무소속 B후보 사무실에서 이메일 선거운동을 담당하는 직원은 "웹사이트에서 '○○시' 또는 '○○구'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서 메일 주소를 찾아보지만 이마저도 다른 지역 사람들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런 식으로 어렵게 메일 주소를 뽑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보내면 하루에 불과 50통 정도밖에 보내지 못한다"며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지 알 수도 없지만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냐"며 하소연했다.

각 후보자 사무실에선 '메일 주소 추출기'를 이용한 대량 수집이나, 이메일 발송 대행업체를 통한 선거운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발뺌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가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것.

그러나 2002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인터넷을 통한 홍보 관련 업체에서 일했다는 A씨는 "100만원∼25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대량 메일주소를 구입하는 후보들이 꽤 많았다"고 밝혔다.

◆자동수집기를 이용하면 선거법 위반

'선거운동 정보'를 담은 메일들이 대량으로 발송되면서 각종 불법행위도 난무하고 있다.

이메일 선거운동시 나타나는 대표적인 선거법 위반 사례가 자동 수집기나 생성기를 통한 무작위 메일 주소 추출행위다.

일단 지역구 유권자의 것이든 아니든 대량으로 모아서 발송하면 도달률이 높아질 것이란 생각에서 불법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또 선거법상 선거운동 정보를 담은 이메일에는 '수신거부'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메일 주소를 추출한 장소도 적시해야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메일 제목에 '[선거운동 정보]'라는 표시가 빠지거나, 수신거부를 했음에도 계속해서 같은 메일이 날아오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L후보 사무실에선 "초선 의원에 도전하는 후보라 선거법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H후보측의 경우 출처를 밝히지 않은 홍보 메일을 보내고도 "원칙을 확실히 지켰는데 왜 따지느냐"며 "취재에 응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과민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웹을 통해 이메일을 수집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동 수집·발송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메일 안에 선거법이 규정하는 여러 사항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 그에 상응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메일 선거운동 보완책 마련 시급

이메일 선거운동에 대한 선관위의 엄한 규정에 대해 후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가뜩이나 효과도 떨어지는데, 너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다보니 차라리 손을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열린우리당 J후보는 "후보자의 이메일 홍보 활동은 돈 안드는 선거를 만들고, 유권자들과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점 등 장점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선관위가 규제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지역구별로 유권자의 메일 주소를 후보에게 배분하는 등 이메일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인들이 불법적인 수단에 의존하지 않고도 유권자들과 이메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물론 이 경우에도 유권자들의 이메일 개인정보는 보호되고, 원하지 않는 정치인의 이메일은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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