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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사이버 격전지-5] 홍사덕 vs 한명숙


 

17대 총선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구 가운데 하나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 갑이다. 이 곳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한나라당 홍사덕 후보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총선이 제2의 대선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또 탄핵에 결정적 역할은 한 사람이 홍 후보다. 그래서 이에 대한 지역구민의 평가가 주목되는 것이다.

굳이 탄핵 정국이 아니었더라도, 일산 갑의 대결은 후보의 면면을 볼 때, 전국 243개 지역구 가운데 중량감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 곳이다.

민주당에서는 정범구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박태우 일산경제연구소장을 출전시켰으나 두 후보에 비하면 역부족으로 보인다.

[핫이슈] 탄핵 평가 피할 수 없을 듯

총선은 지역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이지만, 특히 일산 갑에서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평가가 최대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가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탄핵 소추안 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최후까지 탄핵안은 '구국적 결단'이었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한 후보 쪽에서는 이에 대한 공격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두 의원 홈페이지가 잘 반영하고 있다.

홍 후보는 최근 홈페이지(www.saduk.net)를 선거용으로 단장했다.

하지만 새로 단장하자마자 '탄핵'과 '이라크 참전 약속' 문제 때문에 게시판이 홍역을 앓고 있다. '홍사덕 후보님의 건승을 빌면서'(배유현 고양포럼회장)처럼 홍 후보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글도 물론 있지만, 비판과 원색적인 비난의 글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홍의원! 관리자를 짜르던지 홈을 폐쇄하세요'(지지자)란 지지자 글이 오를 정도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홈페이지(www.happyhan.or.kr) '토론마당' 코너에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한 사유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고 생각하십니까?' 주제를 올려 탄핵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탄핵은 지지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MBC의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후보(44.5%)가 홍 후보(27.5%)를 크게 앞지르고 있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지역정책] 두 후보 모두 추상적

두 후보 홈페이지는 모두 지역 정책이 부실한 편. 그동안 지역보다 중앙에서 더 큰 역할을 맡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홍 후보는 4가지 공약을 했는데, 그 첫 번째는 '저의 명예를 지켜 저를 뽑아준 사람들의 명예를 지키겠습니다'고 쓰고 있다. 특히 이를 '불변의 공약 1호'로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또 '청소년과 홍사덕의 한 여름밤 대화를 갖겠습니다', '법과 제도에 더 많은 사랑을 담겠습니다', '일산을 각종 국제 회의와 국제 행사 등 굴뚝없는 고부가 산업의 상징 도시가 되도록 거들겠습니다' 등이 나머지 공약이다. 추상적으로 들리는 지역 공약이다.

한 후보의 경우도 지역 정책에서는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선거를 앞두고 최근에야 홈페이지를 오픈한 탓인지 지역 정책을 담을 것으로 보이는 '일산 이야기' 코너는 아직까지 볼 게 별로 없다. '문화 환경의 도시, 살기 좋은 일산을 만들기 위해 한명숙 예비 후보가 드리는 약속의 공간입니다.'라는 구절만 뎅그라니 있다. 대신 중앙의 '정책 비전'을 싣고 있다.

결국 두 후보의 지역 정책은 아직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단지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두 후보 모두 일산 갑의 지역 문제를 차근차근 고민하기에는 준비가 덜 됐다고도 볼 수 있는 것.

이는 두 후보의 대결이 '탄핵 대리전'의 성격이 띠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싸움터가 일산 갑이 된 것이고.

[이미지] 카리스마와 부드러움

문화일보는 최근 '화제의 선거구'라는 시리즈 기사를 쓰면서 홍 후보와 한 후보의 대결을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이 맞부딪치면….'이라고 썼다. 최근 탄핵 정국에서 보인 홍 후보의 강한 모습과 한 후보의 후덕한 이미지를 연상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이런 이미지가 선거에 통용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만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또 홍 후보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은 이런 이미지에 대해 고개를 젓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탄핵 소추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홍 후보는 원내 대표로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선보인 게 사실이지만, 이전 5선(選)의 저력은 카리스마보다 '합리'와 '부드러움'이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듯하다. 그래서 쇠잔한 한나라당의 현실이 합리주의자인 그를 '전사'로 만들었다고 보는 게 맞다.

그 스스로도 '중용(中庸)의 리더쉽'을 강조하고 있다.

한 후보 또한 후덕한 외모를 품성 가졌지만, 그 이미지로만 단정할 수 없다. 그의 홈페이지 타이틀은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다. 그는 또 '변화란 생각이 아니고 행동입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를 발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이란 철학과 저서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기도하다. 그래서 외유내강(外柔內剛)이라 보는 게 현실적이다.

두 후보 다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이 섞여있는 것이다.

[삶] 탄탄대로와 가시밭길

홍 후보의 5선 의원기

졸업 이후 중앙일보 기자가 된 뒤, 동경제대 출신으로 농림장관까지 지낸 장인을 모시게 될 만큼, 세속적으로 볼 때, 결혼도 잘 했다.

그후 민한당 공천을 받아 정계에 입문했고, 84년 DJ와 YS가 새로 만든 신한민주당 대변인을 맡으며 유명세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 해 총선에서 이태섭씨에게 지는 쓰라림도 겪는다.

홍 후보는 홈페이지에 올린 '나의 일생'이란 코너를 통해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놀랍게도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는 문화공보부장관을 맡아 달라는 제의가 오기도 했다. 당시 정무수석이었던 최병렬 전 서울시장이 메신저였는데 나는 "야당이 집권하는데 이바지하고 싶다"는 말로 사양했다. 사양은 했지만, 노태우 대통령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 전 대표와의 첫 인연이다.

홍 후보는 그 이후 97년 7월 YS의 부름을 받고 정무장관을 지냈으며, 13대만을 빼고 11대 ~ 16대까지 내리 다섯 번 의원이 됐다.

유신독재의 피해자 한 후보

한 후보가 홈페이지 '나의 삶, 나의 꿈' 코너를 통해 그와 그의 남편이 왜 감옥살이를 했는 지에 대해 자세히 밝혀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코너를 통해 남편과 대학 때 만났다고 회고한다. 4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그의 밝힌 회고담을 잠시 들어보자. "(남편은) 지금은 버젓이 출판되어 읽히는 '자본론'이라는 책을 친구에게 빌려 읽었다는 등의 이유가 죄목이었습니다. 당시 스물네 살 새색시였던 나는 멋모르고 옥바라지에 나섰습니다. 그것이 13년이나 긴 시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옥중 생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 후보는 남편의 옥바라지를 하다, 소외 계층을 보게 됐고, 이들을 위한 활동을 벌이다가 그마저 2년 6개월 동안 감옥 생활을 해야 했다. 서슬퍼렇던 박정희 독재의 피해자인 것이다.

그런 전력 때문인지 한 후보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경쟁자인 홍사덕 후보보다 '한명숙 vs 박근혜'(하찬호)라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한 후보와 남편은 출감한 뒤 각각 일본과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한 후보는 귀국한 뒤 모교인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 강사를 시작으로, 한국여성단체연합 가족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한국여성민우회 회장,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서울토론회 실행위원 등을 맡으며 여성 문제에 큰 관심을 갖는다. 그 뒤 DJ에게 발탁돼 16대에 국회에 진입하고 초대 여성부장관이 된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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