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는 신동빈 "2016년까지 경영서 실질적 권한 없었다"


"절대 권위 신격호, 그룹서 모든 결정 권한 가져"…재판부에 선처 호소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자신의 구속으로 롯데그룹이 위기에 처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또 자신은 2016년까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그늘에 가려 어떤 경영적 판단도 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22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 심리로 열린 신 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 13차 공판에서 신 회장은 "아버지인 신 명예회장은 그룹 안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있어 어느 누구도 그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분위기였다"며 "법조계 출신자가 그룹에 거의 없었던 시절에는 아버지가 모든 결정 권한을 다 가지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30대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아버지를 닮고 싶은 경영인, 엄격한 스승으로 가깝게 모셔오다가 2011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지만 실질적 권한은 (2016년까지) 제게 없었다"며 "날마다 하루 2번씩 그룹 계열사 대표들이 아버지에게 업무보고 할 때마다 함께 참석해 얘기만 들었을 뿐 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 신규 특허취득 등 경영 현안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 상당을 지원하는 등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으며, 70억원도 추징했다.

더불어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권을 신격호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신영자 전 이사장에게 몰아준 배임 혐의, 서 씨와 서 씨 딸 신유미 씨에 대해 '공짜 급여'를 지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롯데기공 끼워넣기, 롯데피에스넷 지분 인수 관련 배임 혐의도 있지만 1심에서는 '경영상 판단'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신 회장에게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신 회장은 "항소심 거의 막바지인 만큼 저의 절박한 마음과 진심으로 제 입장을 말하고 싶었다"며 "재판부에서 재판받는 피고인 입장에서 반성하지 않고 불평한다고 생각할까봐 걱정했지만 직접 제 상황을 얘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신 회장은 "아버지인 신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롯데를 창업해 한국에서는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그룹 사업을 크게 일궈왔다"며 "2013년 말 아버지가 욕조에서 넘어진 후 급격하게 건강이 악화됐고, 2015년 경영권 분쟁 사태를 맞은 후 일본 기업 논란 등으로 그룹 최대 위기 상황을 맞아 힘들었다"고 소회했다.

이어 "아버지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했을까 생각하면서 현명하게 극복해보려 했지만 저는 아직 모자라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가족과 임직원 소유가 아닌 공공재라고 여기고 기업 상장을 통해 국민 기업이 되도록 노력했지만, 자신의 재판으로 그룹의 여러 사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히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신 회장은 "저의 구속으로 그룹 임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고, 특히 중국에서는 사드 문제로 철수까지 하는 등 그룹이 전반적으로 큰 위기에 처해있다"며 "이런 상황까지 와서 제 마음에 후회와 아쉬움이 많지만 제 불참이라고 생각해 자성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기업 상장을 통해 사회를 위한 기업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고, 경영자는 주주의 위임을 받아 주주와 기업, 사회에 속한 일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며 "그룹 경영에 책임지고 결정할 수 있게 된 2016년에 그룹에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또 신 회장은 "1997~1998년 아시아 경제 위기 후 롯데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잘못된 것을 바로 잡지 못한 점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과거 문제를 하나씩 개선하고 좋은 기업 문화 만들어 롯데가 다시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가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간곡하게 요청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이달 29일 오후 신 회장과 신격호 명예회장 등 롯데 일가 사건 심리를 마무리 짓기 위해 결심 공판을 진행한다. 검찰은 신 회장을 포함한 롯데 일가에 대한 구형량 등 최종 의견을 밝히고, 변호인단도 최종 변론을 할 예정이다. 2심 선고는 이르면 오는 10월 첫째 주에 내려질 전망이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