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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공무원의 정치활동, 어떻게 볼 것인가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 문제가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전국공무원노조(이하 전공노)가 대통령 탄핵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23일 전공노가 대의원 대회에서 민주노동당 지지를 결의했기 때문이다.

전공노는 충북 청주시민회관에서 정기 전국대의원 대회를 열고, '민주노동당 후보를 중심으로 한 개혁진보 성향의 후보를 지역단위로 지지하고 정당명부비례대표제 투표를 전국화사업으로 진행한다'는 안을 통과시켰다.

전공노는 13만명의 조합원을 갖고 있다. 투표에는 전체 대의원 671명중 350명이 참가했다.

이날 결정은 고건 권한대행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공무원의 엄정 중립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또 중앙선관위가 전공노.전교조에 "선거법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는 협조요청공문을 보낸 날 이뤄졌다.

왜 공무원들은 잇따른 '경고'에도 불구하고, 특정정당 지지를 발표하게 됐을까.

정용해 전공노 대변인(실장)은 "우리가 민노당을 지지한 것은 선언적인 의미이며, 공무원으로서의 업무상 정치적 중립의무를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약관에 공무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한 정당은 민주노동당 뿐인데,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선거시기 '심판' 역할을 하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나 언론 뿐 아니라 조합원 일부도 "탄핵반대 성명은 이해할 수 있지만, 특정정당지지는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며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은 "현행법의 공무원 정치활동 금지 조항은 시대 변화에 맞게 해외사례를 참조해서 손질돼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학계에서도 '공무원의 정치적 입장 발표'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어긴 것인지 헌법상 참정권과 표현의자유를 침해한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정당 지지발표,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대세

전공노가 민노당 지지를 천명하자 정부와 언론에서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 대세다. 현행법상 위배되고, 공정한 선거관리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공무원 노조의 특정정당 지지 선언은 헌법,국가공무원법, 선거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정면으로 배치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는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아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기 위해 (이들에 대해) 엄정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도 기사와 사설을 통해 "총선을 20여일 앞둔 시점에서 공무원 단체가 중립 논란에 휩싸이면 안된다"며 정부 방침을 지지하고 있다.

여기엔 현행법상 위법이라는 지적을 넘어,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공노 시흥지지부 게시판에 한 조합원은 "공무원은 나름대로 정치적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국민의 한사람이기 이전에 국민전체를 위한 봉사자임을 잊어선 안된다"고 적었다.

김태일 라이브이즈닷컴 대표는 "원칙적으로 보면 공무원도 정치적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의 발언을 갖고도 논란인 상황에서 너무 앞서나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공노-민노당, 정치적 발언과 업무상 중립은 별개

반면 전공노와 민노당은 이번 지지 입장 발표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곧 선거시기 관건선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 오히려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한 현행법을 바꿔, 선거시기 '심판' 역할을 해하지 않는 범위라면 일정정도의 정치 참여는 보장해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용해 전공노 대변인은 "우리가 민노당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더라도 개별 공무원들에게 민노당원에 가입하라거나 선거운동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정진 민노당 변호사는 "전공노의 지지발언은 과거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무시하고 관건선거에 동원됐던 것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며 "현행법에 위반되는 것은 사실이나, 현행법에서 모든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봉사자란 명목으로 공무원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초과 규제"라고 주장했다.

또 "선진국처럼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주는 정치활동만 규제하는 쪽으로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당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은 원칙적으로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당원가입은 물론 사직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마도 가능하다.

미국은 연방공무원에게는 공개적인 후보지지 의사표시, 정치자금 기부 참여 등을 허용하고 있으며, 주와 지방공무원에게는 정치현안에 대한 의견개시, 정당활동 참여, 특정정당후보를 위한 선거운동도 가능하다.

영국은 하위직에게는 정치활동을 완전히 보장하고 있으며, 중간직은 국회의원 출마는 금지하고 다른 활동은 기관장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고위직은 정당가입은 인정하나 그 외 활동은 안된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전공노는 23일 전국대의원 대회 결정과 관련, 시도지부와 조합원에 상세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곧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학계 논란..차분한 논의가 중요하다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과 공무원법 등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임지봉 건국대 교수(헌법학)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일괄적으로 전면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재호 충남대 교수(행정법)는 “헌법 제7조에 따라,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선거법이나 국가공무원법은 위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전공노의 특정정당 지지발표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번 총선에서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정부의 엄정대처 방침에 따라 전공노 간부들은 징계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발표를 '성급하다'는 것으로만 몰아붙일 수만 없는 것은, '관건선거' 악몽에 시달려온 우리사회에서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해 차분히 논의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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