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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사이버 격전지-4] 이해찬 vs 김철수


 

''배신자'끼리의 싸움 속에서 틈새를 노려라.'

4·15총선 서울 관악을 표심 경쟁 형세가 흥미롭다. 열린우리당 이해찬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유종필 후보가 서로를 '배신자'로 몰아붙이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김철수 후보와 민노당 신장식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 민주당 유 후보는 옛 민주당의 분열을 초래하고 신당 창당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이 후보를 '배신자'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 입장에선 지난 대선 때 노 캠프에서 한솥밥을 먹다가 '반노' 세력의 대표자로 등을 돌린 유 후보야말로 '진짜' 배신자라고 공격하고 있다.

유 후보는 대통령선거 기간중 노 후보의 대변인을, 이 의원은 노 캠프 기획본부장을 맡았었다.

두 후보의 설전 속에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는 김철수 양지병원장은 약 30년 동안 지역복지에 힘써온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신장식 후보는 민주노동당의 깨끗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서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한판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탄핵 역풍으로 현재까지 여론 향배는 이 후보 쪽으로 기울고 있다.

◆탄핵정국속 지역 현안 토론 부재

네 후보의 홈페이지는 '싸움터'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예전과 같이 정책과 공약을 텍스트 위주로 덕지덕지 붙여 놨다가는 젊은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

우리당 이해찬 후보(www.lhc21c.com)는 정감 있는 파스텔 톤의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깨끗한 정치실현'을 정문에 내걸었다. 이 의원의 말대로 "4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한 번도 정치자금과 관련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점을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워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정치자금의 투명화', '지역주의 극복' 등 정치신조는 인사말에서 자세히 소개했다.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할 구태의연한 정보들은 과감히 생략해 버린 것이 눈이 띈다. 대신 '온라인 신문고', '정책건의', '자유게시판' 등 다양한 참여마당을 마련해 놓았다.

아직까지 여기저기 텅 비어있는 코너들이 눈에 띄고, 관악구민을 위한 정책이나 지역소식을 미진하게 다뤘다는 게 아쉬운 점. 이 후보 홈페이지에서 '관악구민'이란 이는 "솔직히 이번에도 이해찬씨를 뽑아야하나 고민했었습니다. 당내에서의 활동은 충분히 훌륭했으나 관악구를 위해 한 일은 적어도 제 기준으론 미흡했기 때문입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 게시판 민심을 둘러보면 이번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역풍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음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관악구민'씨는 "작금의 사태를 보고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줘야만 한다는 당위성이 생겼습니다"라며 글을 마쳤다. 또 "머릿수에 밀려 당한 일 우리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겠습니다" "의회쿠데타를 보면서 마음을 정했습니다"라는 등의 글도 최근 사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유종필 후보(www.yoojp.com)는 역시 '젊은 이미지'를 홈페이지 대문에 표출해 놓았다. '필(Feel)이 온다'는 문구와 함께 역동적인 플래시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유 후보의 홈페이지에선 유독 '종이학'이 눈에 띈다. '종이학 편지', '종이학의 약속' 등 코너가 보이고 각 메뉴들도 종이학의 날개를 연상케 하는 유선형 바탕에 늘어놓고 있다. 희망을 상징하는 종이학, 1천 번을 접는(종이학 1천 마리를 접어 선물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정성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프로필 코너도 색다르다. '유종필'에 대한 궁금증을 100문100답으로 풀어주고 있는 것. 질문은 물론 유권자나 네티즌들이 하는 것이다.

본 받고자 하는 정치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순형 민주당 대표("제2의 'Mr.쓴소리'가 되고 싶다")를 꼽았다. 좋아하는 여가수는 빅마마와 이효리("듣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라고.

지역구에 대한 정책이나 구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은 역시 지적대상이다. '신림사람들' 코너엔 '탄핵정국'이나 '이해찬 파병 찬성' 같이 어울리지 않는 글들이 섞여있고, 지역구 커뮤니티는 아직 '공사중'이다.

자유게시판에는 탄핵에 대한 비판론자들과 유 대변인 지지자들 간 논쟁이 한창이다. 그 가운데 "정치인은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며 "대나무보다 바람이 불면 누웠다가 일어나는 잡초가 되라('나그네')"는 애정 어린 충고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유 후보는 '종이학의 편지'라는 코너를 통해 "해야할 일이 너무 많고, 바꾸고 싶은 것도 많다"는 등의 글을 통해 간간이 화답하고 있다.

◆ 한나라, 민노당 후보…2, 3위 달려

김철수 후보(www.kimcs.or.kr)는 뭉개 구름과 자신의 캐리커처로 마치 초등학생 홈페이지처럼 소박한 느낌을 던져준다. 아직까지 정치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지 않는 그가 내세우는 건 '관악사랑'과 '때묻지 않은 깨끗한 정치'. 관악구에서 30년이 넘도록 이웃의 아픔을 치료해왔다는 게 바탕이 되고 있다.

'관악 사랑' 코너를 통해 지역구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나아가 문제점과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복지·문화 부분의 '열등생' 관악구를 '우등생'으로 향상시키고, 재개발 추진에도 매진하겠다"는 뜻을 그곳에 담아두고 있다.

이런 김 후보에 대한 게시판 여론은 냉담 그 자체. 김 후보는 노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젠 양지병원에 안가겠다"고 떼를 쓰는 유권자들도 생길 정도.

그래도 김 후보를 비롯해 지구당 직원들은 네티즌들의 글 하나하나에 꼼꼼히 답글을 달아주고 있다. 다른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글에도 "노골적으로 타후보 지지하는 글을 올리시다니 저희 홈피가 두렵지 않으십니까?^^"하며 여유 있게 받아쳐 준다. 이러한 정성 때문인지 네 후보 홈페이지 중 김 후보의 자유게시판에 가장 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민노당 신장식 후보(www.jangsik.org)의 홈페이지에서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 오른다. 삶의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놓았고, 요즘 일상은 '신장식의 희망일기'에서 매일매일 보여주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에 화답하며 자유게시판은 물론 '한줄 쪽지'를 통해 계속해서 응원을 보내고 있다. 신 후보가 추구하는 '행복한 관악구'의 한 단면을 사이버 상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

신 후보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영상 메시지'로 자신을 소개하기도 하고, "팔불출이 되어도 좋다"며 아내와 딸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 가운데 관악구 철거민대책위원회 활동, 관악실업극복운동본부 정책실장 등 구민을 아껴온 여러 경력을 소개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신 후보는 또 지역구를 위한 정책과 대안을 가장 명확히 제시해 보여주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관악구의 문제점을 '행복 팜플렛' 코너를 통해 집중 조명했다. '학교 급식'과 '강남순환도록 건설' 문제에 대한 현황과 해결책을 사진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신 후보의 홈페이지 게시판은 혼란스런 탄핵 정국에도 불구하고 잔잔한 이야기들로 소복소복 쌓이고 있다. 신 후보는 "오늘 저를 알아보고 응원해주시는 유권자에게 V자를 그려드렸지요"라고 일기를 남기고, 유권자는 "'큰 바위 얼굴' 후보님, 노동자와 서민을 생각하며 힘내세요"라며 게시판에서 화답한다.

그 가운데 "우리당 vs 한·민당 구도로 총선이 진행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곳에 민초들의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사람들이 깨달았으면…"하는 우려 섞인 글도 간간이 눈에 띈다.

◆탄핵 역풍으로 이해찬 독주

이해찬 후보와 유종필 후보는 일찌감치 지역구 후보로 확정되면서 여러 언론들이 '친노'와 '반노', '4선의 경륜'과 '새인물론', '배신자'와 '기회주의자' 등의 대립 코드로 두 후보에 집중 조명을 보냈다.

그러나 구민들의 표심은 두 후보에 집중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국이 탄핵국면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기 전인 3월 초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가 선두(24%)를 달렸고, 유 후보는 8.8%로 4위에 머물렀다. 오히려 김철수 후보(16.1%)와 신장식 후보(9%)가 2, 3위를 달리고 있다. 언론의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특히 탄핵 역풍 이후 이 후보로 표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까지 이후보가 독주하고 있는 형국에서 어떤 변수가 돌출할 지 주목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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