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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진 e스포츠]주도권 빼앗긴 e스포츠 종주국③


美·中과 시장 규모·자본력 격차…전문가들 "맞춤형 대응책 필요"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2004년 7월 17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 10만 명의 관중이 몰렸다. 당시 국민적인 인기를 누린 스타크래프트 결승전을 보기 위해서다. 한국 e스포츠 역사상 가장 많은 관중이 모였던 이날은 지금까지도 e스포츠 업계에 '광안리 10만 대첩 신화'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이는 당시 한국 e스포츠의 전성기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이런 풍경은 옛말이 됐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e스포츠 시장을 이끌던 한국은 사실상 현재 주도권을 미국과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빼앗긴 형국이다. 뛰어난 선수층을 바탕으로 아직까지 종주국 타이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허울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총평이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규모와 자본력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벌어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텐센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e스포츠 시장은 2억 5천800만 달러(약 2천906억원)의 매출을 올린 미국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1억 400만 달러(약 1천171억원)로 2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 e스포츠 시장 매출은 4천900만 달러(약 552억원)에 그쳤다. 미국의 20% 수준, 중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수익 잠재력과 시장 포화상태까지 고려하면 한국은 향후 매출이 늘어날 여지마저 이들 국가보다 낮다는 진단이 나온다.

프로선수들이 한국 리그를 떠나는 이른바 '엑소더스'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년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e스포츠 프로 선수들은 전체의 76.5%에 달한다. 진출 선호 지역은 북미가 92.3%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중국이 이었다. 인재 유출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과거 한국 e스포츠협회가 주도했던 e스포츠 리그들이 해외 종목사들을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국내 업계 영향력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라이엇게임즈 등 해외 종목사들이 유명 게임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쥐게 된 가운데 한국은 전 세계에서 통하는 이렇다 할 국산 종목을 배출하는데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게임사인 펍지주식회사가 글로벌 흥행작 '배틀그라운드'를 세계적인 e스포츠 인기 종목으로 정착시키겠다는 포부로 리그 창설에 나섰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 관람성과 경기방식, 버그 등 잇단 문제점들이 지적되면서 매끄러운 정착에는 빨간불까지 켜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인구 수가 많고 시장 규모가 큰 미국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현상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 진단한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는 "유관 산업이 선진화돼 있고 시스템적으로 발전돼 있는 미국이나 대규모 소비가 일어나는 중국 같은 국가들이 e스포츠 관련 리더십을 갖게된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이들 국가들이 앞으로도 헤게모니를 쥐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e스포츠가 산업적으로 일종의 머니게임으로 가고 있는 와중에 한국은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고 있다"며 "한국은 그동안 우위를 점하고 있던 것들을 잃어버리기 직전"이라고 평가했다.

대신 전문가들은 시장 규모 및 자본 크기가 다른 상황에서 이들 요소로 경쟁하기 보다는 시장의 차이를 이해하고 다양한 맞춤형 대응에 나서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전반에 깔린 부정적인 인식과 규제 등도 바꿔나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2011년부터 시행된 게임 셧다운제와 2012년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동일하게 규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4대 중독법' 등도 대표적인 예.

실제로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내에서는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e스포츠협회의 리더십 부재 역시 개선이 시급한 사안으로 꼽힌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성명을 통해 "한국e스포츠협회는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단체"라며 장기 공석이 된 e스포츠협회장 자리에 정부 차원에서의 인재 선임 등 빠른 정상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나리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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