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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치닫는 '철강 쿼터' 치킨게임…9개 품목 이미 소진


쿼터 배분 문제 놓고 업체간 이견차, 11일 쿼터 배분 문제 결정할 듯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철강업계의 미국향 수출 쿼터를 놓고 펼치는 치킨게임이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국내 철강업체들이 쿼터 문제를 사전에 조율하지 않고 각자의 이익만을 위해 미국향 수출을 늘렸다가 결국 철강 품목 54개 중 9개가 쿼터 최대치에 도달, 추가 수출이 불가능해졌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쿼터를 올 1월부터 소급 적용할 수 있어 업체간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철강업체들은 다른 업체 모두 미국향 수출을 늘리는 판국에 수출을 줄이면 자칫 자신만 손해를 볼 수 있다며 너도나도 수출을 늘렸다.

그 결과는 국내 철강업계 모두의 피해로 돌아오게 됐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 제품 쿼터를 소급적용키로 하면서 철강 품목 54개 중 9개가 이미 쿼터 최대치에 도달했다. 국내 철강사의 올해 1~4월 대미 철강 수출량이 쿼터의 34.6% 가량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확장법 232조' 포고문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 통관절차를 최근 공지했다. CBP는 54개 철강 품목별로 쿼터 수량을 명시하고 총 54개 품목 중 9개에 쿼터를 채웠다며 수입 불가 통보를 내렸다.

파일용 강관은 할당된 4천807톤을, 방향성 전기강판도 7천505톤 쿼터를 모두 소진했다. 스테인리스 냉연(쿼터 1천649톤), 스테인리스 주단강 잉곳(215톤), 스테인리스 평철 선재 및 비정형제품(3만2천914톤), 봉형강류중 앵글과 섹션 일부 제품(1천150톤), 공구강(849톤)도 올해 더 수출하지 못한다.

철강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 면제 대상국 지위를 받기 위해 쿼터를 양보했지만, 정작 미국 정부가 쿼터도 대폭 축소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각 기업도 일단 쿼터 발동 직전까지 최대한 수출하자고 해서 수출량을 늘렸다가 사달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이 수출 집계일을 1월로 소급하겠다는 발표 직전까지 이달 1일부터 수출물량을 집계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9개 품목의 연간 쿼터 물량은 4만9천톤"이라며 "2개는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미국에 수출하지 않아 쿼터 물량이 없는 품목이며 7개도 우리 주력 수출품은 아니다"고 말했다.

◆쿼터 배분 협의 진행 중…"쿼터 배분 결정 안 돼"

더 큰 문제는 업체간 쿼터 배분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철강협회는 오는 9일 산업부와 수출 쿼터 협의를 진행한 후 11일 업체별 쿼터를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체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리면서 여전히 쿼터 배분이 확실히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각 철강사별 쿼터문제는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충분한 회의를 거듭해 오고 있다"며 "52개의 품목을 두고 릴레이 회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쿼터 배분이 확실하게 결정된 품목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강관류를 놓고 주요 업체들의 입장차가 심한 상태다. 강관류는 지난해 수출량 203만톤의 51% 수준인 104만톤만 무관세로 수출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세아제강과 현대제철, 휴스틸, 넥스틸 등 주요 업체들은 이미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은 상황에 쿼터까지 양보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결국 철강협회와 정부가 오는 11일 업체별 쿼터를 확정해 발표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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