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 '북으로 간 메일, 남으로 온 메일'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은 2일 홈페이지에 '북으로 간 메일, 남으로 온 메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북한에 대한 섭섭함을 전하기 위해서다.

보도된 대로 박 의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주패 사태'의 한 당사자로서 중재에 나서기 위해 지난 1월 28일 이후 3차례에 걸쳐 주패의 북쪽 관리회사인 조선복권합영회사(이하 조복)에 이메일을 보냈다.

박 의원이 도박 사이트를 문제삼은 것은 맞지만, 남북 사이의 인터넷 교류를 반대할 뜻은 없고, 오히려 적극 권장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또 '주패 사태' 해결을 위해 중재에 나서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조복은 1일 보내온 답신에서 "박 의원 진의를 우려(의심)한다"며 "먼저 거짓말한 것부터 사과하라"고 요구하였다. 조복은 특히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자사 홈페이지 및 박 의원 홈페이지에도 공개하였다.

조복은 박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때 "월 40만 달러가 주패에 입금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거짓말"이라며 "공개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2일 박 의원 쪽이 다시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몰래 보낸 화해편지 또는 연애편지를 상대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세상에 공개해 버린 무정한 임을 대하는 느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박 의원 쪽은 그러면서 "(이는)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도정에서 일어난 가벼운 해프닝으로 이해한다"며 "어찌되었든, 메일이 가고 그에 대한 답이 온 이상, 출발은 한 셈"이라며 인터넷 남북교류에 지지 입장을 밝히었다.

그런데, 기자는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 사건이 남북관계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켰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반백년 이상 갈라져 살아 온 남과 북은 서로에 대한 전문가가 극히 적다. 전문가가 적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적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오해가 쌓인다. 곧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남북 사이에는 첫째도 대화요, 둘째도 대화요, 오로지 대화가 제1의 덕목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남북관계의 최대 특성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박 의원과 조복의 갈등 원인도 대화부족 때문이었다. (남북은 어법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동문서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놓고는 대화를 했다고 서로 우기게 된다. 그러나 대화는 독백이 아니라 둘이서 하는 거다.)

이 사건에 대해 박 의원 쪽은 '(사랑싸움후) 화해편지 또는 연애편지'라고 말하지만, 조복에서는 '혼인빙자 강간'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이번 '메일 해프닝'의 진상이라고 봐야 한다.

다행인 것은 조복이 답신을 보내온 것으로 봐, 대화 의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형식의 문제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박 의원 쪽과 대화를 재개한 것이고), 박 의원 쪽도 조복이 보내 온 쌀쌀맞은 메일 때문에 망신을 당하였지만, 그래도 "출발은 한 것"이라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점이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양자 사이에 커다란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문제는 지금이나 그때나 입을 꽁꽁 닫고 있는 통일부다.

'주패 사태'가 일어난 뒤 조복은 여러 차례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해법을 찾자고 통일부에 주문하였지만, 통일부는 매번 '(시정)명령'만 했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박 의원한테 기대를 걸고 싶은 것이다. 이제 중재를 하겠다고 나선 만큼, '진심으로 지칠 줄 모르는 중재 노력'을 보여 달라고 말이다.

박 의원 또한 '사이버 원 코리아'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으로 간 메일, 남으로 온 메일' 전문

지난 1월 28일 통일부로부터 '남북주민접촉' 승인 통보가 있은 후, 북한의 조선복권합영회사로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종헌 보좌관 명의로 된 이 메일에는 'DKLOTTO'의 관리자를 수신인으로 하여 국회 메일` 엠파스 메일을 통해 28일 밤, 29일, 30일 각각 1차례씩 보내졌습니다.

주패사이트의 비공개 게시판이 차단` 폐쇄된 상황에서 가능한 소통 방법이 바로 이메일이라고 생각하여 보내게 된 것입니다.

이 메일은 북한조선복권회사의 질의에 대한 답변의 것은 아니었으며, 이를 위한 사전준비 차원에서 남북간의 상호 연락채널을 확인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첫 메일을 보낸 후 무려 3일이 지난 2월 1일 일요일 오후 5시 25분에 북한조선복권회사 명의의 답장이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북은 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답장문을 올리면서 북으로 보낸 메일까지 공개했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몰래 보낸 화해편지 또는 연애편지를 상대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세상에 공개해 버린 무정한 임을 대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

그러나 뭐 어떻습니까?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도정에서 일어난 가벼운 해프닝으로 이해합니다. 그동안의 오해와 불신이 어떻게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겠습니까?

어찌되었든, 메일이 가고 그에 대한 답이 온 이상, 출발은 한 셈입니다. 이 출발이 인터넷 협력과 남북한 교류의 큰 족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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