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 바둑도 도박이라 한다면…


 

'당구장에서 돈내기를 한다. 도박이다. 사행성이 있다. 당구장을 폐쇄한다. 골프장에서도 돈내기를 한다. 역시 폐쇄한다. 기원(棋院)도 마찬가지다. 집에서도 돈내기 고스톱을 친다. 가정이라고 그냥 놔둘 수는 없다.'

이런 황당한 일은, 아마,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믿는 것은 순진한 사람의 착각이다. 현실의 기원도 아니고, 사이버 기원에서마저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설한 국제 무료 바둑 사이트(www.mybaduk.com).

이곳에서는 세계 바둑 애호가들이 모여 바둑을 둔다. 무료이고 가입과 탈퇴는 자유롭다. 한글 영어 등 4개 국어로 서비스 되지만, 바둑이라는 것이 동양 문화이고, 북한이 만든 사이트인 만큼, 주로 남북한의 네티즌이 모인다.

그래서 이 사이트는 남북을 잇는 '사이버 교량'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정부는 29일 이 사이트를 차단키로 했다.

그 이유가 어이없다. 사행성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용자를 상대로 돈을 걷고 나중에 대회를 열어 시상하는데, 그게 '사행성'이란다.

실제로 그런지 사이트에 들어가서 눈을 씻고 찾아봤다.

한숨만 나온다. 정부의 옹졸한 판단 때문에….

이 사이트는 공지를 통해 "무료 사이트"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돈을 받기도 한다. 이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려는 광고주에게 말이다. 또 사이트 유지비용 마련을 위해 자발적 기부도 받는다. 그러나 여기엔 어떤 의무도 없다. 광고나 기부나 원하는 사람만 하는 것이다. 대개는 무료로 이용한다.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기부를 하는 사이트는 한국에도 많다.

도대체, 무엇이 사행성이고,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사정이 이러니, 이번 정부조치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사이트 차단의 표면적 이유가 '사행성'인데, 그 이유가 얼토당토않으니, 다른 까닭이 있지 않게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숨겨진 이유가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는 북한의 조선복권합영회사다. 이 회사는 남한의 훈넷과 북한의 장생무역총회사가 합작 설립했다. 그런데 보도된 대로 통일부와 이들 회사와는 상극에 가깝다. 통일부는 이미 훈넷의 남북협력사업자 승인을 취소했고, 조선복권합영회사가 만든 주패 사이트도 차단했다.

주패는 사행성이 있다. 그래서 논란이 됐다. 문제는 그 사업을 정부가 승인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만약, 그 사업을 정부가 승인한 것으로 판정 날 경우 통일부는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다.

그러하니 통일부에겐 훈넷이든 조선복권합영회사든 주패든 눈엣가시였을 게 분명하다. 그 점에서는 그들이 만든 바둑 사이트도 마찬가지이겠다.

그래서 통일부의 이번 조치는 일종의 '사업 연좌제'로 볼 수 있다. 21세기 인터넷 시대에, 인터넷 분야에서 '연좌제'가 뻔히 살아 있는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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