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한국 가속화"…해외서 줄잇는 암호화폐공개(ICO)

스위스·싱가포르 등서 ICO…국부 유출 지적도


[아이뉴스24 성지은기자] 국내 기업의 'ICO(Initial Coin Offering) 탈한국' 기조가 확대되고 있다.

ICO는 기업이 외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하는 것처럼 신규 암호화폐를 발행해 자금을 모으는 것을 뜻한다.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조달이라 부르기도 한다.

국내서는 암호화폐 과열현상으로 관련 사기가 잇따르면서 급기야 정부가 지난 9월 ICO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ICO를 진행하는 일이 가속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ICO 금지 조치를 놓고 유망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제한하고,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또 ICO를 금지하면서 해외 자본을 국내로 유치하지 못하고 오히려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ICO를 위해 스위스·싱가포르 등 상대적으로 ICO가 자유로운 해외 금융 선진국에 법인을 세우고 ICO를 진행하는 일이 늘고 있다.

정대선 현대 BS&C 사장은 지난 10월 스위스 주크에 'HDAC 테크놀로지'를 설립하고 지난달 27일부터 암호화폐 'HDAC'의 토큰 세일(암호화폐 판매)을 진행하고 있다.

HDAC 테크놀로지는 ICO를 통해 6천비트코인(BTC)을 조달할 계획이다. 14일 기준 1BTC는 1천800만여원을 상회한다. 자금 조달에 성공할 경우 한화 추산 1천80억여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ICO '활발''

국내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링크를 운영하는 포스링크의 자회사 써트온은 싱가포르 법인 'XBC 테크놀로지스'를 통해 지난 11일부터 암호화폐 '애스톤'에 대한 토큰 세일을 시작했다.

XBC 테크놀로지스는 28만6천이더리움(ETH)을 조달한다는 목표다. 14일 기준 1ETH은 80만여원. 목표대로 ICO를 마무리하면 한화 추산 2천288억여원을 모집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시세 등락폭이 큰 암호화폐 특성상 한화로 추산한 두 회사의 최종 모집 금액은 변동될 수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우리기업 또한 내년 상반기 ICO를 추진할 계획인데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ICO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국내서는 규제 문제가 있어 여러 기업이 해외서 ICO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ICO '철퇴'…거래 금지 거론

한국은 미국, 일본과 더불어 암호화폐 3대 시장으로 불리지만, 암호화폐 과열현상이 발생하면서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로 고수익을 보장하는 다단계 사기가 발생하는가 하면 가짜 암호화폐에 투자를 유도하는 사기까지 벌어졌다.

금융감독당국과 경찰은 시세가 떨어지지 않고 한국은행 등에서 인증받은 암호화폐를 개발했다며 투자금 190여억원을 편취한 사기일당 8명을 지난 8월 조기 검거한 바 있다.

이처럼 암호화폐 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 9월 정부는 ICO를 전면 금지했다. 최근엔 관계부처 주재로 암호화폐 거래 금지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으나, 지난 13일 열린 긴급회의에서 거래 전면 금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현 상황에서 ICO나 암호화폐를 직접적으로 규제할 뚜렷한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와 거래를 일종의 유사수신행위(불법)로 규정하는 법 개정을 통해 규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ICO 제한, 기업 혁신 제한·국부 유출 가속화" 지적

암호화폐 투기과열로 규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ICO 금지 조치가 벤처 기업의 자금 조달을 제한하고 국부 유출을 가속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벤처기업은 벤처캐피탈(VC) 등 전문 투자기업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았지만, ICO를 진행할 경우 암호화폐를 통한 개인간(P2P) 거래로 단시간 내 빠르게 자금을 모을 수 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ICO는 혁신적인 벤처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라며 "스위스 주크는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시해 '크립토 밸리(Crypto Valley)'로 재조명받고 지역사회 또한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ICO를 진행하는 일은 비용이 들지만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면서 "ICO 제한 조치는 국내 투자유치를 제한하고 반대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또다른 국부 유출로도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ICO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린 국내와 달리 해외 국가들은 규제를 통해 ICO의 순기능을 살리려 하고 있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ICO를 IPO 같이 증권거래법으로 규제할 방침이다. 규제를 통해 역기능은 방지하고 순기능은 살리려는 취지다.

캐나다 퀘백주의 금융감독기구(AMF)는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암호화폐 '임팍코인'을 발행하는 기업 '임팍'에 규제 샌드박스 내에서 ICO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 "무조건적으로 ICO를 금지하기보다 건전한 ICO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부처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학계, 업계 전문가 등이 함께 모여 ICO의 부정적 측면을 해소하고 긍정적 기능을 활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지은기자 buildcast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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