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 2017 결산] 대만, '딥체인지' 시작

스타트업 전시관 이노벡스 성황, 참여 대기업은 PC에 발목잡혀


[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대만은 딥체인지를 시작했다"

타이트라 네트워킹 행사에서 만난 대만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도달한 결론이다. 대만은 변화를 시작했다. 컴퓨텍스는 그들에게는 중요한 브랜드 자산 중 하나다. PC 산업이 내려앉으면서 컴퓨텍스의 위상도 퇴색하기는 했으나 남들이 다할 수 있는 것을 따르기 보다는 대만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매진하면서 재기의 물꼬를 텄다.

타이트라와 타이베이컴퓨터협회(TCA)가 주최하는 컴퓨텍스 2017이 대만 타이베이에서 지난 5월 30일 개막해 오는 3일 막을 내린다. 글로벌 하이테크 산업의 역학 관계에 최적화될 수 있도록 컴퓨텍스는 지난 2년동안 글로벌 기술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했다.

올해는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혁신과 스타트업, 비즈니스 솔루션, 사물인터넷 애플리케이션, 게이밍 및 가상현실 등 5개 주제 아래 IoT 생태계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ICT 산업 전 영역을 아울렀다.

컴퓨텍스 2017에는 1천개의 전시업체가 총 5천10개 부스를 사용했다. 컴퓨텍스 방문자는 컴퓨텍스 주최자와 함께 글로벌 기술 생태계 구축에 대한 헌신을 보여줌으로써 지난해 해당 기간보다 10.5% 증가했다.

컴퓨텍스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스타트업이 모여있는 이노벡스관이다. 이노벡스는 지난해 열린 컴퓨텍스 2016에 이어 두번째로 열렸다.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프랑스, 중국, 미국, 싱가포르, 이스라엘, 홍콩, 덴마크, 인도를 포함해 23개국가에서 272개 스타트업과 비즈니스 인큐베이터가 참가했다. 지난해보다 규모가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총 22개 국가에서 217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노벡스는 IoT와 빅데이터, 전자상거래, VR과 AR, AI 혁신 기술을 주제로 진행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제품 및 기술 시연, 포럼, 세미나가 열렸다. 한쪽에는 무대를 설치해 피칭 콘테스트 및 매치 메이킹 세션들이 열렸다. 스타트업 누구나 바이어들과 접촉할 수 있는 오픈된 장소를 마련한 셈이다.

이노벡스관에 참가한 한국 스타트업들은 컴퓨텍스가 각자의 사업과 밀접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스타트업 중에서는 컴퓨텍스에 대해 몰랐던 곳도, 공항에서 발을 돌릴까 고민한 곳도, 제품이 너무 커 들고 오지 못한 곳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노벡스 폐막일인 지난 1일 다시 부스를 찾았을 때는 내년에 더 완성도 높은 제품과 그에 따른 철저한 준비를 해서 다시 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이틀간 이노벡스관을 찾았을 때 한국 전시관의 유동인구는 꽤 많은 편에 속했다.

대만이 이노벡스관에 집중하는 이유로는 대만이 잘할 수 있는 분야와 스타트업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대만은 제조업이 강성한 국가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실체화 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과거 컴퓨텍스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때와 구조는 비슷하다.

월터 예 타이트라 사장은 "미국에서 열리는 CES는 자동차로도 유명하고, 또 자원도 많아 그 쪽으로 많이 전환됐다. MWC도 모바일쪽으로 방향을 바꿔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의 경우 자동차로도 모바일로도 유명하지 않다"며, "하지만 제조업에 있어서는 경쟁력을 확보해두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IoT 응용쪽으로 중점을 옮겼다. 애플리케이션 기업들과 솔루션, 게이밍 기어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리적 위치와 언어적 장벽이 낮아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곳도 대만이다. 대만은 언어적으로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사람이 많다. 길거리를 지나다녀도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대만 국가발전위원회(NDC)는 최근 100억 대만달러(한화 약 3천735억원)의 예산을 스타트업투자펀드에 조달하고, 스타트업들이 한정된 연구개발(R&D) 자원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센터 개설 계획을 밝혔다.

국제공항이 위치한 타오위안에 '아시안 실리콘밸리'를 조성해 전세계 사물인터넷 시장 점유율 5% 달성, 100개의 혁신 스타트업과 R&D센터 설립, 3개의 사물인터넷 분야 글로벌 기업 양성을 목표로 인재 육성, R&D 환경 조성, 펀드 투자 활성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만 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스타트업에 친화적인 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혁신은 지속되고 있으나 인텔과 엔비디아, AMD 등 타이베이를 찾은 대기업들은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기 보다는 이미 발표됐던 내용을 다시금 언급하는 자리로 삼았다. 그나마 새로운 것들은 대부분 PC와 연관된 것들이 주를 이뤘다. 기존의 색깔을 벗어야 하는 컴퓨텍스로써는 아쉬운 대목이다.

새롭게 추가된 게이밍 및 VR관과 애플 인증 주변기기가 전시된 아이스타일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아이스타일은 난강전시관 4층에 작은 부스가 전부다. 5개 업체가 모여있을 뿐이다. 게이밍 및 VR관 또한 딱히 눈에 띄는 차별성이 없었다. 부스 안에 부스의 모습이다.

한편, 내년 컴퓨텍스 2018은 6월 초 열린다. 타이트라와 TCA는 내년 이노벡스관을 더욱 강조할 전망이다.

타이베이=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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