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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기기는 왜 서랍 속에 방치될까


가트너 "쓸모없고 너무 비싸다"…아직은 스마트밴드가 우세

[강민경기자] #'새해에는 운동을 열심히 해야지!' 올해 초, 나 자신에게 손목 착용형 웨어러블 기기를 선물했다. 1~2월까지는 매일 저녁 하루동안의 걸음 수와 칼로리 소비량을 매번 체크하면서 운동을 했다.

#언젠가부터 손목에 차고 있는 이 기기가 거추장스럽게만 느껴졌다. 3월 중순에는 기기를 빼서 서랍에 넣어 뒀다. 연말이 된 지금까지도 그 기기는 서랍 속을 지키고 있다. 이처럼 큰 맘 먹고 산 웨어러블 기기를 얼마 안 돼 서랍 속에 방치한 경험이 있는가?

22일 가트너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워치 사용자 중 29%가 제품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 보조용 스마트워치의 방치율은 30%에 달했다. 이 설문조사는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 9천592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올해 6월과 8월 사이에 진행됐다.

이들이 기기를 방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다지 쓸모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는 기기를 사용하는 게 지겨워지거나, 기기가 고장나는 등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응답자들은 웨어러블 기기가 쓸모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트너는 이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웨어러블 제조사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무명 제조사들이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브랜드 직접 경쟁하려면 시장에서 이들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고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마진율을 낮추면서도 좋은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웨어러블 기기의 디자인에 크게 끌리지 않는다는 점도 설문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가트너는 제조사들이 전통시계 업체들이나 패션 액세서리 업체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업체들이야말로 업계의 트렌드를 이끈 경험도 있고 사용자의 생활양식에 맞는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웨어러블 기기의 보급률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설문조사가 진행된 미국, 영국, 호주 등지에서 스마트워치의 보급률은 10%, 운동 보조용 스마트밴드는 19%, 머리 착용형 가상현실(VR) 기기는 8%에 불과했다.

안젤라 매킨타이어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들이 뛰어넘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제품을 '돈주고 살만 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편견"이라며 "소비자의 흥미를 돋우려면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과의 연결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소비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직 스마트워치보다는 스마트밴드

아직까지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는 스마트밴드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부가기능은 많지만 가격대가 높은 스마트워치는 상대적으로 적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전년동기 대비 3.1% 성장했다. 이 기간 동안 전 세계 시장에서 기기 출하량은 2천300만대였다.

전체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운동 보조용 스마트밴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85%로 나타났다. 이 품목의 경우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3분기는 소비자들의 실외활동이 활발한 여름이 포함되기 때문에 이 제품에게는 성수기였다. 그러나 제3자기업(서드파티)의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스마트워치 제품군은 보급률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테시 우브라니 IDC 선임연구원은 "한때는 스마트워치가 웨어러블 업계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지금은 기본적인 형태의 스마트밴드가 지배력을 갖고 있다"며 "주요 제조사들도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기기를 제작하고 있으며 사용자에 옷차림과 어울리는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DC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는 핏비트(Fitbit), 샤오미, 가민(Garmin), 애플, 삼성전자가 5위권 안에 들었다. 이 기간 530만대를 출하하며 1위를 차지한 핏비트는 지난 7일(현지시각) 페블의 소프트웨어와 지식재산권을 인수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은 웨어러블 기기 전용 앱을 다양화하고 그동안 쌓인 데이터를 이용해 기기 사용법을 좀더 쉽게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기기와의 연결성도 강화해 기기들끼리 자유롭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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