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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지갑 얇아진 알뜰족, '리퍼상품'에 열광


온·오프라인서 전자제품 외 의류·명품·자동차기기 등 거래량 급증

[장유미기자] # 서울 동작구에 사는 신혜정(37) 씨는 최근 부모님께 선물로 드릴 안마의자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자주 드나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홈쇼핑이나 매장에 직접 방문해 구입하려고 했지만 지인을 통해 '리퍼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된 후 마음이 바뀌었다. 결국 신 씨는 안마의자를 기존 가격 대비 33%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고 제품 품질도 신상품에 비해 크게 나쁘지 않아 만족했다.

경기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리퍼상품'이 알뜰 소비족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불안한 노후, 불안정한 고용 상황이 이어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씀씀이를 줄이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신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리퍼상품을 더 찾고 있기 때문이다.

리퍼상품은 '새로 꾸민다'는 뜻의 '리퍼비시(Refurbish)’의 줄임말로, 고객이 단순 변심으로 반품했거나 미세한 흠집이 있는 제품, 단기 전시용으로 사용했던 제품을 업체가 보수 및 재포장해 새상품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는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리퍼상품 판매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가구, 건강용품, 의류, 잡화, 유아용품까지도 리퍼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27일 온라인몰 SSG닷컴에 따르면 리퍼상품 구매 고객수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SSG닷컴의 올해 3분기까지 리퍼상품 구매 고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72.9% 증가했으며 2014년, 2015년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2%, 43.6% 늘어났다. 또 티몬에서도 올 3분기까지 리퍼 상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0% 증가했다.

리퍼상품이 인기를 끌자 온라인몰인 SSG닷컴은 최근 대규모로 리퍼상품을 선보이는 기획 행사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곳은 지난 17일부터 일주일간 유명 가전 브랜드 인기상품뿐만 아니라 패션잡화·생활용품·뷰티 브랜드 리퍼상품을 최대 52% 할인된 가격으로 선보였으며 관련 매출은 목표했던 것보다 150% 가량 높게 나왔다.

신세계 SSG닷컴 김예철 상무는 "스마트한 쇼핑을 즐기는 고객들이 급격히 늘고 계속 얇아지는 지갑 사정으로 리퍼상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제조회사들에게는 리퍼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는 큰 목돈이 드는 고가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마련할 수 있는 리퍼 상품전을 연례행사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리퍼상품 품목은 기존 인기 제품인 고가의 카메라, 태블릿, 가전제품을 비롯해 매 시즌마다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명품이나 골프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셀프정비족이 늘면서 자동차 관련 품목을 알뜰하게 구매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실속파들이 몰리면서 네비게이션, 블랙박스 등도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계속되는 불황으로 합리적 소비가 주목 받으며 소유에서 '공유'로 소비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며 "온라인몰에서 다양한 자동차, IT제품이 판매되는 만큼 차량기기나 컴퓨터 주변기기, 태블릿 등에 대한 리퍼, 중고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G마켓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품목별로 리퍼상품 판매 증감율을 조사한 결과 계절가전(318%), 카메라(318%), 명품의류·잡화(379%), 니트·스웨터(398%) 등이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데스크탑(154%), 블라우스·셔츠(105%), 원피스·정장(107%)도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옥션에서는 자동차기기와 관련된 리퍼상품들의 판매량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동안 내비게이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94%나 증가했고 블랙박스·하이패스도 660%나 크게 늘었다. 또 태블릿(341%), 카메라(272%), 계절가전(181%), 모니터·프린터(110%) 등의 리퍼상품도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G마켓 관계자는 "경기불황의 영향으로 합리적 소비가 자리 잡으면서, 리퍼브, 중고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과거에는 리퍼브, 중고거래 품목이 디지털기기에 한정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패션용품, 유아동용품 상품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올 9월에 판매된 리퍼PC의 매출은 전월 대비 40% 증가했다. 지난해 3월 리퍼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롯데하이마트는 론칭 당시 총 20종의 상품을 선보였지만 리퍼상품이 인기를 끌자 최근에는 데스크탑, 태블릿 등에서 게이밍 PC 등 고사양 제품까지 약 80종으로 상품수를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갑이 가벼워진 소비자들이 실속을 중시하는 '가치소비'에 나서면서 리퍼상품이 각광받고 있다"며 "다만 리퍼상품과 관련해 소비자 피해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 만큼 구입할 때 제품 상태, 품질보증기간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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