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끝, '뜬 자'와 '진 자'는?

[채송무기자] 선거는 정치의 꽃이다. 선거 결과가 나올 때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당에는 수혜를 받는 스타 정치인이 생기고, 반대로 패배하는 정당의 지도급 인사들은 상처를 받는다.

이번 4.29 재보선에도 승리한 새누리당에는 어김없이 그 수혜를 받은 정치인이 나왔고, 반면 패배한 새정치민주연합과 야권의 지도자들은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수혜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김무성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메가톤급 악재를 극복하고 7.30 재보선을 압승으로 이끌었다.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과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포함된 성완종 의혹이 터지자 김 대표는 특검도 수용할 수 있다는 전향적 모습을 보여 사건의 악영향을 줄였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 더해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이자 김 대표는 당의 부정적인 분위기를 전해 이 총리의 조기 퇴진을 이끌어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압승을 이끌어낸 김 대표는 리더십이 공고해지면서 여권의 대표적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

4.29 재보선 지원에 적극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도 재보선 승리로 뜬 인사가 됐다. 오 전 시장은 원외 인사로 인지도가 낮은 오신환 의원을 도와 승리를 이끌어냈고, 김 위원장은 전 경기도지사와 전직 노동운동가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성남중원의 압승을 이끌었다.

특히 오세훈 전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서울시장 직을 물러난 이후 정치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지난 27년간 한번도 여당 후보가 당선되지 못했던 서울 관악을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조만간 정치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권에서는 무소속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광주 서을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사진 가장 우측)이 주목받고 있다. 천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에서 낙선해 상처입었으나 이번 재보선에서는 호남 정치 복원을 강조하며 당선됐다.

더욱이 전략적 선택을 하는 광주 지역 당선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호남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견제자 역할을 천 의원에게 맡겼다고 볼 수 있다. 천 의원은 당선 첫날 오는 총선에서 광주 전역에 출마자를 내고 새정치민주연합과 경쟁하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천 의원이 한동안 비어 있었던 호남의 맹주 역할을 하면서 야권 재편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패배한 새정치민주연합 주자들은 상처가 컸다. 특히 차기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대표가 직격탄을 맞았다. 문 대표는 이번 재보선에서 성완종 의혹에 의한 정권심판론을 이끌었다. 이와 함께 "명분 없는 연대는 하지 않겠다"고 야권연대에도 선을 그었다.

그러나 재보선 결과는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는 참패였다.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는 것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도 있지만 문 대표는 30일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 대표는 "이 시련을 약으로 삼겠다"며 "더 길게 보면서 더 크게 계획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다. 더 강하고, 더 유능한 정당으로 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시련을 이겨내겠다고 했다.

서울 관악을에서 3위로 패배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정치 생명에 위기가 닥쳤다. 한 때 전북의 맹주로 제1야당 대선주자를 역임했으나 이후 4번이나 지역구를 바꾼 것이 뼈아프다. 더구나 이번 재보선에서는 20.1%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하는 저조한 기록으로 정치 거물로서의 체면도 구겼다.

정 전 장관은 29일 패배가 확정된 후 지지자들을 찾아 "저는 패배했지만 우리의 꿈은 패배한 것이 아니고 국민모임의 꿈은 앞으로도 계속 전진해야 한다"며 "변화의 열망을 저의 부족으로 받아안지 못해 정말 안타깝다. 자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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