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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행복]지금 당신이 아름답다


김제동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정종오기자]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 사람을 만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세상이 복잡하다. 서로의 생각이 소통되기에 한계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

이른바 '토크 콘서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과 비교해 정보는 넘친다. 서로 교류하는 사례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 시대, 동시대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소통하고 있을까.

김제동의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다"

한국사에서 가장 극복하기 힘든 게 있다면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일 것이다. 이것은 책이나 이념으로 경험한 게 아니다. 직접 행동으로 체득했기에 한 쪽 편에 선 사람들은 다른 쪽 편을 이해하는 것을 강하게 거부한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에 이르기까지 장편 역사 소설을 쓴 조정래 선생의 말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

"내가 문학을 통해 가장 강력하게 하고 싶었던 말은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 그걸 인정하고 시작하자는 것이지요."

그랬다. 반공이 남한이념의 기조였을 때 이른바 '빨갱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뿔이 달렸고 엉덩이는 빨갛고, 사람의 형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조정래 선생은 자신의 역사 소설을 통해 딱 한 가지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김용택 시인도 한반도의 이념 대립에 진저리를 쳤다.

아마도 남한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휴전선을 넘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던 날, 한반도의 많은 사람들이 '북한 사람도 사람이구나'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그런 역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반도에서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고 있다. 6·25를 경험한 세대들에게는 아직도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갈등의 골이 깊은 것이 사실이다.

◆"용이 아니라 송사리 같은 존재도 필요하다"

프랑스 사회학자들이 교육을 통해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할 것인지를 두고 연구를 한 적이 있다. 결론은 교육을 통해 계층 간 이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즉 변호사의 아들은 변호사가 되고, 노동자의 아들은 노동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개천에서 용나다'는 말은 전설이 돼 버렸다. 이런 사회를 두고 동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젠 서울시장이 됐지만 희망제작소를 운영해 왔던 박원순 변호사는 김제동과 인터뷰를 통해 "개천에서 용 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송사리로 남아 개천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되묻는다.

용도 필요할 것이다. 어차피 민주주의에서는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용의 존재도 필요하다. 그러나 모두 용이 되려고 한다면? 세상은 뜻하지 않는 불협화음에 처하지 않을까.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를 통해 박원순 변호사는 '공동체 시스템'을 강조했다. 송사리로 남아 곁에 있는 다른 송사리와 함께 자신의 지역에서, 혹은 소공동체를 통해 아름다운 자신의 터전을 가꾸는 일! 그것이 아름다운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과학자 정재승 교수도 세상을 살아가는 가치관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정 교수는 "(과학은)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기여하는 학문"이라며 "과학이 권력과 돈에 종속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질주하는 과학을 멈출 수는 없으니까 질주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권력과 돈에 종속되지 않고 과학이 인간적 가치를 높이는 학문으로 발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내가 있는 이곳이 아름답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는 정치인과 작가는 물론, 연예인과 일반인까지 그 인터뷰 대상이 넓다.

그 중 눈길을 끄는 인터뷰 대상자 중에 연예인 고현정과 제주 해녀 고미자, 그리고 산악인 엄홍길 씨 등이다.

고현정은 보이는 것과 달리 소탈하고 푼수기에, 직설적인 말투의 인물로 그려져 관심을 모았다.

고현정은 인터뷰를 통해 "연예인은 무대에 선 광대고 객석에 앉은 대중은 귀족이지. 우린 돈과 시간을 투자한 관객들을 어루만지고 즐거움을 줘서 보내야 하는 거야."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산악인 엄홍길은 최근 안나푸르나를 등반하다 사고를 당한 박영석 대장을 생각나게 한다. 엄 대장도 첫 등반에서 자신의 동료를 잃은 경험이 있다. 엄 대장은 "절벽을 한참 내려오는데 바위틈에 신발도 벗겨져 있고… 흔적은 많은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비참하고 차라리 내가 죽었더라면 하는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엄 산악인은 "거대한 산 앞에 서고야 대자연 앞에 인간은 정말 보잘 것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제주해녀 고미자 씨의 인터뷰는 솔직담백하다. 수십 년 동안 '물질'을 해 온 그녀에게는 생활에서 느껴지는 진솔함이 묻어있다.

고미자 씨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과 관련해 "평생 일해 왔는데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일도 못할 테고 바다도 오염될 테고 저 바다 좀 봐요. 얼마나 예뻐요. 제발 어머니 같은 바다를 그대로 둘 순 없나요?"라고 말한다.

그녀가 가리키는 그곳에는 '어머니 같은' 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었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들을 통해 시대정신을 느끼게 해 준다.

장르: 시/에세이/기행저자: 김제동출판사: 위즈덤경향가격: 9천100원

◆이주의 추천 전자책

<확신의 함정-금태섭 변호사의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장르: 사회/정치/법률저자: 금태섭출판사: 한겨레출판가격: 8천400원

이 책이 다루는 "흉악범에 대한 사형은 정당한가?", "성범죄 근절을 위해 화학적 거세를 도입해야 하는가?", "연쇄살인범에게도 관용이 필요한가?", "교육적 체벌은 가능한가?" 등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모든 이야기에는 양면성이 있고 나름의 딜레마가 있다. 물론 서로 모순되는 주장을 다양한 방향에서 분석한다고 해서 얄팍한 불가지론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분명 답은 있다.

<닥치고 정치-김어준의 명랑시민 정치교본>장르: 사회/정치/법률저자: 김어준, 지승호출판사: 푸른숲가격: 8천500원

<나는 꼼수다>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적 인지도와 정치적 영향력을 얻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의 명랑시민 정치교본.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 깨닫기, 이명박 정권과 삼성을 통해 보는 우리나라 보수 권력과 그들이 만든 시스템의 실체, 유명 정치인들의 적나라한 정체, 이들을 견제해야 할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대중들에게 외면당하는 이유, 무엇보다도 선거가 당신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을 무학(無學)의 통찰로 시원하게 깨우쳐준다.

<스티브 잡스의 세상을 바꾼 말 한마디>장르: 경제/경영 저자: 휴먼스토리출판사: 산호와진주가격: 2천900원

스티브 잡스가 인생의 매 순간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뱉은 말 한마디를 모았다. 어록만을 나열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어록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예화를 함께 소개해 위인 스티브 잡스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IT의 신화를 이룬 그의 빛나는 말 한마디에 담긴 꿈, 도전, 열정, 인내의 정신을 재조명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인생의 의미와 성공 키워드를 알려준다. 전 세계인의 가슴속에 별로 남은 스티브 잡스의 세상을 바꾼 말 한마디를 만나보자. 짧은 말 한마디가 긴 감동을 전한다.

<메종 드 아티스트-그들은 왜 그곳을 사랑했을까?>장르: 시/에세이/기행저자: 정상필출판사: 갤리온가격: 7천원

책은 예술가들의 집에서 만난 여러 가지 풍경과 이야기들을 그들의 작품세계 및 생애와 더불어 상세히 소개한다. 프랑스 인상주의 회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뱃놀이 하는 사람들의 점심>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당시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였던 샤투(Chatou)의 푸르네즈 레스토랑을 드나들며 여유롭게 뱃놀이를 하던 파리지앵의 모습을 그렸는데, <뱃놀이...>는 바로 그 시기의 왁자지껄한 축제에서 화가가 좋아했던 순간을 화폭에 담은 것이다. 책을 통해 독자는 푸르네즈 레스토랑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르누아르의 심정에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라진 소녀들>장르: 소설저자: 안드레아스 빙켈만출판사: 뿔가격: 6천900원

독일 심리 스릴러 소설계의 신동으로 평가받는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장편소설 <사라진 소녀들>은 수개월간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작품이다. 눈 먼 소녀의 실종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독자들에게 한순간도 숨 돌릴 여유를 주지 않으며 긴박하게 달려 나가며, 독자들에게 소녀를 납치해 간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의혹과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장르: 인문저자: 강신주출판사: 프로네시스가격: 6천800원

무수한 우리들에게 자본주의의 내밀한 사생활을 들여다보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외면할 도리 없이 버티고 서서 우리 삶을 받쳐주기보다 외려 뒤흔드는 것만 같은 이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우리 일상과 내면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체제의 요소요소를 파헤쳐보자는 것이다. 너무나 길들어 있어서 의심하기조차 어려운 '자본주의적 삶'을 낯설게 보지 않고서는, 이 의식하기조차 두려운 상처를 치유하기란 난망한 일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병신 같지만 멋지게-우리시대 청춘들을 위한 아버지의 초강력 독설충고가 시작된다>장르: 시/에세이/기행저자: 저스틴 핼펀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가격: 6천500원

어느 날 갑자기 타임라인에 등장한 트위터.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가슴을 울리는 묘한 구석이 있다. 'Shit My Dad Says'라는 이름의 이 트위터는 등장한 지 4개월 만에 100만 팔로워를 돌파하며 순식간에 화제의 트위터로 떠올랐고, 미국에서 책으로, 시트콤으로까지 만들어지는 사건을 일으켰다. <병신 같지만 멋지게>는 바로 이 화제의 트위터리언 저스틴 핼펀이 일상 속에서 겪은 독설가 아버지와의 에피소드를 담아낸 책이며, 아버지의 욕설은 가수 호란이 맛깔스럽게 번역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들>장르: 소설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출판사: 펭귄클래식코리아가격: 4천400원

피츠제럴드는 한 개인이 그가 속한 계층과 세대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 젊은이의 미숙함과 나이 든 이의 지혜와 쇠약함의 결합, 유행의 덧없음, 그리고 역사가 부과하는 힘 등을 유머러스하게 접근한다. 여기에는 젊음의 꿈이 화려함 뒤에 오는 역류 속에서 퇴색하는 순간 하향하는 삶이 묘사되어 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성년의 나날들>장르: 소설저자: 박완서출판사: 웅진가격: 5천원

작가가 스무 살의 성년으로 들어서던 1951년부터 1953년 결혼할 때까지의 20대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은 물론 많은 독자들에게 그 동안 펼쳐왔던 박완서의 그 어느 작품세계보다 의미 깊고 소중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이 소설이 작가가 가장 예민하고 감수성이 강하며 사고와 가치관이 형성된 스무 살 때의 이야기이자, 소설이 펼쳐지는 공간이 가치관의 혼란과 정신적인 파탄을 안겨다주는 참혹한 전쟁 속이라는 점에서이다.

<과학은 어디로 가는가-과학과 인간의 행복한 융합을 위한 새로운 과학담론>장르: 자연과학/공학저자: 최성우출판사: 이순가격: 6천900원

과학은 수치와 검증으로 이루어진 이성의 학문이다. 그런데 과학을 대하는 인간의 열망은 뜨겁다. 진리 탐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 때문이든 과학을 다루는 인간의 야망 혹은 욕심 때문이든. 그래서 과학은 냉철해도 과학사는 뜨겁다. 과학은 과학일 뿐인데 그것을 연구하고 다루는 인간에 의해 옳은 과학이 있기도 그릇된 과학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에게 과학은 무엇인가? 21세기 인류는 과학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과학과 인간의 좋은 케미스트리, 행복한 융합의 길은 무엇인가?

이주의 추천 전자책은 반디앤루니스(www.bandinlunis.co.kr)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정종오 엠톡 편집장 ikoki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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