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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8이 죽어가던 PC 살릴 수 있을까


'태블릿 수용' 긍정적…'경쟁력 한계' 부정론도

[김익현기자] 태블릿의 공세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반격에 나섰다. PC와 태블릿 동시 지원이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앞세워 적극 공세에 나선 것이다.

MS가 13일(이하 현지 시간) 공개한 윈도8은 데스크톱 PC 운영체제와 태블릿 운영체제를 겸하도록 설계된 점이 눈에 띈다. 또 모바일 시대를 겨냥해 윈도폰과 흡사하게 생긴 '메트로' 스타일의 유저 인터페이스(UI)를 채택했다.

'포스트 PC시대'란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던 MS는 윈도8을 통해 'PC의 진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윈도8이 죽어가던 PC를 살려낼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윈도8은 벼랑 끝에 서 있는 PC 시장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IDC, 태블릿 전망치 올리고 PC 전망치는 낮춰

영원할 것 같았던 PC 시대는 지난 해 애플이 아이패드를 선보이면서 조금씩 균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PC의 주요 기능 중 하나였던 콘텐츠 소비 영역은 순식간에 태블릿 쪽으로 넘어가버렸다.

모건스탠리가 올 초 발표한 태블릿과 노트북 이용 시간의 상관 관계 관련 보고서를 이런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태블릿 구입 이후 노트북 이용 시간 중 가장 많이 줄어든 활동은 역시 게임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나 웹 브라우징 이용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읽기, 이메일, 음악 감상 역시 크게 줄었다.

반면 파일 만들기나 일반적인 작업 시간은 오히려 늘어났다.

이 자료는 태블릿은 '소비형 기기'인 반면 노트북은 '생산형 기기'로 역할 분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만큼 PC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듯 스티브 잡스는 지난 3월 '포스트 PC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해 MS의 심기를 건드렸다. 애플은 이런 선언을 실천이라도 하듯 맥OS X 새 버전인 라이언에 멀티 터치를 비롯한 iOS의 기능을 대거 포함시켰다.

시장 조사기관들 역시 '태블릿의 강세'와 'PC의 몰락' 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IDC는 14일 PC 시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대신 태블릿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IDC는 우선 당초 5천350만대로 예상했던 올해 태블릿 출하량을 6천25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아이패드2의 인기가 생각보다 강세를 보인 점을 감안한 것이다.

반면 4.2%로 예상했던 올해 PC 시장 성장률은 2.8%로 하향 조정했다. 태블릿 바람으로 인해 PC 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게 그 이유다.

또 다른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 역시 태블릿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해 10월 태블릿 시장 전망치를 내놨던 가트너는 3개월만인 지난 1월 기존 예상치를 상향 조정했다 올해 태블릿 시장 전망치를 6천470만대로 높여 잡은 것.

후지쯔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오는 2016년 경이면 태블릿 출하량이 PC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태블릿 수요가 PC를 대거 잠식하면서 둘 간의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게 후지쓰의 예상이다.

결정적으로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PC 시장의 선두주자였던 휴렛패커드(HP)였다. 이 회사의 레오 아포테커 CEO는 최근 PC 시장 철수 배경을 설명하면서 "태블릿 효과가 실제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인텔과 함께 '윈텔 제국'을 형성하면서 30년 이상 PC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왔던 MS 입장에선 이런 주변 상황이 달가울 리 없었다. IT 시장의 경쟁 구도에서 자신들이 배제되고 있는 상황 역시 용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MS가 내년 말 출시 예정인 윈도8의 모습을 서둘러 공개한 것 역시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향 제대로 잡았다" vs "1년 뒤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자, 다시 아까 던진 질문으로 한번 돌아가보자. 과연 윈도8은 이런 상황을 뒤집을 정도로 강한 위력을 갖고 있을까?

일단 드러난 모습만 보면 윈도8은 적어도 컴퓨터 운영체제 측면에선 애플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이 지난 7월 선보인 맥 OS X 최신 버전 라이언에 비해 태블릿 기능을 훨씬 더 많이 담고 있는 것.

애플 라이언이 iOS의 핵심 기능 몇 가지를 담아낸 수준에 머무른 반면, 윈도8은 '태블릿과 PC에 친화적인' 운영체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이에 대해 "라이언이 태블릿 주도형 PC에 살짝 발을 담궜다면, 윈도8은 아예 전면적으로 뛰어나갔다"고 평가했다. 특히 윈도폰의 UI를 그대로 담아낸 '메트로 뷰' 기능은 MS가 생각하는 PC의 미래가 어디에 있는 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해 줬다.

MS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IDC의 알 힐와 애널리스트는 "윈도PC를 제대로 진화시켰다. MS가 올바른 길을 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게다다 콘텐츠 생산기기라는 PC 특유의 쓰임새도 쉽지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MS의 변신이 시장을 지켜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란 평가도 만치 않다. MS가 이번에 선보인 윈도8은 모바일/태블릿과 PC간의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허핑턴포스트 역시 비슷한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후지쯔의 예상대로 오는 2016년 경 태블릿이 PC 출하량을 뛰어넘더라도 윈도8은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윈도8은 이제 막 개발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섣불리 성공을 점치기 힘들다는 게 그 이유다. 개발 단계에서 현란한 성능을 선보였다가 시장에서 무참하게 실패했던 윈도 비스타의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은 없다는 얘기다.

내년 말 윈도8이 출시될 무렵에는 소비자들의 취향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볍고 쓰기 간편한 태블릿의 UI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관연 PC에 계속 눈을 돌릴 것이냐는 의구심 역시 만만치 않은 편이다.

가트너의 마이클 실버 애널리스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윈도8은 확실히 MS를 소비자 시장에 다시 불러낼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결국 MS가 지향하는 것은 태블릿과 PC의 융합일 뿐이다"면서 평가 절하했다. 소비자들이 MS 태블릿을 구매하는 것이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양키그룹의 제우스 커라발라 애널리스트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결국 소비자들은 태블릿의 휴대성과 이용편의성을 잊지 못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윈도8이 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만만치는 않다는 것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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