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D TV 논쟁에 발끈…"편광, 박물관에 가야"

[김도윤기자] 삼성이 3D TV 논쟁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선언했다. 3D TV 공방에 더 이상 발목잡히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대표 최지성)는 지난 8일 기자를 대상으로 한 3D TV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D TV를 비교 시연했다.

발표자로 나선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장 김현석 전무는 "오늘부터 더 이상 3D TV 논쟁을 하지 않겠다"며 "편광방식 3D는 풀HD를 구현할 수 없는 구식 기술"이라고 말했다.

특히 포럼에선 삼성과 LG 3D TV를 나란히 전시해 참가자가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네 개 부스에서 ▲2D 화질 ▲3D 화질 ▲2D를 3D로 전환했을 때 화질 ▲스마트TV 성능에 대한 비교 시연을 진행했다.

◆"경쟁사 말바꾸기… 지존심도 없는 카피" 일침

김현석 전무는 편광안경 방식 3D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강조한 부분은 풀HD 여부 등 화질과 해상도, 시야각, 누워서 보기 힘들다는 점.

특히 그동안 기술공방이 됐던 디자인, LED TV와 에지형 LED TV, 최근의 셔터안경식과 2D 콘텐츠의 3D 컨버팅 기술을 들며 "삼성 방식을 0.5세대, 저급한 기술 등으로 맹공을 펼치다 결국 이를 따라왔다"며 "경쟁사의 말바꾸기는 지존심도 없는 카피문화에 무임승차"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김현석 전무는 "무수히 많은 논문 등 문헌을 살펴봤지만 편광안경 방식을 풀HD라고 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며 "미국 유수의 평가기관에서도 편광안경 방식은 CRT TV와 유사한 화질이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로 3도, 아래로 17도인 시야각도 문제"라며 "많은 해외 매체에서도 편광안경 방식 3D의 시야각을 문제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삼성전자는 LG전자 '시네마 3D TV'를 비교 시연하며 선 채로 감상했을 때 수평에서 볼 때와 달리 화면겹침과 열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김현석 전무는 LG측이 앞세우고 있는 '누워서 보는 3D' 주장에 대해서도 어이없어 했다.

LG측은 필름을 덧댄 편광안경(FPR) 방식 3D TV 장점 중 하나로 누워서 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인쇄매체 광고에도 모델인 원빈이 누워서 TV를 보는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김현석 전무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3D컨소시엄, 방송통신위원회, 국제표준화기구 등 많은 기관에서 3D TV는 수평으로 보라 권고하고 있다"며 "3D는 모든 정보가 수평 상태에서 저장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누워서 보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LG전자가 3D TV 신제품을 출시하며 누워서 보는 TV라고 광고하고 있는데 오히려 어지러움만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김 전무는 또 "LG측은 편광식 3DTV가 극장처럼 편안하게 3D를 감상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극장용은 좌우 2대 프로젝터로 각각의 영상을 보여줘 풀HD를 구현하는 것으로 LG 3D TV와는 다른 방식"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또 LG측의 편광안경식의 풀HD, 누워서 볼 수 있다는 주장 역시 과거 LG 관계자가 논문 등에 언급했던 "(편광식의)해상도 저하", "3D 수평시청 권장" 등을 강조했던 사례를 들어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전무는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편광안경 방식은 박물관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구식 기술"이라며 "공정을 조금 바꿔서 값을 싸게 했다는 이유로 좋은 제품이라고 마케팅하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LGD, 3D 시연회 개최로 맞불

삼성이 앞으로 3D TV 논쟁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FPR 방식 3D 디스플레이를 내세우고 있는 LG디스플레이(대표 권영수)는 오는 10일 3D 간담회를 개최하며 대응에 나선다.

특히 권영수 사장이 직접 참석해 3D TV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을 예정이라 관심을 끈다.

삼성전자가 FPR 방식에 대해 강하게 문제점을 제기한 만큼 이에 대한 반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영수 사장은 "FPR이 풀HD가 아니라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논쟁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예고한 상황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LG전자 권희원 부사장 역시 지난 2월 FPR 방식 3D TV를 출시하며 "셔터 글라스가 1세대 방식이라면 FPR은 2세대 3D TV"라고 말하며 공세를 편 바 있다.

이날 삼성전자 홍보팀 김준식 전무는 LG 제품과 공개 비교 시연 계획에 대한 질문에 "셔터안경식과 편광방식은 안경부터 차이가 나 블라인드 테스트가 의미없고 변수가 많다"며 "국내보다는 해외 전문기관에서 이미 시장에 나온 제품을 무작위로 골라서 비교 평가를 한다면 찬성"이라고 대답했다.

한편 삼성과 LG측의 차기 기술공방은 무안경 3D가 될 공산이 크다. LG측이 무안경 3DTV 상용화에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반면 삼성측은 이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

실제로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기회있을 때마다 무안경 3D TV에 대해 "상품성이 없다"고 강조한바 있다. 이날 김현석 전무도 140인치 이상의 대형 크기에, 20배 가량 드는 영상 제작비용, 가용대역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상용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김도윤기자 moneyn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