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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 논쟁, 이제 시작이다


IDC- P2P 그리드 업계 갈등…포럼도 발족

지난 달 미국 항소법원이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중립성 제재조치가 법률에 의해 허용된 권한범위를 초월했다면서 위법하다고 선고한 데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망중립성 논쟁이 불붙고 있다.

FCC와 미국 케이블 회사인 콤캐스트 간의 법정 공방은 그 동안 망중립성의 잣대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비트토런트 같은 P2P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부 고객들의 접속 속도를 떨어뜨린 콤캐스트를 제재하면서 FCC가 내세운 것이 바로 망중립성 원칙 위반이었기 때문.

하지만 FCC의 시정 조치에 대해 미국 항소법원이 법적으로 문제있다고 판결하면서 망중립성 공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FCC는 지난 해 6월 만든 망중립성 6대 원칙에 대한 여론 수렴 기간을 연장하는 등 법제화를 위해 보완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얼마전 방통위에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의 회선 강요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이 통과되는 가 하면, 국회 문방위에서는 무차별 간접접속을 금지하는 통신사 투자유인 촉진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인터넷데이터센터에서의 P2P 그리드 서비스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래에 적합한 상호접속제도 개선을 연구중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망중립성포럼(의장 이천표 서울대 교수)'을 발족하고, 오는 12일 '망중립성 쟁점과 과제' 세미나를 개최한다.

국내에서도 망중립성 논쟁이 드디어 수면위로 부상한 것이다.

◆망중립성이란 무엇인가

망중립성이란 "망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골자. 통신업체나 케이블 사업자들이 소비자가 이용하는 인터넷 콘텐츠의 내용을 감시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 망중립성의 기본 주장이다. 인터넷 접속에 빈부 격차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인 셈이다.

망중립성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 공을 들여온 FCC는 지난 해 10월 6대 원칙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당시 FCC는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기기 선택의 자유를 갖는다는 기존 4대 원칙에 ▲정보차별 금지 ▲투명한 네트워크 관리 등 2가지 원칙을 추가한 뒤 이 원칙들을 무선 인터넷망에도 적용한다는 규정을 확정했다.

이후 FCC는 망중립성 원칙을 법안으로 만들기 위해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사실 FCC의 망중립성 원칙은 오바마 정부 이전인 2005년 8월 정책선언 형태로 공개됐다. 당시 4가지로 발표됐는데, ▲ 이용자는 원하는 합법적인 인터넷콘텐츠를 선택해 접근할 수 있고 ▲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원하는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으며 ▲ 망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합법적인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고 ▲ 망제공사업자들,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사업자들, 콘텐츠제공기업간에 경쟁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망중립성을 인터넷 기업이나 네티즌 입장에서 보면 "망에 관계없이 합법적인 콘텐츠에 접근할 권리"가 되지만, 통신회사 입장에서는 "망 매출 감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통신 등 인터넷서비스기업들(ISP)들이 망을 지나가는 모든 통화량(트래픽)을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망중립성 찬반 격론

망중립성을 둘러싼 공방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망중립성은 개념이 생소한 데다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에 찬반 격론이 일고 있다.

망중립성을 지지하는 쪽은 IT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 사슬이 바뀌면서 중립성 선언을 통해 다양한 사업자들에게 참여동기를 주는 게 ICT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강홍렬 KISDI 연구위원은 "IBM과 AT&T가 뛰어들어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인터넷을 제어하려했던 비동기식전송모드(ATM)가 실패했듯이, 차세대통신망에 대한 품질보장과 제어권(QoS)을 통신망 입장에서만 설계해선 곤란하다"면서 "방송과 인터넷, 콘텐츠 등 다양한 이해를 반영해야 하고, 신규망 투자재원도 통신사에 전담시키자는 게 아니라 공정한 룰을 만들고 망이용대가와 연동 정책 등을 통해 나눠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망중립성에 반대하는 쪽은 미국과 다른 우리나라의 시장환경과 차세대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망중립성을 넘어서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석권 한양대 교수는 "정책적으로 보면 가입자 시장이 포화된 단계에서는 망중립성으로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를 못할 위험이 생긴다"면서 "미국은 인터넷 후진국이어서 망중립성이 좋은 나라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은 초고속가입자가 포화된 나라여서 적합하지 않고 차세대 인프라 구축이 더욱 중요하니 우리는 오히려 포스트망중립성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망중립성 논쟁, IDC 강타

최근에는 P2P 방식의 그리드 서비스가 국내에서 망중립성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기술 서비스로만 알려져 있던 이 기술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설비 투자없이 과도한 통화량(트래픽)을 유발하고 IDC 매출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IDC를 운용중인 KT나 LG텔레콤, SK브로드밴드가 이노그리드·피어링포탈·클루넷·시디네트웍스 같은 P2P 방식을 이용한 그리드 업체들에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거나 제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드나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들은 통신사의 매출 급감에도 불구하고, 이 서비스는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리드 업체 한 CEO는 "P2P를 이용해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방법은 대기업인 SK텔레콤이 '멜론'을 서비스하면서 처음으로 활용했고, NHN도 프로야구 중계를 하면서 썼던 방법"이라면서 "만약 이 기술 전체를 불법으로 한다면 1테라bps급인 대용량 인터넷 생중계는 불가능해 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신회사 관계자는 "이 기술은 전기통신사업자의 지위를 갖지 않은 자가 전기통신역무를 제공하는 셈이 돼 불법 소지가 있다"면서 "타인의 전기통신설비를 대가없이 사용하므로 민법상 부당이익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망중립성을 어떻게 적용할 지 주목되고 있다.

P2P 그리드를 네트워크 사용 비용을 줄여주는, 기술발전에 따른 신기술 서비스로 볼 지, 통신회사의 설비투자 의욕을 줄이는 프리라이딩이라고 볼 지에 따라 망중립성을 택할 수도,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망중립성포럼 발족

이같은 논란 속에 오는 12일 오후 2시부터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망중립성포럼' 1차 세미나가 관심을 끌고 있다.

'망중립성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해서, KISDI 김희수 박사가 '무선망중립성의 쟁점과 중점 검토과제'에 대해 발표한 뒤, KT 공성환 상무가 '네트워크 사업자가 바라본 망중립성'을, 옥션스카이프 배동철 본부장이 '콘텐츠 사업자가 바라본 망중립성'을 각각 발표한다.

그 뒤 이천표 서울대 교수 사회로, 김성환 아주대 교수, 김영한 숭실대 교수, 이황 고려대 교수, 홍대식 서강대 교수, 정석균 한양대 교수,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해 토론한다.

KISDI 관계자는 "상호접속관련 과제를 연구하면서 망중립성 포럼을 제안하게 됐다"면서 "포럼에서는 하반기에 한 번 더 세미나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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