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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오히려 '개악'된 뉴스캐스트


얼마 전 모 업체 임원을 만났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가전 제품의 '안전 사고' 얘기까지 이어졌다. 최근 안전 사고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뤘던 그 임원은 "같은 제품인데, 유럽에선 사고가 전혀 없었다. 그 이유가 뭔지 알겠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어릴 때부터 안전 교육을 잘 받아서 아예 사고가 날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2일 저녁부터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개편되면서 언론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트래픽이 격감한 때문이다. 네이버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언론사들은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뉴스캐스트 개편으로 트래픽이 격감할 것이란 점은 이미 예견됐던 바다. 네이버가 기사 노출 빈도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뉴스캐스트를 개편하면서 '주제별 보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 개별 언론사들이 표출할 수 있는 기사 건수도 대폭 줄였다. 당연히 트래픽이 줄 수밖에 없다.

물론 네이버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뉴스캐스트 도입 이후 선정적인 기사와 '낚시성 제목'이 난무했다는 점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안 마당을 어지럽히는 걸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죽하면 "각사 표출 제목과 일치시켜달라"고 권고했을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사들의 치열한 반성이 필요할 것 같다. 선정적인 기사와 연예 위주 편집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언론사들이 네이버를 비판할 때 들이댔던 단골 메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의 이번 뉴스캐스트 개편엔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상생 의지'보다는 '면피' 욕구가 강한 듯 해서다. 파트너인 언론사들과 함께 하기보다는 자신들에게 쏟아진 비판의 칼날을 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 같아서다.

뉴스캐스트 정도 되는 플랫폼은 네이버란 개인 회사의 전유물이 될 수는 없다. 공동의 공간일 뿐 더러, 독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번에 뉴스캐스트를 개편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성찰이 다소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든다. "시비 거리를 없애는 데만" 최고 가치를 부여한 것 같다는 얘기다.

실제로 뉴스캐스트가 개편된 이후 "읽기가 불편해졌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뉴스의 절대 량이 줄어든 점 역시 독자들에겐 아쉬운 대목일 것이다.

'연예 기사 위주 편집'을 개선하기 위한 주제별 보기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매체별 특성을 무시한 채 정치 경제 사회 같은 분류에 기계적으로 끼워맞춰 버린 때문이다. 게다가 자주 방문하던 언론사별 페이지를 디폴트로 하겠다는 방침까지 백지화하면서 뉴스캐스트 자체를 언론사들의 무한 경쟁 공간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렇게 얘기하면 누워서 침뱉기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주제별 보기'는 제목 낚시를 더 부추기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번 생각해보라. 고만고만한 기사들이 정치, 경제 섹션에 무차별적으로 뿌려진다. 독자들의 눈길을 잘 잡으면 수 십만 클릭이 그냥 생긴다. 반면 그렇지 못하면 그냥 묻히고 만다. 이런 시스템에서 '제대로 된 편집 양식'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뉴스캐스트 개편에서 '시스템 부족'을 거론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뉴스캐스트란 생태계는 네이버와 언론사가 함께 만들어나가야 할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잘 가동되기 위해선 언론사들이 기본적인 편집 양식을 잘 지켜야 할 것이다. 엄정한 기준을 갖고 편집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반면 네이버는 '개방'과 '소통'이란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기본 질서가 지켜지는 시스템을 만들 책임을 갖고 있다. 그건 대형 플랫폼을 갖고 있는 회사가 당연히 짊어져야 할 몫이다.

이번 뉴스캐스트 개편은 이런 점이 다소 아쉽다는 것이다. 소란을 잠재우기 위해 모처럼 열어 놓은 공간을 축소해버리는 것 같다는 것이다.

네이버만의 책임으로 돌릴 순 없을 테지만,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상생'이란 가치가 실종된 듯해 아쉽기 그지 없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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