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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주]또 다른 '나쁜남자', 아이패드


또 다시 늪에 빠졌다.

지난 2년간 올 듯 말 듯 잔인한 희망고문으로 애를 태웠던 그. 품에 들어오고 나서도 도도하기 짝이 없는 태도 때문에 무던히도 속앓이를 하게 만들었던 그.

그를 겨우 갖게 됐는데, 또 다른 '나쁜 남자'가 나타나 기자의 마음을 가져가 버린 것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얘기다.

손에 들어온 뒤에도 아이폰은 까다롭고 도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수신거부 기능이나 개별 통화기록 삭제, DMB 등 한국형 기능들은 아예 없다. 고객 서비스도 바닥을 기는 수준이다.

이 모든 약점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은 은근히 마음이 끌리는 구석이 있다. 확 끌리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손에 붙는 멀티터치, 거의 무한한 기능 확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앱스토어, 그리고 빠른 인터넷…. 불친절하고 도도한 그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장점들이다.

우여곡절 끝에 기자 손에 들어온 아이폰에 이어, 오늘 애플이 또 다시 태블릿PC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대책 없이 설레게 만든다.

아이폰이 통화, 아이팟이 음악감상에 방점을 찍은 모바일 컴퓨터라면, 9.7인치의 아이패드는 e북에 초점을 둔 모바일 컴퓨터라고 보면 된다.

아이튠스를 등에 업은 아이팟이 그랬듯, 아이패드는 '아이북스'를 통해 e북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아이폰을 혁신폰으로 만들어 준 앱스토어와 호환이 돼 14만개 애플리케이션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아이폰의 혁신을 큰 스크린에 옮긴 셈이다.

지난 몇 개월 간 애플은 아이패드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은 온통 아이패드에 대한 소문으로 뒤덮이면서 애플의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여줬다. 실체 조차 드러내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어느새 들어와 버린 또 다른 나쁜 남자(또는 여자)가 된 셈이다.

몸값도 꽤나 비싸다. 최저 사양 버전이 499달러, 3G 망 지원 모델은 629달러. 우리돈으로 각각 58만원, 73만원 가량이다. 39만원짜리 넷북의 메모리 사양 및 저장용량도 아이패드보다 월등한 마당에 결코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아이폰에 반한 이유가 하드웨어 사양이 아니듯이 아이패드에 거는 기대도 같다. 소비자들의 삶에 가져다 줄 '일상의 혁신', 그리고 다른 산업과의 '상생 모델'에 대한 기대다. 그런 이유로 아이폰에 가졌던 설레임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워할 수 없다. 비록 비싸고 도도하고 희망고문 만행까지 저지르지만, '혁신'에 대한 그 기대감 하나 때문에,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

기자는 또 아이패드라는 나쁜남자의 한국 출시를 오매불망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아이폰에 그랬던 것처럼.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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