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희생자 두번 죽이나…警 해명 '오락가락'

용산 철거민 참사와 관련해 경찰과 용역업체가 합동으로 진압작전 나선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용산 참사 당일(20일) 사건 시간대 경찰이 용역업체와 합동으로 진압에 나서는 내용이 담긴 무선통신 내용을 공개했다. 그간 경찰은 용역업체와의 합동 진압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하지만 경찰의 해명은 오락가락하고 앞뒤가 맞지 않아 조직적 은폐 의혹으로까지 확산되는 등 용산 참사 사건은 경찰에 직격탄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회 행전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지난 23일, 24일 연이어 '용산 참사 당시 경찰과 용역업체가 합동으로 진압작전에 나섰다'며 경찰의 무전내용을 공개했다.

김 의원이 23일 1차로 공개한 무전통신에 따르면 경찰직원이 사고 당일 오전 6시 29분 42초부터 18초간 다른 경찰에게 "아울러 용역 경비원들 해머 등 시정장구를 솔일곱(지참)하고 우리 병력 뒤를 따르고 3층에서 4층, 그 시정장치 해제할 진중(진행중)입니다"라고 보고했다. 이에 상급자로 보이는 경찰은 6시 29분 59초에 "18(알았다) 경넷과 함께 용역경비원들 시정장구 솔일곱하고 3단, 4단 사이 설치된 장애물 해체할 중 18"이라고 답했다.

무전내용을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았다는 김 의원은 "용역업체와 무관하다던 경찰의 주장은 거짓말임이 드러났다"며 "오히려 경찰과 용역업체가 합동 진압작전을 벌였다는 확신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오인보고'였다고 강력 부인했다. 경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용역업체 직원들이 내부 진입을 시도하는 것을 경찰이 여러차례 차단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것을 순간적으로 오인해 무전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하루 만에 또다시 경찰-용역업체가 합동으로 내부 진입을 시도하는 내부 무전통신 내용을 2차로 공개해 경찰의 거짓 해명과 함께 내부적으로 조직적 은폐를 시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판만파 확산되고 있다.

김 의원은 24일 2차로 무선통신 내용을 공개했다. 김 대변인은 "참사당일인 20일 오전 6시 24분께 한 경찰관이 진입 상황에 대해 세세하게 보고하자 상급자로 추정되는 다른 경찰관이 지상을 통한 진입로 개척이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 '건물 2단(층)에 철거반들이 있는데 왜 시정이 됐지요?'라고 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고자가 '그 용역들은 작전이 시작되면서 건물 밖으로 전부 철수한 것 같다'고 답하자 상급자는 '아니, 철거반원들이 3, 4층에 있는 장애물 제거 설치를 해야지, 가급적이면 철거반들이 설치하도록 하고 만약에 바로 설치가 안되면 우리 경찰력이라도 3, 4층 장애물 신속하게 제거하도록'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당시 경찰과 용역업체의 합동 진압작전이었다는 정황이 더욱 짙어졌음은 물론이고, 경찰의 거짓 해명 의혹도 더욱 커졌다.

2차로 공개한 무전통신 내용은 1차 공개분의 직권상황으로, 김 의원은 "상급자가 가급적 용역 철거반을 통원, 신속하게 진입로의 장애물을 제거할 것을 지시했다는 사실관계가 매우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상급자로부터 지시를 받고 다시 몇 분 뒤 확인보고를 하면서 '오인보고'라니 경찰의 해명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진실규명을 뒤로 한 채 시종일관 거짓말로 버티고 있는 경찰 수뇌부의 태도가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즉각적인 파면을 촉구했다.

한편 용산 참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정병두 본부장)가 25일 현장 철거용역업체 H건설 본사와 용산사무소를 압수수색하는 등 참사 당시 경찰이 용역업체를 동원한 의혹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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