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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게임산업에 날개를 달아라-상]한국 온라인게임, 마법 끝났나


"야구로 비유하자면 9회말 투아웃이 되도록 점수는 커녕 안타 하나 때리지 못하고 노히트 노런으로 끌려가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시장 상황이 이 정도로 냉각될 줄은 몰랐습니다."

2007년이 저무는 즈음, 게임업계의 어느 종사자가 한 해를 돌아보며 남긴 말이다.

이는 올해들어 새롭게 선보인 80여종의 신작 중 단 하나의 게임도 히트를 기록하지 못한 시장상황을 빗댄 것이다.

◆ 게임 내수시장 불모지로 바뀌다

10년이라는 짧은 역사속에 세계 정상에 섰던 한국의 온라인게임 산업은 2005년을 기점으로 그 성장세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출시 10주년을 목전에 둔 '스타크래프트' '리니지'가 게임인기순위 탑5에 아직도 자리하고 있고 '리니지2' '워크래프트3' 등 출시 4년이 지난 게임들이 10위권에 위치한다. 탑10에 자리하고 있는 게임 중 2006년 이후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은 '서든어택' 하나 뿐이다.

2007년 들어 공개된 게임으로 눈을 옮겨보면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각 게임사들이 수년간 백억원대의 개발비를 투여한 간판게임을 속속 출시했으나 시장의 선택을 받은 게임은 전무하다.

'홀릭' '레퀴엠' '창천' 등이 동시접속자 2만명 선을 오르내렸으나 그 이상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순수 국산게임중, 앞서 언급했던 스테디셀러를 넘어서는 히트작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는 침체가 계속된 것이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인 한국에서 올해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게임은 중국 게임산업의 대표주자 '완미세계'다.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한국의 게임을 일방적으로 수용해 형성됐고 그 수준 또한 우리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는 것이 일반의 견해였다.

그러한 중국 게임이, 극심한 정체를 보이는 한국의 내수 시장에서 가능성을 엿보이며 선전한 것은 중국게임의 한국 추월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란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 '동맥경화'에 걸리다

2005년 이후 한국게임산업은 '내빈외화(內貧外華)'의 양상을 보였다. 국내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된 대신 수출을 통해 활로를 열어, 한국의 게임들이 세계 곳곳에서 태극기를 꽂아왔다.

흔히들 영화산업이 한류의 핵으로 평가돼 왔으나 실상을 따지면 그렇지도 않다. 한국 영화산업의 2005년 수출총액이 7천600만불을 기록한 반면 게임산업은 같은해 5억6천500만불을 달성했다. 영화수출이 2006년 들어 2천500만불로 급감하는 와중에 태극기를 단 한국 게임은 6억7천만불의 수출고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제 수출지형이 달라질 조짐이 보인다. 한국 게임산업의 첫번째 수출관문이었던 중국 시장에서 한국 업체의 입지가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열었던 한국 게임의 점유율은 현지 업체들의 눈부신 성장으로 20%대로 하락했다. 불과 2년전만 해도 5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였었다.

'미르의 전설'과 '뮤'를 각각 수입해간 샨다와 더나인이 이를 통해 불과 수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옛날 일'이 되어가고 있다.

김양신 제이씨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완미세계의 예에서 볼 수 있듯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에서 중국 게임의 추격이 눈부시다"며 "한국의 대형게임을 중국 업체가 사재기하듯 사가는 것은 아마도 엔씨의 '아이온'이 마지막일 것 같다"고 밝혔다.

◆ '샌드위치' 신세된 게임 코리아

외국 게임기업의 독자적인 게임서비스를 허용하지 않고 게임 출시를 위한 사전허가에 해당하는 '판호' 부여과정에서 외국 기업에 유무형의 제약을 가하는 중국정부의 보호무역도 한국기업들에겐 '족쇄'다.

중국 현지에서 저작권을 침탈당하고 로열티 분배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등 한국기업이 대 중국 게임교역에서 입는 '재난' 또한 일과성으로 치부하기 어려울만큼 빈번하다.

당장 2008년 이후 중국이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한국 기업의 입지는 점차 좁혀져가는 양상이다.

시야를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게임 시장의 '본토'로 돌려도 여의치 않다. 미국과 함께 양대 게임강국인 일본의 경우 비디오와 모바일 플랫폼 중심으로 고착된 시장 구도의 변화가 더디다.

문화관광부가 발간한 2007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05년 한국 게임 해외 수출액의 42%를 차지했던 일본 시장은2006년에 그 비중이 32.4%로 급속히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글로벌 게임 시장의 판도 또한 예사롭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엔씨와 넥슨 등 한국의 유력게임사들이 줄기차게 두들겨오던, 게임 시장의 본산인 북미 시장의 화학적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당초 게임과 인터넷 커뮤니티의 특성을 결합한 온라인게임 시장의 성장은 틈새시장을 파고든 창의력의 성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성과가 비디오게임과 PC플랫폼을 아우르는 미래 가치로 주목받으며 게임본산인 북미에서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적어도 온라인 플랫폼에 관한한 한국 시장과의 공조는 시장 진입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블리자드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로 단숨에 온라인 플랫폼에 진입하면서 이러한 인식 또한 깨져가고 있다.

액티비전과 블리자드의 합병, 온라인 플랫폼 진입을 위한 EA의 활발한 움직임 등은 세계 게임시장 주류와 온라인 플랫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게임은 북미, 일본 등 주류 시장에서 몇몇 저사양 게임 외에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주도한 신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점차 좁혀져 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 게임산업에 대한 '끝없는' 가치절하

이러한 국면이 계속되면서 산업 성장을 주도할 상장게임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갈수록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이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던 인터넷 게임주는 11월 중순 이후 낙폭이 더욱 거세지며 '위험수위'에 도달하는 양상을 보였다.

게임산업 대장주(株)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이 한 때 1조원 밑으로 추락, 4만5천원대까지 하락했다. 현존 게임기업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CJ인터넷의 주가는 1만6천원대로 떨어진 후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연이은 적자행진으로 고전해온 웹젠은 11월 중 한때 1만원대의 벽마저 무너져 위기감을 자아냈다.

이들 주요 게임주는 연이은 폭락에 대한 반등으로 12월 이후 일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앞서 언급했던 시장환경이 단기간 내에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만큼 저평가 국면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서울증권 최찬석 연구원은 "게임 개발기간과 비용이 증가했으나 출시 예정일을 지키기 어렵고 게임 수가 늘어나 성공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며 "이러한 게임산업의 특성과 생태계 환경이 게임주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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