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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R&D, 빛과 그림자-중]태동하는 변화의 움직임


올해 초 국내에 진출한 IT 관련 R&D센터들은 '뭇매'를 맞았다. 제대로 된 성과를 발표한 곳도 없는데다 슬그머니 철수해 버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텔은 지난 1월 구조조정 여파를 이유로 국내 R&D센터를 철수했으며 HP의 R&D센터는 '차세대 데이터센터'로 이름을 바꿨다.

이 때문에 국내에 진출한 R&D센터들은 외국의 선진기술을 전파하고 국내 연구개발 기술력 향상에 이익에 기여한다는 기대와 달리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실제로 몇몇 글로벌 R&D센터들은 지사 연구인력들을 그대로 옮겨온 뒤 '간판'만 R&D센터로 바꿔달았다. 또 R&D센터에서 진행하는 연구개발도 대부분 제품 현지화와 영업지원에 치중돼 있었다.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R&D센터 유치 실적에만 급급했던 정부와 국내에 R&D센터란 '이름'만 내건 채 '생색내기'에 바쁜 글로벌 업체들에 쏟아지는 비난도 커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국내에 진출한 R&D센터들이 간판을 달 때부터 '남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시작부터 다른 SW연구소들

인텔이 국내 R&D센터를 철수한 뒤 업계에는 '한국이 R&D센터로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새롭게 R&D센터를 개소하는 글로벌 업체에 대한 시각도 곱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오라클을 시작으로 BEA시스템즈, IBM 등이 잇따라 R&D센터를 개소하면서 조금씩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글로벌 R&D센터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먼저 '연구개발 성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개소한 오라클 첨단연구소 권기식 소장은 "한국에서 연구한 뒤 해외로 역수출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후 개소한 BEA시스템즈 R&D센터 김한주 소장 역시 "연구개발센터 본연의 임무인 '연구개발'에만 주력할 것"이라고 말해 그동안 국내에 터를 잡았던 글로벌 R&D센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을 강조했다.

국내에 '유비쿼터스 컴퓨팅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유비쿼터스분야 연구개발을 진행, 올해 여러 건의 특허와 성과를 선보인 IBM은 지난해 4월 '한국 소프트웨어 솔루션 연구소'를 설립하고 국내 IT 기술을 접목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오라클과 BEA시스템즈의 R&D센터는 기존 글로벌 R&D센터와 달리 지사와 완벽하게 독립된 구조로 운영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오라클과 BEA시스템즈는 지사와 떨어진 건물에 R&D센터를 개소하고 지사 인력과 별개로 새롭게 연구개발 인력을 채용했다. 한국IBM의 R&D센터는 비록 한국IBM 지사 건물에 있으나 한 층을 독립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이 센터에는 한국IBM 직원들의 출입도 통제된다.

김한주 BEA시스템즈 R&D센터 소장은 "글로벌 R&D센터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독립'이 중요하다"며 "본사의 사업과는 별개로 연구개발을 진행해야 성과물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가능성' 있는 시장

지난해 말부터 국내에 R&D센터를 개소한 글로벌 기업들이 이처럼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비단 R&D센터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을 의식해서만은 아니다.

기업이 투자를 진행하는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듯이 이들도 나름의 '속내'가 있다. 이들의 이런 '속내'는 R&D센터 개소 당시 밝혔던 앞으로의 연구분야에 잘 나타난다.

오라클은 R&D센터 통해 임베디드 SW, 전자태그(RFID), 유비쿼터스 분야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BEA시스템즈는 통신과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에 집중하되 IP TV, 유무선통합 등 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의 미들웨어 디바이스와 콘텐츠 분야 연구개발도 하고 있다.

한국IBM은 온디맨드, 뱅킹 솔루션,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유비쿼터스 4개 전문분야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의 연구분야는 통신, SOA, 유비쿼터스 등 한국이 그동안 '잘해왔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분야에 집중돼 있다. 한국의 통신 인프라와 기술력을 이용해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R&D센터를 설립하고 투자를 하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R&D센터 설립을 위해 방한한 이 회사들의 임원들은 모두 "한국은 통신 인프라가 발달해 있고 이 분야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적어도 통신, 유비쿼터스 등 분야에서 한국은 R&D센터 투자지로 가치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본사 반영, 특허 등 가시적 성과도

시작부터 달랐던 이들 소수 글로벌 R&D센터 가운데 개소 1년이 채 되기 전에 BEA시스템즈는 '성과물'을 내놓으며 화제에 올랐다.

BEA시스템즈 R&D센터는 지난 8월 통신사업자들이 새로운 유무선 통합서비스 등을 개발할 때 사용하는 '서비스딜리버리플랫폼(SDP)'을 개발했다. 그동안 설립 2년이 넘도록 성과물을 발표한 적 없는 기존 글로벌 R&D센터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게다가 이 플랫폼은 BEA 본사 제품에 반영돼 내년이면 새로운 솔루션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한 회사의 연구개발 센터에서 개발된 기술이 제품에 반영되는 이 당연한 절차가 주목을 받은 것은 지금까지 국내에 이같은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BEA시스템즈 R&D센터 김한주 소장은 "이 기술은 한국 R&D센터가 주도적으로 수행한 작업"이라며 "본사의 기대가 큰 만큼 앞으로 통신 분야에서 한국 R&D센터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성과 때문에 BEA시스템즈 본사는 국내 R&D센터를 확장하는 등 추가 투자를 진행했다. 또한 BEA시스템즈 한국 R&D센터는 전세계 BEA 연구소 관계자들이 모이는 미팅도 주관했다. 지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수준에서 벗어난 그야말로 R&D센터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4년 개소했던 IBM의 유비쿼터스 컴퓨팅 연구소는 지금까지 12건의 특허를 냈다. 남정태 한국IBM R&D센터 연구소장은 "본사에서도 유비쿼터스나 텔레매틱스 분야 고객 요청이 있으면 한국의 유비쿼터스 컴퓨팅 연구소에 의뢰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결과물'이 주는 의미

이들의 국내 R&D센터의 직원 수가 기존 글로벌 R&D센터보다 매우 많거나 투자규모가 특별히 높은 것은 아니나 업계는 그것보다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성과물에 주목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 글로벌 SW 기업의 관계자는 "이같은 성과물들이 먼저 글로벌 R&D센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다"며 "또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R&D센터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소수이긴 하나 이같은 사례는 국내 발달된 통신인프라와 유비쿼터스 관련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해외 연구기술을 접목, 이를 다시 해외에 역수출시키는 사례의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기 시작한 것을 증명하고 있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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