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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권준모 게임산업회장에 대한 당부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제는 굳이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예언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다. 그의 전망대로 “문화산업은 21세기 최후의 승부처”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게임 산업이 존재한다.

하지만 게임 산업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여타 업종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잘 만들고 잘 판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잘 만든 게 오히려 병이 될 수도 있다. 중독에 대한 사회적 질타라는 반작용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역풍이 불가피하다.

다행히 게임 업계 종사자들이 이 부분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26일 열린 한국게임산업협회 3기 출범식에서 신임 권준모 회장(넥슨 대표)은 “게임으로 대표될 수 있는 문화산업이 국가의 새로운 동력으로 커가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두 가지 엄중한 도전 앞에 섰다”고 말했다.

그 두 가지 가운데 하나가 게임에 대한 여론의 사시(斜視)다. 다른 하나는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무한 경쟁이다. 후자야 어느 업종이건 부닥친 문제다. 개별기업과 협회 그리고 진흥기관이 협력하면 되는 사안이다. 그러나 전자는 다르다. 국민, 특히 학부모를 설득해야 하는 간단치 않은 일임이 분명하겠다.

권 회장과 협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 공동으로 ‘건전게임이용문화 조성사업’ 등 다양한 액션 플랜을 마련하였다.

신임 회장 취임식을 겸한 출범식에서 이를 특히 강조한 것을 보며 협회와 업계가 이제야 문제를 제대로 짚었다는 느낌이다. 사실 주무부처인 문화부와 협회, 그리고 업계가 이런 액션플랜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지난해 불거진 ‘바다이야기 사태’를 겪었던 게 직접적인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게임의 중독성과 3대 문제(사행, 폭력, 음란)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나왔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산발적이고 간헐적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다 ‘바다이야기 사태’를 겪으면서 이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협회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추가로 몇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우선 게임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수동적 자세보다 능동적 자세를 취해주기를 부탁한다. 이를 테면 청소년의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이용시간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학부형한테 알려 스스로 제어하게 하는 방식도 필요하고 중요지만, 게임을 확실한 문화 장르로 만드는 노력도 중요해 보인다.

그러기 위한 방안으로 학부형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순수 문화예술과 게임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방법이 어떨까 싶다. 네이버가 책 관련 사업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북 테마파크 사업을 벌여나가는 방식이 그 예다. 게임 중독성을 다른 순수 문화예술로 해독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게임에 대한 학술적 연구도 더 깊어질 필요가 있다.

스티브 존슨은 그의 책 ‘바보상자의 역습’에서 “드라마나 게임 같은 대중문화가 우리 아이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준다”는 가설을 내세우고 이를 입증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부모는 아직 이를 믿을 수 없다. 존슨의 연구 같은 더 많은 연구서들이 한국 땅에서 나오도록, 업계의 지원이 필요하다.

권 회장은 심리학 교수 출신이다. 아마 게임을 두고 아이와 학부모가 벌이는 갈등과 불화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으로 믿는다. 게임에 대한 국민의 사시를 돌려놓는 일은 그 갈등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할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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