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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공격 견디는 인터넷' 환상 깨졌다


 

"인터넷은 핵 공격에도 끄덕없다는 환상이 무참하게 깨어졌다."

대만 지진 여파로 아시아 일부 지역의 통신이 두절되면서 전 세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지난 27일 진도 7.1의 강진이 대만 남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해저 케이블이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사태로 중국, 싱가포르, 홍콩 지역의 통신, 인터넷 서비스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케이블 소유자들은 인터넷 불통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전화와 인터넷 접속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앞으로 수 주가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만 최대 통신회사인 청화텔레콤과 싱가포르 텔레콤 등은 인터넷 트래픽 병목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백업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핵공격에도 견딘다'는 신화는 잘못된 것"

워싱턴에 자리잡고 있는 통신전문회사 텔레지오그래피의 알란 몰딘 리서치 책임자는 "이번 사태로 핵공격 같은 재난도 견딜 수 있는 인터넷 망이라는 신화가 무참하게 무너졌다"라고 꼬집었다.

몰딘은 또 "인터넷은 일종의 가상 현실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그것들이 물리적인 자산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진이 발생하거나 어부들이 조업도중 실수로 케이블을 잘못 건드릴 경우엔 인터넷 자체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 일부 과학자들이 '패킷 교환방식'이라는 것을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하게 됐다. 망을 통해 음성, 데이터를 전송할 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패킷 교환방식이다.

특히 미국 국방부가 인터넷의 전신인 알파넷(ARPAnet)을 개발하면서 '핵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환상을 심어줬다.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의 이데올로기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신화는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영국 와윅 대학 교수이자 '컴퓨터: 정보기계의 역사(Computer: A History of the Information Machine)'란 책의 저자인 마틴 켐벨-켈리 교수는 "패킷 방식을 활용해 데이터를 좀 더 정확하고 편리하게 전달하자는 것이 인터넷의 기본 설계 방향이다"라면서 "따라서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케이블 밀집 지역 강타했기 때문에 피해 큰 것"

반면 AMS-IX BV의 잡 휘트만 관리이사는 "지역 사용자들이 일부 타격을 받더라도 전체 인터넷망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청화텔레콤의 문제이지 전반적인 인터넷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AMS-IX는 네덜란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와 이동통신 회사 등 250여 곳에 망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지진이 통신망에 큰 피해를 준 것은 상대적으로 많으 해저 케이블이 매설되어 있는 곳을 강타했기 때문이라고 몰딘은 설명했다. 그는 특히 2004년 당시 22만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던 쓰나미 피해 때는 해저 케이블 피해가 전혀 없었던 점을 강조했다.

한 마디로 이번에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은 통신,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 입장에서는 '최악의 지점'이 공격을 당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아시아 지역의 인터넷망은 네 개의 해저 케이블을 통해 연결돼 있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 지역을 연결하는 케이블에 비해 지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 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간 통신의 92%는 대서양에 있는 6개의 해저 케이블을 통해 처리된다.

결국 이번에 대만 지진으로 아시아 지역의 인터넷, 통신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이 지역에 더 많은 해저 케이블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켐벨-켈리가 주장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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