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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커뮤니티-6]'책에 날개를 다는 사람들'... 북 크로싱 카페


 

'안녕하세요! 저는 여행중인 책입니다'

공원의 벤치에서 이런 문구가 적힌 책을 발견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누가 두고 갔을까' 궁금하기도 할 것이고 읽고 싶었던 책이라면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서점이나 도서관이 아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하는 책 한 권으로 하루종일 즐겁지 않을까.

이렇게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며 자신의 책을 '여행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북 크로싱'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책에 날개를 다는 사람들(cafe.naver.com/crossingbook)'.

'북 크로싱'이란 읽고난 책을 공공장소에 놓아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운동으로 발견한 사람은 읽은 책을 공공장소로 다시 내보내는 규칙에 따라야 한다. 한 권의 책이 익명의 여러 사람에게 읽히게 되는 것이 특징.

중요한 것은 책이 한사람에게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여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책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닐 터, 책을 발견하는 모든 사람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운동이 바로 '북 크로싱'이다.

'책에 날개를 다는 사람들'은 '북 크로싱'을 두고 '책을 날려보낸다. 책을 해방시킨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책장 안에 갇힌 책을 해방시켜 보다 많은 사람과 만나도록 하겠다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

덕분에 카페에는 책을 발견하고 가입했다는 신입회원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하철이나 극장, 커피 전문점 등에서 책을 발견했다는 이들의 글은 한결같이 밝고 행복이 묻어난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배려'를 만났기 때문일까.

책을 발견한 사람들은 또한 '북 크로싱'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기도 한다. 자신이 느낀 즐거움을 타인에게도 선사하겠다는 것. 마치 바이러스처럼 '즐거움'이 퍼지게 되는 것이 '북 크로싱'의 특징이다.

'북 크로싱'에는 기본 규칙이 존재한다. '가능한 많은 책을 정해진 방법으로 해방시킨다, 책을 발견한 장소를 사이트에 공지한다' 등이 그것. '북 크로싱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놀이를 중단한다'라는 규칙도 있다. 즐거움과 흥미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장소에 책을 놓아두면 '버려진 책'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사용하는 것이 '북카드'라는 라벨이다. '데려가 주세요, 여행중인 책입니다'라고 적힌 북카드에는 책을 해방시킨 책 주인의 이름과 '다 읽은 후에는 꼭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달라'는 당부를 담는다.

'북카드'는 카페의 회원들이 포토샵 등의 작업을 거쳐 직접 만든 후 필요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게시판에 게재해 놓았다. 출력해서 책에 붙이기만 하면 끝. 책을 발견한 사람들의 이름과 간단한 메모를 적는 '여정 기록표'도 있다.

그러나 '책을 날려요' 게시판에는 구체적인 장소는 적지 않는 것이 규칙이다. 이를테면 '여의도 어딘가'로 적어야만 한다. 기대하지 않은 장소에서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카페의 회원들은 지난 달 '날림'이라는 잡지형 독서노트를 직접 발간하기도 했다.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이나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적을 수 있는 독서노트의 형식을 띤 이 책은 '잡지 코너'에 카페 회원들의 글을 담기도 했다.

6일 저녁에는 서울역 한 카페에서 '날림'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행사와 더불어 작은 모임을 갖는다. 책을 날리고 그 책을 받아 본 사람들이 직접 만나게 되는 것.

15일에는 '북 크로싱 거리 이벤트'도 준비중이다. 서울역에서 '플래시 몹' 행사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책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 카페 회원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책 한권과 책갈피, 엽서 등의 작은 선물을 하나 준비하면 된다.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책'과 관련된 네이버의 다른 카페와 함께 할 계획이다.

카페의 개설자인 차우진씨는 '북 크로싱'의 의미를 "책을 돌려보면서 자신이 느낀 감동을 나누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북 크로싱'을 하다보니 책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책을 읽고 내가 느낀 감동을 그 누군가도 느꼈으면' 하면서 책을 통해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니까요." 그는 "책을 발견하는 사람들도 '북 크로싱'에 적극 동참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당부 또한 잊지 않았다.

차씨는 "현재 카페의 회원 수는 많은 편이지만 막상 여행 중인 책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이 아직 다수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카드'를 붙여 책을 어딘가로 날려보내는 일을 직접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는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는 "책 두 권을 구입해 한 권을 여행보내는 적극적인 회원들도 있다"고 말해 '북 크로싱'에 대한 회원들의 열의를 보여주기도 했다.

책장에서 뽀얗게 먼지를 얹고 잠들어 있는 책이 있다면, '북카드'를 부착해 훨훨 날려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 원하는 장소에 몰래 자신의 소중한 책을 두고 오는 설레임과 함께 카페에서 내 책을 발견한 누군가의 감사인사를 보는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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