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백화점 개점 행사, 신세계만 빠진 이유는?


판촉비 절감·역사 왜곡 지적에 창립 행사 불참한 듯…"차별화 전략"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추석과 연말 사이 비수기를 극복하기 위해 11월 전후로 창립 행사를 벌이는 백화점들이 올해도 다음달 4일까지 인기 품목을 저렴하게 선보이며 고객 유치에 나선다.

그러나 롯데, 현대,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과 함께 백화점 창립 기념 행사를 벌이던 신세계가 지난해부터 이를 내건 행사를 벌이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 현대,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은 다음달 4일까지 겨울 시즌 인기 품목을 중심으로 정상가 대비 최대 90% 할인 판매하는 '창립 기념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 창립 39주년을 맞이한 롯데백화점은 이번 행사에서 41개 브랜드와 함께 기획한 직매입 상품들을 선보인다. 또 다음달 4일까지 전 매장에서 '와인 슈퍼 쇼'를 열고 총 100만 병의 와인을 판매한다. 특히 아르헨티나산 ‘트라피체 서울 에디션’을 2000병 한정으로 5만 원에 내놓는다.

본점, 잠실, 영등포점 등 주요 점포에서는 '쇼트(Short) 아니면 롱(Long)! 겨울 패셔니스타' 행사를 통해 롱패딩 등 겨울 의류를 최대 70% 저렴하게 선보인다.

창립 47주년을 맞은 현대백화점은 전국 15개 점포에서 '고객 감사제'를 진행한다. 29일부터 11월 1일까지는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판교점에서 '현대 모피 대전'을 열고 유명 모피 브랜드 신제품을 최대 50% 저렴하게 선보인다. 무역센터점에서는 26일부터 28일까지 10층 문화홀에서 현대 리빙 페어'를 열고 식기, 침구 브랜드를 30∼60% 할인 판매한다.

창립 39주년을 맞는 갤러리아백화점은 갤러리아카드 소지 고객을 위한 '패밀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전 지점에서 진행되는 갤러리아카드 데이는 카드 결제 고객에 한해 정상 상품 5%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럭키박스 이벤트도 실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들의 진짜 생일은 지금이 아니지만 창립 기념 행사가 모두 10월 말~11월 초에 몰려 있다"며 "이는 지금이 가을 세일과 겨울 송년행사 사이에 끼어 있는 비수기인데다 겨울 대목 시즌에 돌입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업체들의 전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그룹의 전신인 금강개발산업이 설립된 1971년 6월 15일이 창립기념일이다. 그러나 창립 기념 행사를 할 때는 압구정본점 개점일인 1985년 12월 1일을 앞세워 10월 말~11월 초에 진행한다.

갤러리아백화점은 한양쇼핑센터 영동점(현재 갤러리아명품관 웨스트)이 개점한 1979년 9월에 사업을 시작했으며, 롯데백화점은 법인명을 롯데쇼핑으로 바꾼 1979년 11월 15일을 창립기념일로 삼고 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당시 롯데쇼핑센터)이 개점한 날짜는 1979년 12월 17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연말 세일 이전에 고객을 유치해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창립 기념 행사'를 벌이는 것"이라며 "다만 작년부터 신세계백화점은 다른 백화점들과 달리 '창립 기념 행사'라는 타이틀을 내세우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신세계가 이 같은 전략을 나타낸 것은 그동안 시코르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무리하게 자금을 투자하며 판촉비를 대폭 절감한 것이 그 이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세계백화점은 천편일률적인 '창립 기념 행사'가 고객들의 관심을 크게 유도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행사를 좀 더 차별화 시키고자 작년부터 이를 내세운 행사를 실시 않았다는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창립 기념 행사'라는 이름을 내걸지 않는 대신 다른 백화점들과 동일하게 상품권을 상품으로 지급하고 할인 행사를 벌이는 것은 비슷하다"며 "단가가 높은 겨울 시즌 신상품을 더 잘 판매하기 위해 '패션위크' 등을 내건 행사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이 같이 나선 것을 두고 백화점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점을 부각시키지 않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세계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삼성그룹이 1963년 7월 15일 동방생명과 함께 동화백화점을 인수해 백화점 사업에 뛰어든 때지만, 신세계백화점은 올해를 개점 88주년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이는 국내 최초 백화점인 경성 미쓰코시백화점의 개점일인 1930년 10월 24일을 생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업을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부터인 것이 맞다"며 "올해가 88주년"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2차 세계대전 중 악명을 떨친 전범기업인 미쓰이 재벌이 만든 미쓰코시 백화점 자리에 1963년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서긴 했지만 이를 자신들의 역사인 것처럼 소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쓰코시 백화점은 신세계와 사업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신세계는 그룹 공식 블로그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를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쓰코시 백화점 경성점은 광복을 맞은 뒤 이름이 지워졌고, 그 자리에는 6·25 전쟁을 거치며 미군 PX가 들어섰다. 또 1955년 동화백화점으로 운영된 뒤 1962년 동방생명으로 넘어갔고, 삼성그룹이 1963년 11월 백화점 건물을 인수하며 신세계가 탄생했다. 그러나 신세계는 이미 2010년에 80주년 행사를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 자신들의 사업과 관계 없는 백화점 건물 역사까지 자신들의 역사로 포함시켜 특이한 듯 하다"며 "몇 년 전부터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면서 여론이 민감해지자 이 사실이 더 부각될 것을 염려해 작년부터 개점 행사도 진행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백화점 개점 행사, 신세계만 빠진 이유는?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