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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SW, 과연 대안인가 - 하] 세가지 성공조건


 

리눅스라는 검증된 플랫폼을 확산시켜 그 기반위에 새로운 응용SW의 개발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SW산업을 만들어보자는 정부의 취지나 명분은 분명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정책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기업들이 신뢰를 보내고 동참했을 때 정책의 성공은 보장된다.

그런데 왜 시장은 선뜻 정부의 공개SW 육성정책에 뜨악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개SW 육성정책은 또 하나의 구호성 정책이 될 수 밖에 없다. 공개SW 육성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열쇠인 셈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인 시각을 요약하면 크게 세가지다. ▲ 공개SW가 과연 돈이 되는가 ▲ 리눅스 플랫폼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가 ▲ 정부의 정책 의지는 과연 믿고 따를 만한 것인가.

이밖에 GPL 라이선스에 대한 방어전략의 수립,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의혹의 눈초리 등도 대비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 공개SW, 돈이 되는가...SW 가치인식의 문제

공개SW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공짜'라는 인식이다. '공개SW=공짜'라는 등식은 분명 공개SW의 한 쪽 면만을 바라본 잘못된 인식이다.

공개SW도 분명 지적재산권이 있다. 단지 그것을 공유하자는 의미다. 소스를 공짜로 쓰되, 공유해야 하고 상용 목적으로 쓸 수 없을 뿐이다.

그렇다고 공개SW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라이선스가 아닌 서비스에서 수익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로서 SW를 인식해달라는 것은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컨설팅이나 유지보수로 대표되는 서비스 시장은 분명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SW가 확산된다고 해서 큰 돈이 될 것이라고 뛰어들 기업들이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이와관련 정부는 공개SW 육성전략의 핵심을 "정부는 리눅스 플랫폼 확산을 적극 지원하고, 실제 기업들의 경쟁력은 리눅스 기반위의 애플리케이션에서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리눅스 기반에서 돌아가는 상용 애플리케이션 육성 전략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속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SW기업들이 많지않다.

게다가 SW개발업체들이 정책의 취지를 이해했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고객들의 마인드가 변하지 않는다면 비즈니스 모델로써 결코 매력적인 시장일 수 없다.

국내 SW업체의 한 CEO는 "공공 시장이 중요한 만큼 정부 정책을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면서도 "리눅스 하면 싸다는 인식이 떠오르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기업들에게 수익성 확보를 보장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한다.

리눅스 전문업체를 제외한 대다수 국내SW업체들의 반응도 이와 유사하다. 이는 정부 정책이 아직은 국내 상용SW업체들로부터 충분한 이해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식상한 얘기처럼 들리는 'SW에 대한 가치 인식 부족'이란 근본적인 문제가 공개SW 육성정책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공개SW' 자체에만 매몰되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SW 자체의 인식 변화가 근본적인 전제가 되지 않는 한 공개 SW는 결국 '공짜다', '싸다'라는 인식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개SW 육성 정책의 성공을 위한 제1조건은 SW 자체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정부 스스로 솔선수범해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리눅스를 쓰면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워 공개SW 육성정책을 추진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은 "SW 가치인식 문제와 공개SW 육성전략은 별개의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고 원장은 "SW 가치인식의 변화는 공개SW를 포함한 국내 SW산업의 대전제"라며 "우리도 공개SW 육성정책을 추진하면서 '싸니까 리눅스를 써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을 가장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리눅스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있나

최근 리눅스 관련 프로젝트를 보면 대형 SI업체와 다국적 IT업체들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리눅스 배포판,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ERP 등 응용SW가 대부분 외국업체 제품들이다.

레드햇과 노벨 등 글로벌 리눅스 배포판 업체들과 관계가 없다면 리눅스 생태계에서 국내 업체들의 활동공간은 더욱 좁아진다.

리눅스 보급이 확산됐다고 해서 국내SW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리눅스 시장 역시 윈도우나 유닉스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IBM이나 오라클 등 글로벌 거인들이 이미 한발 앞서 있다는 얘기다.

외국 SW업체의 한 임원은 "글로벌 SW업체들의 경우 이미 리눅스 기반 솔루션을 준비해 놓은 상황인데 한국업체들이 특별히 할 게 있겠느냐"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정부의 대답은 "그래도 리눅스 플랫폼 시장은 이제 시작이고 충분히 좇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윈도우나 유닉스 플랫폼 기반 솔루션에선 우리나라 업체들이 100m나 뒤떨어져 있다면 리눅스 플랫폼 시장에서는 고작 10미터 정도 뒤떨어졌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리눅스 지원 전략을 앞다퉈 얘기하고 있지만 아직은 마케팅 차원의 얘기일 뿐 실제 움직임은 미미하다는 분석도 곁들인다.

그러나 리눅스 플랫폼이 확산되고 경쟁이 시작된다면 글로벌 기업들이 공세를 취할 것이 분명한 만큼, 공개SW 정책으로 국산 SW 업체들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은 자칫 시장을 만들어 외국업체에게 내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 앞으로 국내업체들의 참여를 확산시킨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아직 명쾌한 전략은 나와있지 않다.

시장 개입의 오해를 불러일으켜서는 안되겠지만 국내 SW업체들의 적극적인 리눅스 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지원하기 위한 전략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국내 주요 상용SW업체들의 리눅스 시장 진입 속도는 정부 정책이 제대로 굴러가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로 작용할 것이다.

◆ 정부 확고한 의지가 신뢰를 부른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자체 집계한 '2003년 소프트웨어산업 수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 수출되는 응용SW 가운데 윈도 계열이 60.6%, 리눅스 계열이 5.6%, 유닉스 계열이 7.5%, 기타 26.3%를 차지하고 있다.

윈도 계열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부 정책은 리눅스 점유율을 지금보다 끌어올리려는 인위적인 시장 재편의 성격을 띄고 있다. 정부가 일관된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셈이다.

국내 SW업체들은 정부 의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공개SW 육성을 핵심정책으로 설정한 것을 감안하면 관련 업계의 이같은 반응은 역설적이다.

정통부는 지난 2000년을 전후로 리눅스를 육성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한국리눅스협의회도 당시 발족됐다. 정부가 바람을 넣자 리눅스 하겠다고 뛰어든 업체들도 우후죽순 늘어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당시 정책은 '실패작'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겨우 살아남은 리눅스 업체들은 "거액의 돈을 투자하고도 지금 남아 있는게 뭐냐"며 정부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시장에서 수요는 없는데도 엉뚱한 개발 프로젝트에만 자금이 대거 투입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는게 업계 설명이다.

일단 정부는 공개SW 육성정책은 최소한 2007년까지는 추진된다고 못박고 있다. 일회성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또 이번에는 시장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에 과거의 그것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공개SW육성에 대한 정부 의지는 그 어느때보다 강해 보인다. "한쪽에 너무 치우친것 아니냐"란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

그러나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겅보고 놀란다'고 이미 한차례 겪은 뼈아픈 경험 때문에 이번 정부 정책에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더구나 정부의 정책이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 '도로아미타불'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에 불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 확고한 정책 추진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정책 추진의지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예산 확보와 이를 기반으로 한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 '공개SW'를 넘어서…

이밖에 정부의 공개SW 육성정책과 관련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GPL라이선스' 문제도 충분한 검토와 방어전략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리눅스는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에서 관리하는 GPL라이선스의 적용을 받는다. FSF는 GPL라이선스가 적용되는 소스코드를 사용한 2차 저작물에 대해서도 라이선스 규정에 따라,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단 한 줄만 사용해도 GPL라이선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GPL이 적용되는 소스코드를 사용한 2차 저작물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FSF와 IT업체간 분쟁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앤비디아, 소니,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이 FSF 및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분쟁에 휩싸인 바 있다.

비록 GPL 라이선스 문제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리눅스 기반 솔루션을 개발하는 세계 SW업계 전체에 해당되는 일이긴 하지만, 잠재적 불안요인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렇듯 정부의 공개SW 육성정책은 여러가지 풀어야할 숙제가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공개SW 육성전략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정책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공개SW 육성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기대했던 성과를 얻는다면 소프트웨어 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공개SW 정책은 소프트웨어 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를 반드시 전제해 추진돼야 한다. 앞서 지적했듯 공개SW 자체를 넘어 소프트웨어대한 가치 인식의 변화라는 대전제가 기반이 됨으로써 범SW 정책의 바로미터가 돼야 한다.

또한 정책 의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과 예산확보가 시급하다.

여기에 더해 판만 벌릴 것이 아니라 국산 SW가 조기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직간접적인 지원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정책'이나 '반독점 장치' 등을 엄격히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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