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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일회용 컵' 단속 첫날…"그게 뭐예요?" 가이드라인 몰라


일부 점포, 환경부 가이드라인 인지 못해…"소비자도 과태료 부과해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앉아서 마시면 일회용 컵을 쓰지 못한다구요? 사장님에게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어요."

환경부가 커피숍과 패스트푸드점 '일회용 컵' 남용 단속에 들어간 첫 날인 2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동네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한 아르바이트생은 '커피숍 안에 앉아 있어도 일회용 컵을 사용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당황해 하며 이같이 대답했다. 아르바이트생은 "드시고 가실 건가요?"를 주문 시 물었지만 음료 제조를 위해 집어든 것은 '일회용 컵'이었다.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과 상도동에 위치한 동네 카페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커피숍 안에 있는 손님들은 대부분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며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지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카페 직원들 역시 그런 손님들을 보면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환경부는 2일부터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 매장 안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과태료는 매장 규모와 위반 횟수에 따라 5만~50만원으로, 3번 이상 적발될 경우 200만원까지 부과된다.

환경부는 당초 1일부터 일회용 컵 남용 단속을 시행하려고 했으나, 각 지방자치단체별 단속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각각이어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자 시행일을 하루 늦췄다. 전날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담당자와 간담회를 열어 일회용품 점검 기준 등을 논의하고, 공통된 점검 기준을 마련했다고 했지만 시행 첫날 현장에서 마주한 모습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환경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지자체 담당자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점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사진을 찍어 제보하는 '컵파라치'를 통해선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또 ▲적정한 수의 다회용컵을 비치했는지 ▲주문 시 소비자의 테이크아웃 여부를 확인했는지 ▲사업주가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불가를 고지했는지 등을 점검키로 했다. 특히 지자체 담당자가 현장 방문 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 고객이 테이크아웃 의사를 밝히고 선택했는지 물어본 후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음료 메뉴 주문 시 고객들에게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 사용을 권유했느냐, 안했느냐가 관건"이라며 "지자체 담당자가 일일이 현장을 다 살펴볼 수도 없고, 기준도 주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제재를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 커피 전문점들은 일단 이전부터 매장용 컵을 미리 준비해 놓는 등 환경부의 지침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큰 혼란은 없는 듯 하다"며 "일반 동네 커피숍들은 매장용 컵도 부족할 뿐더러 환경부의 지침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곳도 많지 않아 지자체 담당자들이 이를 감시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서울 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에 있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10여 곳을 방문한 결과, 동네 커피숍들은 매장용 컵보다 일회용 컵에 음료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셀프 주문기가 설치된 일부 패스트푸드 매장들 역시 일회용 컵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곳곳에 눈에 띄였다. 셀프 주문기는 일회용 컵과 매장용 컵 사용을 고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지만, 매장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는 하지 않았다.

대형 커피전문점들은 주문 시 매장 내에서 마실 경우 다회용 컵을 제공한다고 고지를 했지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관악구에 있는 투썸플레이스 매장은 약 70%의 고객이 테이블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인근에 있는 커피빈 매장은 약 40%, 동작구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은 60% 정도가 일회용 컵을 든 고객들이 앉아 있었다.

반면 신림역 인근 커피전문점들은 대부분 일회용 컵 사용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엔제리너스커피 매장은 1~3층 매장 모두 테이블에 앉은 고객들이 매장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고, 휴지통에도 물을 마시기 위한 종이컵 몇 개만 버려져 있을 뿐 일회용 컵은 보이지 않았다. 할리스커피와 스타벅스 매장도 대부분의 고객들이 매장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많지 않은 오전에 방문한 탓에 잘 지켜지고 있는 듯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이 많지 않은 지역은 일단 잘 지켜지는 듯 보이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매장 내 소음 때문에 고객들에게 다회용 컵 사용에 대해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곳들도 있다"며 "일부 매장에선 일회용 컵을 고집하는 손님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해 난감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곳보다 가맹점이 많은 곳들은 점주들이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방안을 두고 가맹본부에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폭염으로 장사가 잘 되면서 인력이 부족한 데다 이번 일로 늘어난 설거지를 감당하는 것도 버거운 상태여서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큰 상태"라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일단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 컵 남용 단속에 들어간 정부의 취지에 대해선 깊이 공감했다. 그러나 계도 기간이 한 달여 밖에 안돼 관련 업체들이 이를 대비하기에 시간이 부족했고,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에 환경부가 적극 나서지 않은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또 관련 업체와 카페 운영자들에게만 과태료를 부과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이 같은 제재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기업과 소비자가 큰 혼란 없이 동참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거리에 일회용 컵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거나, 일회용 컵 대체제를 생산하는 기업에 장려금을 주는 등의 방안을 먼저 펼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법을 만들어놓고 정부는 뒷짐지고, 소비자는 반발하고,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을 운영하는 이들만 법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반발했다.

이어 "소비자들도 이 같은 방침에 저항없이 동참하게 하려면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준이 모호해 현장에서는 소비자들과 마찰이 생기기 일쑤고, 정부에서 법 적용은 엄격하게 한다고 하니 너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 속에 대형 커피전문점들은 다회용 컵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 엔제리너스커피는 이달 중순쯤 빨대가 필요 없는 플라스틱컵을 출시할 예정이며, 스타벅스는 종이 빨대를 도입한 시범매장을 운영하고 올해 안으로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컵 뚜껑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디야커피는 9월까지 전국 2천500여 가맹점에 매장별로 머그잔 10개, 유리컵 10개를 각각 무료로 지급할 예정이며, 개인 전용컵을 가져온 고객에게는 음료 주문 시 제품 가격의 약 10%를 할인해주기로 했다.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는 빨대를 요청한 고객에게만 제공키로 하고, 조만간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컵 뚜껑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이날부터 40일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에 따라 이르면 11월부터 대형마트 2천여 곳과 슈퍼마켓 1만1천곳에서 제공되던 일회용 비닐 봉투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제과점 역시 유상으로 일회용 비닐봉투를 제공해야 한다.

또 세탁소 비닐과 운송용 에어캡, 우산용 비닐, 일회용 비닐장갑, 식품 포장용 랩 필림 등 비닐 5종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품목에 추가됐다. EPR 품목에 포함되면 제품이나 포장재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 재활용까지 생산자가 책임져야 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은 이미 환경부와 협약을 맺고 비닐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던 만큼 이번 방침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며 "채소류 등을 담던 비닐 롤백 등도 사용량을 연내 50% 가량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방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하나로마트나 동네 슈퍼들이 아직까지 일회용 비닐봉투를 제공하는 곳이 많아 이들을 위한 준비 기간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대형마트들은 장바구니를 대여하거나,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미 일회용품 줄이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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