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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PACS 업무정지 처분 취소해야"...업계 지적


 

오는 19일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제도개선 회의를 앞두고, 식약청이 PACS업계에 부과한 업무정지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행정법원이 PACS 관련 소송에서 식약청 손을 들어줬지만, 의료정보화 시장에 미치는 파장과 국민 복지를 고려한다면 식약청의 인식 전환과 새로운 품목허가 제도 도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한 오는 5월30일부터 시행되는 '의료기기법' 하위규정에 소프트웨어 품목허가 제도 도입을 위한 근거 규정을 만들어, 원격의료시대에 대비한 선진 의료기기 관리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원, 법조문에 얽매여 파급효과 도외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일 메디칼스탠다드, 네오비트, 레이팩스, 인피니트테크놀로지, 마로테크 등 5개 PACS업체가 낸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PACS 제조업체들은 ▲PACS 소프트웨어는 PACS 구성요소중 일부에 해당해 식약청이 허가해야 하는 현행 약사법에서 규정한 의료용구에 해당하지 않고 ▲PACS의 핵심 기능은 소프트웨어이므로 식약청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분리해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PACS 제조업체들이 현행법에 근거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포함해서 일부 제조품목허가를 받았고 ▲시행될 '의료기기법'에도 소프트웨어란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며 ▲미국의 연방행정 규정에도 PACS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특히 법원은 무허가 의료용구가 사용될 경우 국민보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며 원고들의 불이익보다 공익적 필요가 큰 만큼 처분은 적법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관련 업계와 IT 법제도 전문가들은 법조문에 얽매인 불합리한 판결이라고 보고 있다.

PACS 업계 관계자는 "PACS 제조업체들이 현행법이 부당함에도 일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포함해서 제조품목허가를 받은 것은 식약청의 압박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이뤄진 일"이라며 "현행 법이 잘못돼 있는데, 이에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함께 품목허가를 받았다는 사실만 강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주지홍 박사는 "5월30일부터 시행될 의료기기법에 소프트웨어 명문 규정이 빠졌다고 해도 식약청의 정책 방향에 따라 소프트웨어 분리 심사제도를 충분히 도입할 수 있는 문제"라며 "미국의 연방행정규정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모두 포함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FDA(식품의약국)는 의료용 소프트웨어만 분리심사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등 실제 규제 내용은 다르다"고 말했다.

국내 PACS 업체도 미국 FDA로부터 소프트웨어 분리 심사를 받아 품목허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또 "국민 보건과 원고들의 문제를 대비한 것도, 원고들이 PACS의 의료기기 규정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고 합리적인 규제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것인 만큼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주지홍 박사는 정통부로부터 정보화 법제정비 분야 연구과제를 받아 'PACS 품목허가제도'에 대한 개선 방향을 연구해 왔다. 그는 연구 결과 현행 법제도는 의료정보화 기술 발전 추세에 맞지 않아 소프트웨어 단독 허가제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말한다.

그는 정통부를 통해 관계부처에 이같은 주장을 제시했으나, 복지부와 식약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식약청, 합리적인 제도 개선 나서야

PACS를 둘러싼 식약청의 정책 판단이 중요한 이유는 관련 산업이 죽고사는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소송에서 패소한 기업중 일부는 PACS를 설치한 병원들로부터 위약금까지 물어야 하는 만큼, 도산이 예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행 약사법과 5월30일부터 시행되는 의료기기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의의 피해자는 의료정보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려는 병원일 수도, 원격의료서비스를 통해 국민 복지를 높이려는 통신서비스 회사일 수도 있다.

의료기기법이 시행되면 PACS 제조업체 뿐 아니라 (식약청 규제대로라면 허가받지 않은 불법 PACS를 설치한) 병원도 처벌받을 수 있으며, 하드웨어 통합 허가제도를 다른 분야로 확대할 경우 원격의료서비스 업체도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지홍 박사는 "미국의 경우 의료정보화 솔루션에 대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정부 정책이 정해지면서, 어떻게 소프트웨어를 규제할 것인가에 대해 통신프로토콜을 관장하는 통신위원회와 FDA가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PACS 등 의료정보화 현실은 미국보다 앞서 있는데, 이를 감독할 법제도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 기회는 있다

식약청은 PACS 업체에 대해 규제하면서 나름의 유연함을 보여왔다.

원래는 제조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은 병원에 판매할 수 없는데, 판매 후 사용되기 전에 시험검사를 받고 허가받은 경우는 문제삼고 있지 않는 것.

이는 어찌 보면 법 위반이다. 약사법에는 제조품목 허가를 받고난 후 의료기기를 매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이번에 문제가 된 기업들 외에도 지이메디칼시스템코리아, 현대정보기술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

하지만 식약청은 PACS의 비즈니스 흐름을 고려해서 법 적용 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식약청이 마음 먹기만 한다면, PACS 분야의 갈등도 슬기롭게 해결될 수 있다.

PACS가 국내 의료 선진화에 기여한 부분이 인정되는 만큼, 보다 합리적인 규제제도를 만들기 위해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과 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또 과거에 (불안정한 법제도에 의해 범법자가 된) PACS 업계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은 유예할 수 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최근 식약청과 PACS 업계가 벌이는 논쟁을 지켜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식약청도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고 하는데 자기 논리에 빠져 한 가지를 고집하기보다는 전문가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의료기기법 하위규정에 소프트웨어 별도 허가 기준을 명문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대타협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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