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5일 이후 집으로 배달되는 각종 고지서 봉투를 받고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중요한 변화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주소란의 모양이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OO시 OO구 OO번지 홍길동 앞'이라고 돼 있던 것이 'OO시 OO구 OO로(路) XX 홍길동 앞'형태로 바뀌게 된다. 전자의 형태를 '지번주소'라 하고 후자의 형태를 '도로명주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100년 넘도록 지번주소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관한 법률'이 공포됨에 따라 올 4월부터는 도로명을 기초로한 주소가 대한민국의 법정주소로 사용되게 된다. 이 때부터는 공식주소는 도로명주소가 되는 것이다. 다만 혼란을 줄이기 위해 오는 2011년까지는 기존의 지번주소와 도로명주소를 함께 사용하고 2012년부터는 도로명주소만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왜 이렇게 바꾸는가. 지금까지 사용하던 지번주소는 1910년대 일제가 토지수탈과 조세징수를 목적으로 만든 지적제도에 의한 것으로 이 주소제도를 사용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일본마저 1962년도에 주소제도를 바꿨으며 선진국은 물론 중국과 북한도 도로명방식의 주소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낡은 제도를 100년가까이 고집해 왔던 것이다.
기존 지번방식에 의한 주소제도는 60~70년대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잦은 분할과 합병으로 지번배열이 무질서하고 복잡해져 주소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예를 들어보자. 인천시 계양구 서운동 55번지 바로 옆에 600번지대가 붙어 있다. 이처럼 배열이 순차적으로 돼 있지 않은 곳이 많다. 만약 119 구급대가 신고를 받고 출동해야 할 주소가 56번지라면 55번지 바로 옆이라고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계양구 작전동 산1-2번지에는 15개의 가옥이 들어 있다. 같은 번지에 이름만 다른 주소가 15개나 되는 것이다. 우체부가 편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해보라. 집집마다 문패를 확인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편지를 전달할 수 없다.
이에 비해 도로명주소의 경우 도로의 시작 지점과 끝지점을 정한 후 시작 지점에서부터 끝 방향으로 왼편은 홀수 오른편은 짝수번호를 차례로 붙여나가게 돼 주소만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도로명은 시·군·구별로 지명위원회가 역사성 등을 고려해 짓게 되는데 아름다운 이름들이 많다. 진달래길, 희망로, 한빛로, 쌍우물길 등등...

행정자치부의 분석에 따르면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게 되면 초행길 찾기 비용, 물류비 등 연간 4조3천억원의 비용이 절감된다. 일반인들은 모임장소를 쉽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고, 환자이송이나 사고지점 신고 등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기업도 고객관리(CRM)가 편리해지고 택배 업체는 시간과 경비를 줄일 수 있다.
택시기사는 손님을 좀더 정확하고 빠르게 모실 수 있다. 또 요즘 유행하는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지도제작에 따른 별도의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 시간에 자사만의 차별적 서비스 개발에 주력해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제작한 기본지도를 기초로 업체별로 포맷을 하고 업데이트를 해야만 했다. 행자부도 "전자지도를 민간 부문과 연계해 자동차 내비게이션 활용 등 국민편의를 높이는 데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도로명주소는 향후 새롭게 건물을 지을 때 의무적으로 주소를 받도록 돼 있어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된다. 기존 지리정보원의 지도는 5년내외로 업데이트 됐으며 민간이 제공하는 전자지도도 업데이트 주기가 1년 가량 됐다.
도로명주소 통합DB센터 구축을 담당한 한국공간정보통신의 강인수 부사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주소는 찾아가는 수단으로서 보다는 재산권 표시의 개념이 더 커 본래의 기능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고치지 못해 왔다"며 "도로명주소야 말로 주소로서의 본래의 기능을 함으로써 국민들의 생활편의는 물론 기업에도 큰 도움을 주는 유비쿼터스 시대 최적의 위치정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97년부터 서울 강남구와 안양시 등 6개 지역에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102개 시·군·구에 도로구간설정, 도로명부여, 도로명판설치, 건물번호판 부여 등의 작업을 완료하고 나머지 132개 시·군·구는 오는 2009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도로명주소 사용의 홍보와 사용확산를 위해 올해 1월 1일 '새주소' 홈페이지(www.juso.go.kr)를 개설하고 각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여기서 제공되는 데이터는 시·군·구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이를 전국단위로 표준 통합해 제공한다. 이들 데이터는 인터넷 포털과 내비게이션, 위치기반 서비스 등에 제공돼 관련 사업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112나 119 등 공공부문 서비스의 품질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주소' 홈페이지에서는 도로명주소를 표기한 전국 각지 건물의 위치는 물론이고 건물의 용도, 상호, 건물설계도, 비상구 위치등이 단계적으로 정부는 물론 민간에도 제공된다. 이에따라 재난대응이나 신속한 물류처리 등의 목적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기존의 지번주소를 입력해 도로명주소로 변환할 수도 있다. 특히 휴대전화를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는데 '8212(빨리이리)'를 누른 뒤 각 이동통신사의 인터넷 접속버튼을 누르면 전자지도에 접속할 수 있다. 별도의 통신료 부담은 없으며 휴대전화 사용료만 내면 된다.
통합DB사업을 맡은 한국공간정보통신은 이 서비스를 수출 모델로 내심 벼르고 있다. 즉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스템 구축 노하우와 모바일서비스, 내비게이션산업으로의 활용 경험등을 수출상품화 하겠다는 것이다.
도로명주소가 분명 편리하긴 하지만 문제는 너무도 오랫동안 기존 지번주소 방식에 익숙해 있는 국민들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도로명주소 사용으로 넘어가도록 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의 주소도 바꿔야 한다. 또 도로명만을 법정주소로 사용하게 되는 2012년까지 5년 남았지만 민간기업의 준비를 부추기는 일도 만만치는 않다. 당장 이동통신사의 가입양식 및 요금고지서 주소, 신용카드회사나 보험사의 각종 양식 등을 바꿔야 한다. 일반인들도 인터넷 회원가입시에도 자기집 주소를 도로명주소로 사용해야 하는데 익숙해 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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