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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화대중화시대④]접속료 이슈 부상


태어난 지 10년 된 인터넷전화(VoIP)가 이제 막 활성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전화는 전체 유선전화(PSTN) 가입자 약 2천400만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을 계기로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에 인터넷전화가 처음 등장한 시기에 비해 지금까지 유선전화를 대체한 정도는 미약한 편이다.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을 고려하면 그 정도는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기득권의 요구와 정부와 사업자의 의지 부족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터넷전화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KT, LG데이콤, SK브로드밴드 등 기간사업자가 전략 서비스로 인터넷전화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이다.

정부와 업계 및 관계기관에서는 가계통신비 절감과 일자리 창출에 효과를 내리라 기대되는 인터넷전화 활성화라는 숙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시내 및 시외전화 시장에서 후발사업자가 별 재미를 보지 못해 사업자 간 경쟁이 촉진되지 않은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발사업자에 대한 배려 필요

통신시장에서 후발사업자에 대한 배려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동통신사업자 간 번호이동을 SK텔레콤이나 KTF보다 LG텔레콤에 먼저 허용한 점이나, LG데이콤 등 후발 시외전화 사업자 보호를 위해 가입자선로 접속료를 면제해준 점 등 사례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인터넷전화와 유선전화를 한 시장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정신량 벨컴 대표가 지난 2005년 7월 발표한 '한국의 인터넷전화 통화수요함수에 관한 한 연구' 논문에는 인터넷전화는 유선전화의 대체제 관계는 아니지만, 보완적인 특성은 높게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신량 대표는 "이 연구는 번호이동이 시행되기 전 결과이며, 만약 시내전화 번호를 그대로 인터넷전화에서 쓸 수 있는 번호이동이 시행된다면, 대체관계가 꽤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번호이동을 계기로 인터넷전화와 유선전화 간 시장을 나누는 장벽이 제거됐다는 의견이 많다. 유선전화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전화와 유선전화 시장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업계가 가장 크게 요구하는 점은 수익성 개선이다. 후발주자로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수준으로 수익성을 가져가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인터넷전화 사업을 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는 업체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다. 통신 사업 자체의 특성상,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수익을 내기 위해선 가입자를 적정 수준 확보해야 하는 등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넷전화 업계는 접속료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인터넷전화 업계의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전화 사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총 매출 대비 접속료 비중이 60%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전화를 사용하면서 사업자에게 통화료를 지불하는 총 액수에서 60% 이상이 다른 통신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접속료로 빠져나간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터넷전화 사업자가 유선전화 사업자에 줘야하는 착신접속료는 분당 매출의 약 90%를 차지한다는 분석이 있다.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통화할 때 평균 1분당 19.8원(통화료는 3분당 38원)의 매출이 발생하는데, 유선전화 사업자에 줘야 하는 분당 접속료가 18.9원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업계 관계자는 "망이용료까지 합치면 매출의 70% 이상을 접속료로 내야 하는 상황에서, 광고비, 영업비, 회사 운영비 등을 빼고나면 도저히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올 하반기에 2008~2009년 통신사업자 간 상호접속료 산정이 결정되리라 예상되는 가운데, 각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 방통위에서도 극심하게 말을 아끼고 있다. 상호접속료 결정의 원칙은 비용과 서비스 가치 등이 병합적으로 고려가 되고, 그 중 원가와 통화량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인터넷전화 사업자가 접속료로 인해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하고 있는 반면, 유선전화 시장의 약 9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KT 역시 접속료에서 인터넷전화 업계의 요구대로 가입자선로 구간을 원가로 인정받지 못 한다면, 수익에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또 인터넷전화 사업자 역시 음성 통화로만 수익을 내려고 하기 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부가서비스 등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하는 문제가 중요한 숙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추는 일이다. 소비자에게 싸고 좋은 기술인지, 또 그만한 혜택을 줄 수 있는 기술과 제도인지 살펴보고, 정책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사업자 간 이해관계도 중요하지만, 가능한 한 고객의 입장을 반영해서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최근 수익성이 많이 떨어져 고민하고 있는데, 국제화 등 사업을 다각화 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번호이동의 안정적인 정착

인터넷전화 업체의 수익성 개선만큼 중요한 사안이 오는 10월말 시행이 예상되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의 안정적인 정착이다. 제도가 시행된 뒤에도 여러 문제점이 나올 수 있고, 이로 인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업계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을 반기는 분위기임과 동시에 번호이동이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네트웍스 신동경 상무는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번호이동이 초기에 정착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12월 27일 시작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시범서비스에서 번호이동 접수가 총 4천567건이 있었지만, 이 중 1천370건만이 개통됐다. 개통성공률이 약 30%이다. 이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절차가 ▲접수 ▲본인확인 ▲전산심사확인 ▲개통요청 ▲개통 등으로 까다로운 편이고, 개통하는 데 길면 1주일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방통위와 업계에서는 반송 및 실패율을 제고해 번호이동 처리시간 단축을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번호이동 운영지침이 일부 개정되기도 했다. 본인확인 때 설비비 반환 확인을 제외했고, 본인확인 회차를 2일 3회에서 2일 5회로 늘렸다. 또 필요하다면 주말과 야간에도 본인확인을 가능케 했다. 이 외에 가입자가 직접 해지해야 하는 '연관상품 B형'에서 KT카드를 최근 6개월 간 사용 실적이 없는 고객에 한해 제외했고, 본인확인 실패 코드를 세분화해 본인확인 실패 이유를 자세하게 분석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가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올지는 번호이동성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번호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개통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는 부족해 보인다는 게 중언이다.

LG데이콤 안성준 상무는 인터넷전화 활성화 방안을 묻는 질문에 "KT 전국대표번호인 1577, 1588과 인터넷전화 간 호소통이 되지 않는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가입자가 번호이동을 신청했을 때 변경 전 사업자가 역마케팅을 할 우려가 있으므로, 번호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신동경 상무는 "장기적으로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시스템이 휴대폰과 같은 방식인 지능망 방식(QoR)으로 갈 텐데, 이런 변화가 더 빠른 시기에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전화 일자리 창출에 도움 될까

이명박 정부가 가계 통신비 절감과 일자리 창출을 화두로 삼은 상황에서, 인터넷전화가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장범진 연구위원은 "인터넷전화가 다른 통신 사업에 비해 많은 투자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와이브로 사업자가 생긴다거나, 시내전화 사업자가 새로 생기는 것보다 일자리 창출효과는 적을 것"이라며 "다만 단말기 등 인터넷전화와 관련한 장비 시장에는 꽤 영향이 생길 수 있고, 인터넷의 응용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환 한국케이블텔레콤(KCT) 대표는 "고정적인 유선전화 시장만 있다면, 추가 투자가 생길 수 없고, 또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없다"며 "인터넷전화 같은 새 시장이 생기고,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와야 투자가 생기든 일자리가 생기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KCT는 인터넷전화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분석한 자체 자료를 통해, 가입자가 30만이 될 경우 180억원의 매출액이 생기고, 설치 및 애프터서비스(A/S) 기사 150명, 고객관리 담당 30명, 기타 6명 등 총 186명 정도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으리라 내다봤다. 만약 오는 2012년까지 500만 가입자를 확보한다면, 5천520억원의 매출액이 나오고, 일자리는 현재보다 약 3천100개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 자료에선 매출액은 가입자당 순매출(ARPU)을 1만원으로 계산해 추정했다. 고용창출 효과는 2천 가입자당 설치 및 A/S에서 1명의 기술인력이 필요하고, 1만 가입자당 고객관리 인력이 1명 필요하고, 고객 5만명당 기타 1명이 필요하다는 계산에서 비롯됐다.

박 대표는 "이는 단순히 KCT가 확보하는 가입자에 대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분석한 자료일 뿐이고, 이 외에 영업 인력이나, 인터넷전화 장비 시장에서 발생할 일자리를 합치면 그 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네트웍스 신동경 상무는 "인터넷전화 활성화가 지연되면서 인터넷전화와 관련한 장비 만들던 중소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해외까지 합치면 2천만 대가 넘는 단말기 시장이 있고, 국내 시장 물량만 다 충당할 수 있는 장비 시장만 돼도 일자리 창출 효과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LG데이콤 안성준 상무는 "인터넷전화가 단순한 음성통화 기능뿐 아니라 인터넷의 양방향성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콘텐츠 등 관련 산업 전반의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IPTV가 앞으로 5년간 3만6천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오리라는 전망에 대해 '장밋빛 전망'이라는 비판이 많은 만큼 인터넷전화의 효과 역시 더 두고볼 일이다.

김도윤기자 money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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