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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MS의 '가상화 사랑' 이유는?


가상화 시장을 향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5년만에 새롭게 선보인 서버 운영체제 '윈도 서버 2008'에도 3만원만 추가하면 가상화 기술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하이퍼-V' 버전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지요.

가상화란 말 그대로 시스템을 '가상'의 환경으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만 있으면 시스템을 '속여' 원하는 형태로 쪼개거나 합칠 수 있습니다. 또 서로 다른 업체 제품도 한 업체 제품인 것처럼 연결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엔 "컴퓨터 한 대에 운영체제 하나"라는 공식을 깰 수도 있게 됩니다. 운영체제를 얼마든지 더 팔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MS가 가상화 기술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OS보다 HW에 강력한 영향 미치는 가상화

하지만 MS가 운영체제에 아예 가상화 기능을 넣어버린 데에는 "가상화는 우리의 미래"라는 멋진 비전에 공감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 보다는 뒤통수를 엄습하는 위협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맞을 것 같습니다.

초기 가상화는 지금 같은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일단 하드웨어에 운영체제를 한 번 설치하고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깐 뒤 다시 가상 운영체제를 또 설치하는 형태였죠. 이를 '호스트 OS 기반 가상화'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단계가 많고 복잡하다 보니 시스템 부하도 커지고 성능도 뚝 떨어졌죠.

문제는 호스트 OS 기반 가상화의 약점을 극복한 '하이퍼바이저 방식의 가상화'가 혜성같이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하이퍼바이저는 운영체제가 없어도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직접 통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하이퍼바이저 가상화를 하더라도 MS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가상화된 컴퓨터를 잘게 쪼개 소프트웨어를 10개 설치했다면, 10개 가격을 다 받지는 못해도 최소한 한 개 값만 받던 것 보다는 매출이 늘어나니까 말이죠.

MS가 느낀 위협은 '운영체제'에 대한 자신들의 막강한 주도권이 흔들릴 것이란 불안감이었습니다. 가상환경으로 만들어 아무 운영체제나 올릴 수 있도록 해 주는 가상화 기술이 확산될 경우엔 기업들이 "꼭 MS가 아니어도 되잖아?"란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가상화 기술의 선두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VM웨어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꼭' MS 운영체제가 아니더라도 시스템을 구동할 수 있습니다.

물론 VM웨어 가상화 소프트웨어 위에 다시 윈도 운영체제를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MS 입장에서는 운영체제보다 하드웨어에 더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이, 그것도 MS가 아닌 다른 업체를 통해서 이뤄진다는 것이 참을수 없었던 것이죠.

◆윈도 가상화 덕에 VM웨어는 '풍전등화'

MS가 처음부터 가상화를 대단하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회사는 VM웨어나 리눅스에서 가상화를 강조할 때도 한 때의 유행 정도로만 생각해 적극성을 띄지 않았습니다.

한쪽 발 담그는 정도로만 출시했던 MS의 가상화 소프트웨어 '버추얼서버 2005'의 경우 호스트 OS 방식이라서 시스템 성능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던 MS가 전략을 180도 바꾼 겁니다. 본격적으로 하이퍼바이저 방식을 채택하고 아예 운영체제 안에 가상화 기능을 쓸어담아 싼 가격으로 공급하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가상화로 인해 좀 더 성장하게 될 소프트웨어 매출과 운영체제에 대한 주도권 위협에 대한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겠다는 것입니다.

MS 덕분에 가상화 기술의 '총아'로 여겨지던 VM웨어의 입장이 다소 곤란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가격이나 인지도, 영업력 등 모든 측면에서 MS의 공격을 버텨낼 힘이 VM웨어에게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VM웨어 측은 "MS 가상화는 VM웨어에서 공짜로 제공하는 초보적인 기술"이라고 애써 평가절하 하고 있지만, VM웨어를 제외한 모든 x86 서버 업체들은 "윈도서버2008의 가상화가 VM웨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 놓고 있습니다.

VM웨어가 백기를 드는 날 MS는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겠지요. 미디어 플레이어나 인터넷 브라우저, 오피스 프로그램 같은 소비자용 소프트웨어에 이어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도 철저하게 경쟁자를 찍어누르는 놀라운 위력을 보여줬다는 평과 함께 말입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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