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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나눔경영]장애인 창업파트너…옥션 '나의왼발'


"뇌성마비 때문에 전신이 뒤틀려 왼발만을 사용할 수 있는 한 소년이 있었다. 그는 자라면서 그림에 소질을 보였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두각을 나타낸다. 성인이 돼 한 여자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는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 자신의 성장과정과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자서전을 내놓아 작가로서 성공을 이뤄냈다. 이후 그는 간호사 출신의 한 여인을 만나 자신이 원하던 사랑을 완성해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감동적인 연기를 펼쳤던 영화 '나의 왼발(1989)'의 줄거리다. 언뜻 영화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이 이야기는 아일랜드 출신 크리스티 브라운의 실화를 그려 화제가 됐다.

'장애'라는 것은 단지 겉모습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장애인들의 '장애'를 그저 육체의 불편함으로 간주하지 만은 않는 특유의 '시선'이 존재한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돼 있는 공식적인 장애인 수는 약 250만 명. 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사람까지 합치면 약 4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금전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들도 많지만 실제로 장애인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애타게 찾고 있다.

옥션이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한 '나의왼발' 프로그램은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나의왼발은 장애인 대상의 온라인 창업교육이다. 인터넷 창업교육을 통해 장애인 스스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 창업을 위한 기초교육부터 실전까지 전 과정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 인터넷 창업 선배들(옥션 판매자)이 멘토(Mentor; 조언자)로 참여해 현장 경험을 생생하게 전수해 준다.

나의왼발은 총 4개월 과정으로 기술교육(3주), 실습교육, 실전창업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

단체로 입소한 뒤 진행되는 기술교육에서는 컴퓨터 및 옥션에 대한 기초교육을 실시하고, 실습교육에서는 각자 정해진 멘토 판매자를 통해 옥션 판매 교육을 받으며, 실전창업 단계에서는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과정을 거친다.

2005년 4월 처음으로 1기를 출범시켰으며 현재 7기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전남 함평군에 소재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전남직업능력개발센터에 장애인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옥션관'을 열었다. 장애인 전용 온라인 창업교육관으로서는 국내 최초다.

그러나 한 기수에 불과 25명의 장애인만을 교육한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나의왼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장애인들이 신청서를 내지만 경쟁률은 4대1에 이르기 때문이다.

나의왼발을 담당하는 옥션 홍보팀 유연상 대리는 "우리도 교육생 수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현재까지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면서 "함평의 옥션관 같이 일산과 분당에도 전용관을 만들어 더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료생들은 판매 경진대회를 거치며 이 과정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수료생에게는 소정의 창업지원금이 지급된다.

유연상 대리는 "우수 수료생이 아니더라도 옥션에서 창업하는 수료생들에게는 등록수수료나 낙찰수수료, 부가수수료 등을 면제한다"면서 "수료생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6기까지의 수료생 150명 중 실질적으로 창업에 성공한 사람은 약 88%이며 이 중에서 55%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창업이나 취업을 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인터넷 창업이 그들에게는 최적의 방안이 될 수 있고, 온라인 판매 사이트인 옥션의 성격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해 보인다.

"옥션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의왼발'은 계속됩니다"

'나의왼발' 담당 옥션 홍보팀 유연상 대리

- '나의왼발'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던 중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라는 옥션의 성격에 적합한 형태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다가 소외받는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는 의견이 나왔다. 처음에는 장기적인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일회성에 그치면 실질적인 도움이 안되겠다 싶어서 2005년 4월부터 본격 시작했다"

- 25명을 모집하는데 경쟁률이 4대1 정도면 100명 정도가 지원한다는 얘기 아닌가. 생각보다 높지 않은데.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야하는 데도 사회공헌 사업이라는 것이 내놓고 떠들기가 쉽지 않다. 홍보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적지 않은 금액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회공헌 사업이라는 것이 어떤 수익을 바라고 하는 투자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더 확대할 생각이다"

- 약 2년간 해오면 느낀 점이 있다면?

"현재 7기 교육을 진행 중이다. 직원들 사이에도 상당히 반응이 좋은 편이다. 수료생들의 경우 대부분이 취업에 실패하거나, 퇴사하는 등의 일을 겪어 입소 당시만 해도 많이 위축된 경향이 있었다. 이런 분들이 자신감을 회복한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

- 그저 겉으로만 보여주는 사업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나의왼발은 회사가 문을 닫을 때까지 계속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 창업에서 성공까지 모든 것을 도와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겠다"

이설영기자 ron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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