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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따뜻한 디지털세상] "소외계층에 창업의 자신감을 심어주다"...김영문 계명대 교수


 

계명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 계명대학교 벤처창업보육사업단 단장, 창업전문 연구기관 뉴비즈니스연구소 소장, 한국소호진흥협회 공동회장, 소호&투잡스 카페 운영자, 창업하는 학생들의 모임 운영자.

김영문(45) 교수의 명함 한 면을 빼곡히 차지하고 있는 직함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지 짐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 소자본 창업에 대해선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그는 이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다.

소호 창업 진흥 지원으로 시작해 장애인, 모자 가정, 재소자들을 위한 창업 지원 교육으로 활동범위를 넓혀가기까지 그는 주말도 반납하고 9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지난 12일 대구교도소 만기 출소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생역전을 위한 창업설명회'에서 그를 만났다.

◆ "딱 3년만 도우려고 했는데..."

1998년 8월. IMF의 여파로 대량실직이 속출하던 때였다. 김 교수는 거리로 쏟아지는 실직자들을 돕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다 뜻이 맞는 벤처기업인 7명과 '한국벤처창업협의회'를 설립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한국벤처창업협의회는 1999년 10월 중소기업청의 끈질긴 요청으로 사단법인 '한국소호진흥협회'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김 교수는 4년간 소호진흥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협회 일엔 관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계속 의미가 퇴색돼 가는 협회를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결국 지난 3월 다시금 공동회장을 맡게 됐다.

"협회 일을 하면서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사실을 안 이상 그들을 모른 척 할 수 없었어요."

그 안타까움이 결국 지금의 김 교수를 만들어낸 셈이다.

◆ 소자본창업 진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 자리한 계명대 대명캠퍼스 벤처창업보육사업단은 김 교수의 또 다른 보금자리다. 벤처기업에 생명을 불어넣어 창업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곳이다.

그는 2003년 2월부터 단장을 맡아 이 곳을 이끌고 있다. 현재 이 곳엔 20여개의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벤처차업보육단 전담 매니저 2명은 매일 입주기업 직원들을 만나 그들의 어려움을 듣고 도울 수 있는 일은 적극 돕고 있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 사이엔 창업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런 정기 행사 외에 비정기적인 행사까지 합하면 한 달에 5개 정도의 창업설명회가 열린다. 주제나 강의대상은 다양하다. 재테크, 외식창업, 오픈마켓 창업, 제휴마케팅을 이용한 무일푼창업 교육 등 매번 새로운 강의가 준비된다.

그럼에도 이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소자본으로도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을 위주로 한다는 것.

"도움을 필요로 하는 예비창업자들 대부분은 자금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소자본이나 무일푼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죠."

창업에 대한 상담이 많아지자 김 교수는 얼마 전 매주 설명회 한 시간 전 직접 시간을 내 상담을 해주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 사랑나눔회, 새로운 복지시스템을 만들다

2004년 4월 김 교수는 장애인과 모자가정, 무의탁노인, 교도소 수용자 등 소외계층의 경제적 자립과 홀로서기를 지원하기 위해 사랑나눔회를 만들었다.

"예비창업자들을 만나면서 정말 창업이 필요한 사람들은 장애인이나 영세민, 모자가정처럼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일어설 힘이 없습니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입니다."

사랑나눔회 역시 다른 재단처럼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복지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단체나 개인에 물품을 전달한다.

두드러진 차이점이 있다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창업교육을 실시한다는 것. 김 교수가 생각하는 진정한 복지의 실천 방안이다.

"창업을 통해 홀로 설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일회성의 기부는 소외계층의 자존심만 다치게 할 뿐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자립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복지입니다."

창업교육을 다니면서 우리나라 복지시스템의 문제를 직접 경험한 김 교수는 새로운 복지시스템을 사랑나눔회에서 실현코자 한다.

이를 위해 사랑나눔회는 별도의 사무실이나 운영을 위한 직원을 두지 않는다. 홈페이지와 자원봉사자들만 있을 뿐이다. 올해 초 시(市)에서 비영리민간단체 승인을 받았지만 정부기금 역시 전혀 받지 않고 있다.

"사랑나눔회는 순수 민간 자금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의 5천원, 1만원이 모여 그 돈이 진정 복지를 위해 쓰여야 의미가 있는 거죠. 단체 공신력을 위해 비영리민간단체 승인을 받았지만, 한 번 정부에서 자금을 받기 시작하면 계속 기대기 마련이고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금지원은 거절했습니다.

사무실 마련이나 직원 채용은 끝까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다보면 정말 돈이 가야 할 곳엔 가지 못합니다. 그건 '복지'가 아니라 복지를 위장한 '사기'죠. "

◆ 개인생활 없어진 지 오래지만 항상 즐거워

소자본창업 진흥에 뛰어든 후 김 교수에게 개인 생활은 없어졌다. "3년 동안 꽃구경 한 번 간 적이 없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서야 그동안의 자기 삶을 되돌아볼 정도였다. 점심식사 후 20분 정도 짬을 내 잠을 청하는 것이 유일한 그의 휴식이다.

항상 바쁜 일정에 쫓기며 생활하지만 김 교수는 개인적으로 15개의 웹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콘텐츠를 만들고 제공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이지만 운영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바쁘다고 해서 김 교수에게 돌아오는 것이 많은 것도 아니다. 물론 프렌차이즈 창업 몇 건만 알선해주면 손쉽게 몇 천 만원을 손에 쥘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언제까지나 예비창업자들의 편에 서고 싶다고.

"대학시절 단대학생회장에 출마하면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지금도 그 슬로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 일을 계속하는 한 가난하고 힘없는 예비창업자들을 돕고 싶습니다."

가톨릭 신자인 김 교수는 지금까지 하나님이 시키는 대로 따라왔듯 앞으로도 그 가르침대로 살아가고자 한다.

지금 김 교수에게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장애인과 모자가정, 교도소 출소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공동작업장을 만드는 것. 쉼터도 짓고 싶다고 한다.

"딸들이 시집가면 교수는 그만 둘 겁니다. 폐교 등을 활용해 공동작업장을 지을 생각입니다. 장애인이나 영세민, 교도소 출소자 등의 소외계층이 물건을 만들면 제가 팔면 됩니다.

모자가정들을 위한 식당 창업시스템도 구축할 겁니다. 그들에게 요리를 가르쳐 장사가 잘 되는 않는 곳을 싸게 얻어 식당을 낸 뒤 수익의 일정부분을 다른 가게를 위한 창업 준비자금으로 비축하는 겁니다. '아름다운 가게'처럼 말이죠. 그런 식으로 계속 식당을 늘려간다면 분명히 승산이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김 교수의 생활은 여전히 바쁠 예정이다. 경비를 제하고 나면 2~3만원도 남지 않거나 저녁을 거를 때도 허다하다. 그래도 김 교수는 이 일이 즐겁다. 그래서 오늘도 김 교수는 미소 머금은 얼굴로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박정은기자 huu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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