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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지 않고 듣는다"...에이디정보통신 '보이스아이'


 

강원명진학교 교사인 박성수(44)씨는 12살 때부터 앞을 볼 수 없었다. 그 후 30여년 간을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왔다.

이런 그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이나 논문 등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 점역이 돼 있는 책이 얼마되지 않는데다 녹음이나 컴퓨터 입력 등의 방법은 타인의 손을 빌려야 했기 때문이다. 때론 만만치 않은 비용에 포기해야 할 때도 있었다.

에이디정보통신의 '보이스아이'는 이런 그의 어려움을 해결했다.

보이스아이 심볼은 가로×세로 1.5㎝이하의 정사각형 모양이다. 이 작은 네모 하나에 책 두쪽 분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텍스트 뿐만 아니라 음성, 그래픽, 악보 등의 데이터도 바코드에 기록해 들을 수 있다.

악보의 경우 PC에서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로 미디파일을 재생하듯 바코드에 저장된 전자악보 데이터가 플레이어에서 재생된다. 피아노 반주는 물론, 파트별 재생도 가능하다. 전자악보를 창에 띄워 곡의 진행 상황을 볼 수도 있다.

규칙이 일정치 않은 도표나 그래프는 기본적으로 왼쪽에서 오른쪽 혹은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읽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음성으로 들었을 때 자연스럽지 않을 때를 대비해 보이스아이 심볼 생성 단계에서 사용자가 내용을 편집할 수 있다.

사진이나 그림 같은 이미지는 시각장애인용 방송처럼 말로 묘사해준다.

외국어 해독도 가능하다. 한글을 비롯해 영어, 일어, 중국어, 독일어가 지원된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에이디정보통신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로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달 17일에서 19일, 독일에서 열리는 시각장애인용품 박람회 '사이트 시티' 등에 참여해 보이스아이 심볼 삽입 콘텐츠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선 대구대학교, 나사렛대학교 등 대학교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장애인 신문 에이블뉴스는 지난 3월말부터 보이스아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는 8월부터는 행정자치부에서 제공하는 2~30여종의 인터넷 민원문서에 보이스아이가 삽입된다. 피의자 신문조서나 대법원 판결문 등에도 적용될 계획이다. 이 서비스를 실시하면 보이스아이 사용자는 자신과 관련된 문서의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수령처는 실시간으로 위조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 1월에는 노동부 산하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의 보조공학기기로 선정됐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등록된 근로자 누구나 보이스아이를 사용할 수 있다.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문화진흥원 보조기기지원사업에도 등록을 해놓은 상태다. 5월 말 발표를 앞두고 있는 이 사업은 정보문화진흥원이 정보격차해소환경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매년 정보통신 보조기기를 구입해 장애인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선정된 기기는 쓰고자 하는 장애인들의 신청을 받아 기기구입가격의 80%를 정부가 보조하게 된다.

에이디정보통신 박호성 마케팅 팀장은 "보이스아이가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며 "각종 증명서나 제품소개서, 상품 포장지, 처방전, 사무용품 등에 적용된다면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유용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2003년 행자부 민원문서 위변조 방지 마크 기술을 기반으로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땐 주위에서 다들 말렸다고 한다. 시장성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동인 에이디정보통신 사장은 "모든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익이지만 사회적으로 기술이 인간의 혜택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실버사업이 부각되고 있고, 외국으로의 수출 가능성을 따져봤을 때 나름의 시장성도 갖췄다"고 판단했다. 이 사장은 "시각장애인이나 노년층, 저시력자 뿐만 아니라 유아교육이나 실독증 치료, 청각장애 수술 후 재활훈련 등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중에서 만날 수 있는 보이스아이는 PC에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보이스아이 PC 메이트'와 휴대 가능한 '보이스아이 메이트' 2종이다.

스캐너와 PC커넥터, USB케이블, 소프트웨어 CD 등으로 구성된 보이스아이 PC 메이트는 27만5천원이다.

플레이어와 스캐너로 구성된 보이스아이 메이트는 82만5천원이다. 보이스아이 메이트의 경우 휴대를 위한 플레이어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졌다는 것이 에이디정보통신 측의 설명이다. 대신 플레이어는 보이스레코더, MP3플레이어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512MB의 용량을 가진 플레이어에는 PPS 엔진을 위해 미리 할당된 200MB를 제외한 300MB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한 번에 200~300권 분량의 책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장애인들이 매체 공유를 하지 못해 얻게되는 소외감을 극복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동질감을 조성하기 위해 보이스아이를 개발하게 됐다는 이동인 사장의 말처럼 보이스아이가 사람 간의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됐으면 한다.

박정은기자 huu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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