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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따뜻한 디지털세상] 노인 기자단, 아이뉴스24 습격사건


 

돋보기 너머로 노인기자 라영수(66) 할아버지의 날카로운 질문공세가 이어진다.

"인터넷 신문도 하나의 벤처기업 아닙니까? 한참 IT 경기가 안 좋았는데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단 기간에 사세를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입니까?"

"아, 너무 정형화된 답 말구요, 특별한 결속다지기 방법 같은 속 얘기를 좀 들려주십시오."

한 쪽에선 동행한 노인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연방 터진다.

'날 선' 노인기자단의 취재열기에 10년 이상을 현장에서 뛴 베테랑 기자 이창호(47) 아이뉴스24 대표의 얼굴도 홍안이 된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음과 패기를 유지하고 계신 어르신들의 도전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저희 중장년 세대들의 머리를 숙연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노인 웹진 창간과 제작을 물심양면으로 돕겠습니다."

은발을 날리며 뛰는 노인기자단의 모습에 이창호 대표의 마음이 움직인 모양이었다.

7일 오전, 아이뉴스24 편집국은 손님맞을 준비로 부산했다.

2006년 아이뉴스24의 연중기획 '따뜻한 디지털세상' 취재로 인연을 맺은 안산의 노인 정보화 교육기관 '은빛둥지'.

은빛둥지 소속 노인기자단 맞을 채비에 아이뉴스24 기자들도 저마다 마음이 바빴다.

"노인 신문을 만드실 어르신들께 어떤 걸 가르쳐드리면 될까?"

"정보화 수준이 남다른 어르신들이라, 다른 분야 설명도 쉽게 알아들으실것 같기는 한데..."

이 날 아이뉴스24를 찾은 노인 정보화 교육기관 '은빛둥지'와 라영수 원장은 이미 국내 정보통신분야에서 널리 이름을 알린 유명인사. 지난 2001년부터 노인과 주부 등 정보소외계층에게 무료로 IT를 가르쳐 온 라 원장은 지난해 연말, 여섯 해 동안의 노고를 인정받아 정보통신부 장관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라 원장이 배출한 노인 수제자들도 적지 않다.

2003년 실버정보화대회 금상 수상자 변영희(83) 은빛둥지 회장을 비롯 창업해 나간 '성북 노인 IT창업센터' 운영자 김금순(64) 할머니도 은빛둥지의 자랑스러운 동문이다.

그런데, 퇴직한 여느 노인들이 '소일거리'를 찾아다닐 연배에 이 열혈노인들은 '파워유저'와 'IT강사'라는 이름도 모자라, 노인만을 위한 웹진을 창간하고, IT로 세계 노인들을 잇는 '디지털 시니어 연맹' 창설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정부 기관 지원으로 운영되는 노인 신문이 있습니다. 기존 언론에서도 종종 노인기사를 다루지요. 그렇지만 기성 언론의 노인 기사는 어려운 노인을 돌보는 독지가의 미담아니면, 사회문제 고발기사가 대부분입니다. 정작 노인들 자신의 얘기는 들어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은빛둥지 라영수 원장은 '노인의 눈으로 세상을 조망한 노인만을 위한 기사'를 쓰겠다고 다짐한다. 현재 전국 2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노인 인터넷 유저 모두가 기자이면서 동시에 독자가 되는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기반의 '노인 전문 웹진'을 만들겠다는 것.

라 원장의 구상에 의기투합한 든든한 노인 동지가 전국에서 벌써 100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웹진 창간과 더불어 라 원장의 세계 디지털 시니어 연맹 창설 구상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은빛둥지는 이미 지난해 일본 동경의 '생활IT보급회'와 'IT보급센터' 두 개 기관과 자매결연을 맺고, 세계 노인 디지털 연대기구 창설에 뜻을 같이했다. 올 4월에는 일본에서 한국 노인들에게 '한 수 배우러' 오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중국 노인 정보화 교육기관과도 결연을 위한 파트너 물색 작업이 한창이다.

"대한민국 IT가 세계 최고 수준이듯, 대한민국 노인 파워유저의 수준도 일본, 중국 노인을 월등히 앞섭니다. 우리가 웹진을 만들고 세계 노인을 IT로 잇는 연맹을 창설한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주의깊게 참조할 만한 모범사례가 될 겁니다."

노인기자단이 대표적인 인터넷신문 아이뉴스24의 견학을 요청한 것도, 웹진 창설에 앞서 인터넷 언론사의 현장을 체험해보기 위함이다.

"수 십년 만에 첫 사랑을 다시 만난 노인이, 호감을 느끼면서도 말 한마디 못 붙여보던 시대상을 회상하는 기사를 쓰면 어떻습니까?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비교한 기사도 노인 독자들에겐 아주 와닿는 얘기가 될 겁니다. 맞춤법, 기사 작성요령은 그 다음입니다. 노인 신문은, 노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합니다."

이 날 라 원장과 동행한 노인기자단은 라 원장 포함 취재기자가 다섯, 사진기자가 둘.

노인 웹진 창간 멤버가 될 노인기자단은 시종 진지한 자세로 '선배 인터넷 신문' 아이뉴스24 구석구석을 눈에 담았다.

"기사집배신은 이렇게 생겼구나..."

"사진은 어떻게 작업합니까?"

질문하는 눈빛이 갓 학교에 입학한 초등학생모양 반짝인다. 평균연령 70세의 노인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노인기자단에 가입하려면 몇 세 이상 돼야 합니까? 저도 후일 어르신들과 함께 노인기자로 현장을 누비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요."노인기자단의 '열의'에 아이뉴스24 이재권(46) 편집국장도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이렇게, 노인기자단은 7일 오전 내내 아이뉴스24 편집국을 둘러보며, 인터넷 언론사를 체험하고 돌아갔다.

"많이 배우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노인 웹진에 앞으로도 따뜻한 시선과 관심 부탁합니다."

어르신들의 인사를 뒤로 노인기자단을 배웅하고 돌아서는 길.

노인기자단 평균연령의 딱 절반, 평균연령 35세의 아이뉴스24 편집국 기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잇따라 말 문을 열었다.

"야... 정말, 대단들 하시네.""우리 부모님들도 저렇게 사시면 얼마나 좋을까...""반성해야겠다."

노인기자단의 눈썹 휘날리는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사진=김동욱 기자 gphot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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