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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현] 남북IT협력, 이대로 좋은가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웬만하면 관심 갖지 마시죠. 취재도 잘 안될 것이고, 기사 나봐야 별로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7년째 남북IT협력 사업을 해오고 있는 국내 한 업체 대표가 기자에게 해준 말이다. 실제로 그의 말 처럼 북한IT 현황에 대한 속시원한 자료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웠다. 또 기업체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 얘기하기를 꺼렸다. 오히려 기사 때문에 그나마 어렵게 진행하고 있는 남북IT협력 사업에 동티가 날까 염려가 된다는 반응들 이었다.

여기에다 남북한간의 정치적 분위기,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나라들간의 이해 등에 따른 변수들이 너무 많고, 바세나르협정, 미국의 수출관리규정(EAR) 등 국제 조약도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열리고 남북철도 연결이 곧 이뤄질 것같은 우호적인 분위기지만 남북한 IT협력에 있어서는 수년간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것이다. 7년째 소프트웨어 개발등 남북IT협력 사업을 해오고 있는 삼성전자도 올해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예년과 다른게 없다"고 대답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KT를 비롯한 여타 남북IT협력 사업을 하는 업체들도 대동소이하다.

무엇보다 북한의 IT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모르고 있다. 정부연구기관이나 기업들 모두가 자신들만의 접촉루트를 통해 제한적으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불과 두달여 전인 지난해 말 정부 산하기관 주체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버젓이 2001년도 데이터가 가장 최근의 것으로 소개되고 있을 정도다.

새터민(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사람들)들을 통해 북한의 IT상황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기도 하지만 100% 신뢰하기도 어려울뿐만 아니라 표본자체의 특성 때문에 그것을 토대로 정책을 수립하는데는 한계가 많아 보인다.

남북 기술협력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온 포항공과대학교 박찬모 총장은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 나가있는 북한의 전문가들이 만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자료 수집방법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을 체계적으로 만나서 자료를 관리하려는 노력은 발견할 수 없었다.

심지어 민간기업들 간에도 서로 마음만 먹으면 자료를 공유하고 업데이트 시켜날 수 있을 터이지만 이 마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통일비용 감축 등 남북IT협력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말만 무성한 실정이다.

북한의 예술계, 체육계 인사들이 남한을 자주 방문하고 있지만 아직 정보통신 전문가가 왔다는 소식을 기자는 듣지 못했다. 그런데 북한은 미국 시라큐스 대학에 IT전문가들을 여러차례 한달씩 체류시켜가며 연구를 시키고 있다. 왜 남한은 안된다는 것인가? 북한당국이 꺼리는 면도 있겠지만 남한에서 여건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도 반성해 봐야 한다.

남북 IT협력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기업체 사장은 "워낙 장벽이 높다. 남북한 간의 합의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 북한의 의지도 결코 낮다고 보지 않는다"며 남북한 당사자들 이외의 걸림돌에 대해 지적했다.

개성공단이 만들어 졌지만 IT관련 기업은 단 하나도 발을들여 놓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국제사회의 장벽의 높이를 실감케 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사업에 가장 유리한 중국에서 남북IT협력 사업을 벌이더라도 산업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준으로 키우는 것을 중국정부가 은근히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치적 체제가 같은 중국과 북한이 한발 먼저 사업을 시작한다면 자칫 남한은 짝사랑으로 끝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제각기 나름대로의 이유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북한과 IT협력사업을 한다고, 또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실정인데도 누구하나 장기적인 플랜속에서 교통 정리를 하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중국 북경, 대련, 심양, 단동 등에 북한의 많은 IT기술자들이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과의 접촉은 소수에게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 북한의 IT 전문가들은 장차 북한 내부에서 고위 정책결정자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남한으로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통계나 정보를 과연 누가 가지고 있는지 회의적이다.

이런 사정임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정부당국자들을 보면 서로 공적을 빼앗길까봐 눈치싸움이나 벌이고 있는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부처간에 의도적으로 정보를 차단하기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이라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남북협력공사'는 만들어진들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될지 의문이다.

10년을 내다보는 남북IT협력 사업이 아직도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면 그동안의 과정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이제 새롭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남북IT협력 사업의 당위성부터 다시금 확실하게 다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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