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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마을, 부농 만들기가 최종 목표"...강원도 삼척시 연송흠 주사


 

전산직 공무원 연송흠 주사가 지난해 9시 출근, 6시 퇴근의 '공무원다운' 하루를 보낸 날은 채 70일이 안 된다. 연중 300일 가까운 날, 그는 산 길을 달려 삼척시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산촌 마을을 넘나들었다. 삼척시 관내 정보화마을 관리, 운영 책임을 맡은 까닭이다.

2006년 2월 현재 강원도 삼척시 관내 정보화 마을은 모두 세 곳. 가장 먼저 정보화 마을이 된 곳은 지난 2003년 2차사업 대상으로 지정돼 2004년 조성된 도계읍 신리 '너와마을'이다.

지난해에는 상, 중, 하마읍리 세 개 마을이 묶인 '가시오가피 마을'이 정보화마을로 거듭났으며, 올해는 '산양마을'이 바통을 이어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이 중 '2005 최우수 정보화마을'로 선정된 너와마을은 이미 대내외에 그 성공을 입증한 유명 마을.

가구당 소득도 훌쩍 뛰었다. 2003년 가구당 700만 원이 안되던 농외 소득은 2005년 1천 500만 원을 넘기며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이렇게 소득을 나누고도 마을 공동 순익으로 4천 만원에 이르는 큰 돈이 남았다.

"너와마을을 정보화마을로 조성하던 때만 해도 성공 가능성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화전민들이 모여 소나무 널판으로 지붕을 이어 살림집을 꾸리던 산골 오지 중 오지 아닙니까. 주민들의 의지가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었지요."

연 주사는 처음, 정보화니 수익사업이니 하는 말과 좀처럼 어울리지 않았던 너와마을이 자립형 부농으로 거듭난 것은 '해보자'는 주민들의 확고한 의지 덕분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모범사례'로 불리는 너와마을에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정보화마을이 된 후 첫 봄, 연중 8차례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기획했던 '두메산골 새 생명체험'은 단 한 명의 관광객도 유치하지 못한 실패작으로 남았습니다. 너와 말고는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고 판매할 만한 이렇다 할 상품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꺾이지 않고 의지를 다졌습니다."

너와 말고는 내세울 만한 게 없어 아예 마을 상징인 '너와'로 펜션을 지었다. 주민들은 너와 펜션을 '웰빙'과 연계한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적극 홍보했다. 3만 여명이 다녀간 산촌 체험 히트상품이 탄생했다. 너와마을 특산품인 '머루' 역시 수익사업을 위해 정보화마을이 된 해부터 1년간 재배한 '기획상품'이다.

이 같은 성공은 보수 없는 가욋일에 발 벗고 나서준 주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연 주사는 "이제 너와마을에선 공동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주민에게 상응한 대가가 주어진다"고 귀띔한다.

너와마을 공동사업을 기획, 관장하는 상근 사무장을 두고, 마을에서 월급을 주며, 체험행사 진행을 돕는 주민에게도 품삯을 지급할 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노인이 대부분인 산골에서 수익사업을 고민하고, 체험 관광을 진행하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다. 농한기에도 힘에 부치는 일, 농번기에는 운영위원회 회의 한 번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버거움을 느끼면서도 3차, 4차 마을 주민들에게 "좀 더 애써보자"며 독려하는 것은 너와마을의 기적이 다른 마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농번기가 얼마나 고된지 잘 압니다. 지금 하는 일로 소액이라도 소득을 보는 분들은 새로운 시도에 좀처럼 마음을 열어주지 않으십니다. 뭔가 해보려고 할 때 마다 빚만 늘어났던 씁쓸한 기억들을 갖고 계신 까닭이지요. 어떨때는 괜한 노고를 보태는 것은 아닌가 마음이 쓰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빈곤과 격차의 악순환을 손놓고 볼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연 주사는 "정보화마을로 정보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면 선정 대상을 보고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못 박는다. 컴퓨터를 나눠주고 정보화센터를 세워 사용법을 알려주는 일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이해돼야 한다는 것.

그는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고 사용법을 교육하는 일은, 단순히 웹서핑이나 문서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함이 아니"라고 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교환해 보다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도시 주민들이 농, 어, 산촌의 우수한 상품을 중간상인 없이 거래하며, 현장을 찾아 심신의 안정을 찾는 대신 소득을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것.

스스로를 '산골 촌놈 출신'이라고 말하는 연 주사는 그래서 정보화마을 사업이 '속도전'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수 십년을 노력했지만, 우리가 아직 이루지 못한 숙제, '부농만들기'에 목적을 두어야 하는 사업입니다. 몇 해의 성적으로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봅니다. 주민들에게 농사 말고 또 다른 수익사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차근차근 안정된 수익원을 찾아가는 데는 우직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올해 정보화마을로 단장할 산양마을의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요사이 삼척 곳곳의 전설과 야생화 공부에 한창이라는 연 주사의 현장 전언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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