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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따뜻한 디지털세상] 장애인용 프로그램, 장애인이 만든다


 

'시각 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용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인터넷에 범람하는 정보를 소리로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각장애로 인해 컴퓨터 화면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스크린의 모든 정보를 음성으로 변환, 소리로 들려주는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엑스비전테크놀로지의 직원 6명이 그들이다.

특이한 것은 이 회사는 사장을 비롯한 직원 6명 모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정보가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얻어지는 현실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들에게 '빛'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 것만큼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각장애인들은 커뮤니티 참여, 검색 서비스 이용, 독서 등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시각장애인으로 겪어야 하는 불편함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만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따라서 엑스비전테크놀러지는 나날이 발전하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시각장애인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시키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엑스비전테크놀로지의 개발자들은 앞이 보이는 일반인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속도로 컴퓨터를 다루고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인터넷 사용부터 엑셀 등 컴퓨터의 모든 기능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이 때문일까. 적어도 엑스비전테크놀로지 내에서는 '장애인 정보격차'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인다.

현재 엑스비전테크놀로지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보의 소외에서 벗어난 시각장애인은 600여 명에 이른다. 정보문화진흥원 등 기관과 함께 프로그램 무료배포 사업에도 참여했다.

또한 엑스비전테크놀러지는 컴퓨터에 능숙하지 못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전화를 통한 상담도 진행하고 있으며 전화상담이 충분치 않을 경우에는 PC를 직접 받아 프로그램을 설치해주거나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단순한 프로그램 판매 뿐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는데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동호회의 게시판에는 스크린리더 프로그램에 대한 칭찬과 격려의 글이 넘쳐난다.

이처럼 수많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인터넷을 선물한 엑스비전테크놀로지는 현재 시각장애인을 위한 게임 개발도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텍스트로 이뤄진 보드 게임을 개발, 시험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신체적 장애가 '정보 장애'로 이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길을 연 사람들.

엑스비전테크놀로지가 만들어 내는 가치는 단순한 프로그램 개발, 그 이상의 것이다.

[인터뷰] "정보격차 해소는 작은 관심부터"...송오용 사장

"지금의 직원들에게 처음 함께 회사를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 사실 모두 제대로 해낼 수 있을 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엑스비전테크놀로지 송오용 사장은 보다 좋은 품질의 스크린리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2002년 시각장애인인 송 사장이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만든다고 할 때 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반응은 사실 걱정스러운 눈길이 대부분이었다.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이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낯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모두 전문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다. 특히 송 사장은 도스 환경에서 이미 스크린 리더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든 바 있고 이를 통해 관련 회사에 취업, 10년을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해왔다.

"컴퓨터를 다룬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포기할만큼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송 사장은 하루의 전부를 모두 컴퓨터와 보내다시피 하고 있다. 컴퓨터를 다루는데 시각장애는 송 사장에게 더 이상 '장애'가 아니다.

"여가 시간에는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 받은 책을 스크린리더로 듣습니다. 또한 뉴스를 읽거나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등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송 사장은 시각장애인들의 정보격차 해소가 스크린 리더와 같은 프로그램만으로는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바로 웹사이트 제작자들의 작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는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이미지가 넘쳐나고요. 하지만 시각장애인들도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길 바랍니다."

송 사장은 인터넷 웹사이트의 제작자들이 작은 배려만 해도 시각장애인들이 좀 더 편리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은 웹사이트를 텍스트로 인식해 소리로 변환합니다. 따라서 이미지의 경우 이미지 이름에 설명을 달아 주기만 해도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은 크게 줄어들 겁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송 사장은 시각장애인들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현재 웹사이트 기획자나 개발자가 받는 교육내용에는 이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웹사이트를 기획하거나 개발할 때 시각장애인들을 고려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갖춰지길 바랍니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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