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주패' 놓고 '남북 인터넷 기술 전쟁'


 

'주패 사태'가 '남북 인터넷 기술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주패(www.jupae.com) 등 북한의 3개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하자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조선복권합영회사(이하 조복)가 이에 반발해 차단 조치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SW'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조선복권합영회사는 31일 팝업 공지를 통해 "차단된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프럭시 익스플로러(ProxyIE)'를 개발해 공급한다"며 "네티즌이 세계 어느 사이트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전반적인 인터넷 사이트 차단 정책에도 비상이 걸리게 됐다. 또 정부가 내놓을 새로운 후속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기술 전쟁에 나선 이유

통일부는 지난 1월 22일 설 연휴를 앞두고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북한의 인터넷 카지노 사이트인 주패(www.jupae.com)를 전격 차단하였다.

이 사이트가 도박 사이트로 사행성이 크다는 게 이유였다.

정부는 이에 앞서 19일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조복의 남한 제휴사인 ㈜훈넷에 대해 남북경제협력사업자 승인을 취소하는 조치를 내렸었다.

이에 조복 및 훈넷은 "정부가 인터넷 복권 및 갬블링 사업에 대해 승인을 했다"며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였다.

하지만 통일부는 대화에 응하는 대신 지난 29일에는 바둑(www.mybaduk.com)과 인터넷 복권(www.dklotto.com) 사이트 마저 차단키로 했다.

이들 사이트도 사행성이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조복은 팝업 공지에서 "(남측 통일부가 우리의 대화제의를 무시하고 ) 우리 싸이트 접속을 일방적으로 차단할 경우 우리는 그에 해당한 '기술적 대응'으로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전 세계 어느 싸이트도 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며 이번 '기술 전쟁'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프럭시 익스플로러는 어떤 SW

일반적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KT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가 DNS 서버를 통해 해당 사이트의 접속을 막는 방식이다.

그럴 경우, 막히지 않은 제3의 서버를 경유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프럭시(Proxy) 서버라 한다. 하지만 일반 네티즌은 이를 사용하기 쉽지 않고, 또 프럭시 서버를 쓸 때는 속도가 저하된다. 프럭시서버를 이용하면 차단한 사이트를 들어갈 수도 있지만 불편하다는 뜻이다.

이번에 조복이 개발해 공급하는 소프트웨어는 프럭시 서버를 이용하면서도 속도가 저하되지 않고, 이용하기도 간편한 게 특징이라고 한다. 한번만 깔아 놓으면 불편 없이 차단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이 SW는 어느 정도 인터넷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면 언제든지 개발할 수 있다"며 "조복이 공급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공급될 소프트웨어인데 통일부와의 갈등이 이를 재촉한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남북 기술 전쟁의 의미

조복의 이번 조치는 2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북한의 폐쇄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줘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워낙 폐쇄된 사회로 알려졌기 때문에, 세계에 완전히 개방된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있어 주저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주패 사태는 전반적으로 이를 재평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가 있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남한 정부가 인터넷을 막고, 북한이 반대로 인터넷을 열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터넷에 관한 한 명분 싸움에서 남한 정부가 밀리고 있는 것이다.

조복의 이번 조치는 또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펼쳐온 인터넷 차단 정책을 전면적으로 다시 손질해야 할 가능성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이번에 조복의 SW를 설치할 경우 그동안 차단했던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요청으로 ISP가 유해 사이트를 차단하는 조치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주패 사태'가 엉뚱한 방향으로 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주패 사태 사건 일지

-2001년 12월 29일, ㈜훈넷 남북경제협력사업자 승인

-2002년 3월 1일, 평양에 조선복권합영회사 설립(훈넷+조선장생무역총회사)

-2002년 3월 4일, 북한 무역성이 조복에 영업허가증 교부

-2002년 3월 25일, 조복이 복권 및 카지노 사이트 개설

-2002년 4월 2일, 통일부가 훈넷에 사이트 운영 중지 명령

-2002년 4월 17일, 북한 정부(민경련) 통일부에 공식 항의

-2002년 8월 15일, 조복이 바둑 사이트 개설

-2002년 10월 28일, 조복이 사행성에 문제 없기로 하겠다고 합의

-2003년 6월 11일, 김범훈 훈넷 사장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무혐의 판정

-2003년 10월 7일, 한나라당 박원홍의원 연간 500만달러 주패에 간다 주장

-2004년 1월 5일, 조복이 한나라당 박원홍의원 게시판에 반박글 올려

-2004년 1월 19일, 통일부가 훈넷 남북경제협력사업자 승인 취소

-2004년 1월 22일, 주패 사이트 차단

-2004년 1월 22일, 조복이 통일부 게시판에 인터넷 공개 토론 요청

-2004년 1월 26일, 훈넷이 통일부 상대 행정소송 및 효력정지 신청

-2004년 1월 28일, 조복이 주패 비회원 게시판 폐쇄

-2004년 1월 29일, 바둑 사이트 및 복권 사이트 차단

-2004년 1월 3일, 조복이 '프럭시 IE' 개발, 공급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주패' 놓고 '남북 인터넷 기술 전쟁'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