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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통일부 보도자료의 모순


 

'주패 논란'의 핵심은 '통일부가 남북 합작업체인 조선복권합영회사(이하 조복)의 사업 영역을 어디까지 허용했는가'이다.

이를 두고 통일부와 조복의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지난 19일 조복의 남한 투자사인 ㈜훈넷의 남북협력사업 승인을 취소하면서 그 이유로 "승인을 얻은 사업 외의 사업을 북한 주민과 공동으로 행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3가지가 더 있지만, 이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인터넷 게임 SW 공동개발 및 서비스'만 승인했는데, 조복이 '인터넷 복권과 갬블링'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업허가증의 '업종' 코너에는 '인터네트 복권 갬블 프로그램 개발 및 봉사, 인터네트 결재체계 및 전자상업거래'로 돼 있는 것이다.

그럼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운 것일까.

19일자 통일부의 보도자료가 그 진실의 단초를 제공한다.

통일부는 자료에서 2001년 12월 29일 훈넷에 남북경제협력사업자 승인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업명은 '인터넷 게임 SW 공동개발 및 서비스'이다.

당연히 이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는 그 전에 통일부에 제출됐을 것이다. 그리고 사업계획서의 기본 자료는 이 사업의 관계사인 훈넷과 북측 범태 및 조선장생무역총회사가 체결했던 사업계약서였을 것이다.

통일부가 사업 승인을 위한 자료로 그것을 보았을 것은 상식이겠다.

논란은 여기부터다. 북측과 훈넷은 이 계약서에 복권과 겜블링 사업이 들어있고, 남북경제협력사업 승인을 받을 때 이게 기본 자료였으므로, 통일부가 훈넷에 내준 남북협력사업 승인에는 복권과 갬블링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일부는 두 사업은 승인한 적이 없다고 한다. '들어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2002년 3월 24일자 기사에서 '통일부 관계자는 "사업승인 당시 훈넷측이 복권 사업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19일자 자료는 통일부 주장이 모순을 갖고 있음을 드러낸다.

자료에서 통일부는 2002년 2월 14일 훈넷이 협력사업 변경승인 신청을 해왔다고 밝혔다. 내용은 김범훈 대표이사가 개인명의로 2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모순이 드러나지 않는다. 문제는 3월21일이다.

통일부는 3월21일 협력사업 변경 신청 승인을 유보했다고 밝혔다. (김범훈 훈넷 사장은 "3월21일이 아니라, 3월4일 협력 사업 변경 신청에 대해 통일부가 보완 요청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실제 날짜가 중요할 수도 있다.)

날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통일부가 밝힌 '변경 신청 승인 유보'의 사유다.

통일부는 '대표이사 개인명의 투자를 위해서는 별도의 행정절차가 필요하고, 추진중인 인터넷 갬블링 게임은 남북협력사업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 쓰고 있다. 여기가 바로 통일부의 모순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훈넷이 신청한 '협력사업 변경승인 신청'의 항목은 분명히 '개인 추가 투자'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그게 '보완 요청'이든 '변경 신청 승인 유보'든 이 부분에 관해서만 논의되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통일부는 승인유보 사유에서 느닷없이 '추진중인 인터넷 갬블링 게임은 남북협력사업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는 대목을 들고 나온다.

이는 전부터 조복이 갬블 사업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통일부가 인지하고 있었음을 암시한다. 이 때문에 사업 승인 당시에도 통일부가 조복의 갬블 사업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따라서, 통일부가 사업승인을 해준 뒤, 여러 가지 검토하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수습에 나섰을 것이라는 개연성이 충분하다.

만약 이 개연성이 진실로 드러난다면 통일부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자신의 부주의를 덮기 위해 모든 잘못을 일개 기업에 떠넘겨 압사하려하고,남북의 평화적 인터넷 교류에도 찬물을 끼얹는 셈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진실은 분명히 가려져야 한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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