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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인터넷 남북 접촉' 사실상 무죄


 

네티즌이 '인터넷에서의 남북통일'을 앞당기고 있다.

북한 주민과 접촉하기 전에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실정법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사실상 이 법이 '무용지물'이다.

이미 2년 가까이 수만명의 네티즌이 북한 사이트에 접속해 관계자와 접촉, 실정법을 위반했지만, 정부로서는 이들을 처벌하기가 쉽지 않은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로 공안 당국 관계자가 최근 논란이 됐던 북한 인터넷 사이트 주패(www.jupae.com)와 관련해 "이 사이트 이용자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이 법의 사문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남북 접촉조차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 조웅규의원 등 114인의 국회의원이 '비정치적인 목적의 인터넷 남북 접촉은 사전승인 대상에서 예외로 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발의했다가 입법이 무산된 '남북교류협력법개정안'의 재발의 여부가 주목된다.

'봇물'처럼 터진 인터넷 남북 교류

21세기 세계적인 개방의 물결을 타고 남북한 주민 접촉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이 정의한 것처럼 북한 주민을 만나기 전에 정부로부터 사전승인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들을 언제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 해외여행을 가본 사람은 이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중국 등 어디에고 '북한식당'은 있게 마련이고, 남한 사람이면 대개 북한 식당에 들르곤 한다. 그리고 그곳 종업원과 간단한 농담 정도는 주고받는다.

기자 또한 중국 등을 오갈 때 북한 식당 여러 곳을 가보았다. 그곳에서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고, 그들과 한 두 마디 대화를 나눴다. 그런 일은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고, 당연히 정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을 수도 없었다.

현실 세계에서도 상황이 이러할진대, 세계 만방에 거침없이 뻗어 있는 사이버 세상인 인터넷에서 남북 교류는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인터넷에서 그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있다. 막을 수 없는 대세다.

대표적인 인터넷 사이버 공간이 최근 논란이 된 주패(www.jupae.com).

이 사이트는 인터넷 복권과 카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한다. 북한의 조선복권합영회사(이하 '조복')가 운영한다. 이 회사는 북한의 장생무역총회사, 범태평양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 남한의 ㈜훈넷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이 사이트는 지난 2002년 3월25일 정식으로 개통했으며, 그때 이후 지금까지 이 회사 게시판을 통해 1만건 이상의 남북 접촉이 있었다. 특히 이 회사 사이트가 논란이 된 최근에는 게시물 숫자가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 법대로 하자면 이들 모두 처벌을 받아야 하는 범법자다.

실제로 최근 이런 사실이 알려지며 일부 언론에서는 공안 검찰이 이들을 수사하고 처벌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14일 오전에도 이 사이트 게시판에 새로운 게시물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해외에 북한 사이트 혹은 친북 사이트가 많은 게 현실이다.

정부, 인터넷 남북교류 현실성 인정?

정부도 이런 현실을 인정하는 쪽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통일부는 그동안 '허가 없이 북한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글을 남기는 행위는 불법'이라며 접촉을 막아보려 했지만, 사법기관인 서울지검 공안1부 오세헌 부장검사는 최근 동아닷컴과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검찰 공안부에서는 도박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이 사이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도 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게시판에 글을 남긴 것과 관련, "단순히 북측 관리자와 비정치적인 내용의 질문 답변을 주고받았다면 이용자를 수사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입장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고, 현실적인 셈이다.

또 경찰 사이버수사대 관계자 역시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법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혐의자가 너무 많고, 다른 북한 사이트에 접촉한 네티즌도 처벌해야 하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일어 수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도 주패 사이트와 관련해 1년 이상 장기 수사한 끝에 300만원 이상 도박을 한 15명만 입건했다. 그러나 그 죄목은 '불법 접촉'이 아니라 '상습 도박 협의'다.

300만원 미만에 대해서는 도박죄를 적용하지 않고, 주민접촉법 위반 협의도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사이트가 2002년 3월 개설된 이래 지난해 7월까지 도박에 참여한 남한 네티즌은 총 270여명이며 결제금은 총 2억2천500만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경찰이 분명한 혐의를 잡고도 이용자게 도박에 대해서만 낮은 수준의 처벌을 한 것은, 인터넷을 통한 남북 교류가 피할 수 없는 대세며, 이를 국가보안법 등으로 처벌하기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한편, 조선복권합영회사는 자사 이용자가 남한에서 도박 혐의로 조사를 받자, 이 사이트의 월 이용한도를 100달러(12만원)으로 한정했다. 이 사이트가 도박보다는 오락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 사이트를 남북한 교류 협력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된다.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다시 추진

이처럼 사법기관이 인터넷을 통한 단순한 남북 접촉에 대해 마땅히 처벌하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그동안 동료의원 100여명과 함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추진해 온 한나라당 조웅규 의원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 네티즌의 뜨거운 열기가 북한과의 '인터넷 철의 장벽'을 허물었다"며 축하한 뒤 "남북 관계에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제 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비정치적 목적의 대북 인터넷 접촉의 길은 열린 것"이라며 "이렇게 현실적으로 법이 개정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나타나도록 한 것은 수많은 건전한 네티즌, 이러한 내용을 정확히 알고 보도를 해 준 아이뉴스24, 동아닷컴, 시사피플,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통일뉴스, 브레이크뉴스 등의 인터넷 언론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특히 "국회에서는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에 주저해서는 안될 것이며, 2월 임시국회 중에는 이 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네티즌의 뜨거운 의지에 의해 현실 세계의 통일에까지 이어질 날이 앞당겨지기를 바란다"고 말하였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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