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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조선일보, '달라지기' 논쟁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언론 조선일보와 진보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간에 정체성을 둘러싼 '달라지기' 논쟁이 시작됐다.

조선일보가 9일자 사설 '민주노동당,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자, 민주노동당이 '조선일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로 맞받아 친 거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노동당의 강령은 구(舊) 사회주의를 연상시키며, 이에 따라 나라가 운영될 경우 우리나라는 경제적·외교적으로 세계의 고아 국가가 돼 얼마 못 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 민노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민노당의 강령을 지지한다기보다는 기존 정당에 대한 환멸 때문"이라며 민노당의 책임 있는 변화를 촉구했다.

언론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우려는 조선일보만은 아니다. 일부 경제신문도 '반 기업적인'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처럼 이념 논쟁과 색깔론 시비를 불러 일으키는 예는 드물다.

이에대해 민주노동당은 9일 논평을 내고, "달라져야 할 것은 조선일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강령과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민주노동당의 강령은 '민주적 사회주의'인데, 이는 과거 소련을 중심으로 한 국가사회주의와는 다르다는 말이다.

민주노동당은 "뉴질랜드 노동당, 스웨덴 사회민주노동당, 브라질 노동자당은 물론, 신자유주의 우경화와 이라크전 참여로 비판받고 있는 영국 노동당마저도 강령에서 '민주적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진보정당들이 세계적으로 집권당이나 제1야당으로 활동하면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할 대안으로 사회주의적 이상을 현실에 맞게 변형해 강령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거다.

민주노동당은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지난 50년 동안 보수일색으로 점철된 한국의 정치, 사회구조에 근거해 낡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함께 조선일보가 오히려 극단논법의 포로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노동당은 "조선일보는 경제강령을 문제삼으면서 국제사회의 고립을 경고하고 있는데, 조선일보 입장대로 하면 우리나라는 미국 등 초국적 독점자본의 경제유린과 극단적인 빈부격차가 판을 치는 신식민지로 전락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노동당의 노동, 교육강령이 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무책임한 극단논법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도 의미가 없다"며 "8백만 비정규 노동자, 자살하는 노동자로 대변되는 노동현실, 입시경쟁과 사교육비에 짓눌린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스런 교육현실이야말로 극단적인 것이며, 이런 현실을 변호하는 조선일보가 오히려 극단논법의 포로가 돼 있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와함께 "진보와 보수는 건강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상호발전해야 한다"며 "조선일보 사설 같이 상대방을 극단적으로 치부하는 또 다른 극단적인 시각은 여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웨덴 집권당인 사회민주당 강령중 일부

"자본과 노동의 갈등에서 사회민주당은 항상 노동의 이해를 대변한다. 사회민주당은 반자본주의 정당이며 계속 그렇게 남을 것이다. 사회민주당은 경제와 사회에 대한 자본의 요구에 항상 평형추 역할을 해왔다"

"사회민주당이 지향하는 경제 질서는 시장 경제를 경제 생활의 단지 한 일부로 본다. 사회민주당이 지향하는 경제 질서에서 사적 이윤 추구의 요구는 사회 발전의 자극제가 되는 외에 사회의 다른 이익들을 지배해선 안 된다. 또한 시장이 사회적 공익과 공동체 생활의 규범으로 인정되어서도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전문 '민주노동당,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번 총선이 가져올 여러 변화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국회 진출이 될 것이다. 선거 결과를 봐야겠지만 각종 여론조사상 민노당의 의석 확보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10석 안팎의 약진을 이룰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민노당의 원내 진출은 좌파의 제도권 진입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안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좌파 세력의 성장과 팽창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의사가 제도권 정당에 의해 대변돼 정치에 투입되지 못한다면, 그만큼 한국 정치의 안정성이 외부 요인에 의해 동요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달라졌다면 민노당은 국회 밖에서 책임 없이 목소리를 높이던 때와 달리 이제는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강령과 정책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민노당 강령은 우리나라를 독점재벌의 민중수탈 사회로, 모든 사회문제는 자본주의 탓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기본 시각에서 나온 정치·경제·외교 등 세부 강령은 지구상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구(舊) 사회주의 체제를 연상케 하고 있다.

민노당 경제 강령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사적 소유권 제한, 생산수단 사회화, 대기업 소유주 지분 강제 유상 환수와 재벌 해체, 대다수 토지의 국유화를 실시하고, 노동자 농민이 중심이 되는 경제정책위원회가 국민 경제를 기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립 경제로 전환해 무역과 자본 이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외국 기업의 투자도 자주 경제에 방해되지 않도록 간접 통제한다는 것이다. 기술도입료 등 외국 지적재산권 사용료 지출, 외국 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 등에도 극히 부정적이다.

이런 민노당 강령에 따라 나라가 운영될 경우 우리나라는 경제적·외교적으로 세계의 고아 국가가 돼 얼마 못 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민노당 통일 강령은 지금의 한반도 위기는 북의 핵개발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북한 적대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한·미 군사조약 폐기와 주한미군 감군 및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연방제 방식 통일도 수용하겠다는 민노당 강령에는 최악의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민노당 외교·국방 강령은 비동맹 자주 외교와 함께 국방비를 4분의 1로 감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면서 엄청난 돈이 드는 군의 첨단화도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민노당의 노동 강령과 교육 강령에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제도권 밖 소수자 시절의 무책임한 극단 논법이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다.

물론 우리 사회에 민노당과 같은 목소리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 같은 강령을 실현시키기 위해 실질적인 권력을 추구해 나간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지금 민노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민노당의 이런 강령을 지지한다기보다는 기존 정당에 대한 환멸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민노당의 책임 있는 변화를 바란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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