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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재밌다"…요즘 인터넷은 '정치의 바다'


 

"요샌 정치가 드라마보다 재밌어요." "예전엔 국회의원 이름도 제대로 몰랐는데 이제는 관심이 많아졌어요."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터넷을 통한 미디어 선거의 영향이다. 정치가 인터넷을 만나면서 딱딱한 엄숙주의가 자취를 감추고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하던 네티즌들이 정치를 재미있게 즐기고 참여하려는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 정치에 냉소적이던 네티즌들이 그 어느 때보다 투표열기가 높아졌다.

하지만 정작 정치인들은 인터넷에 대한 몰이해로 넷심(心)을 사로잡는데 어려움을 겪는 상반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 관련 사이트 방문자 급증

정치에 대한 관심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탄핵 직후 정치 관련 사이트의 페이지뷰가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인 지난 3월 15일 웹사이트 분석 업체인 메트릭스(www.metrixcorp.com)가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딴지일보의의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전 주에 비해 100% 안팎의 방문자수 증가율을 보였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페이지뷰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www.naver.com)는 2월부터 현재까지 하루 평균 페이지뷰가 매달 20%씩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네이버 홍보팀 노수진씨는 "총선 특집 페이지뷰는 3월에 비해 4월에 1.8배 성장하는 등 네티즌들의 발길이 총선에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20~30대의 젊은층은 단순히 뉴스나 정치 사이트를 찾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함으로서 정치를 '즐기기'고 있다. 대표적인 형태가 각종 패러디물들이다.

◆정치패러디 '인기'...총선 벨소리도 나와

하지만 지난 3월 탄핵 정국 이후에는 패러디의 대상이 연예인에서 정치인들로 바뀌었다. 민주당 조순형대표, 추미애 의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등 정치인을 등장시킨 아마추어 패러디 사진이 하루에도 몇십장씩 올라온다.

디씨인사이드는 지난 1월 4일부터 미디어다음(media.daum.net)과 함께 '디시폐인들이 또다시 세상을 흔든다'라는 이름의 총선 관련 패러디 공모전을 펼치고 있는데 9일 현재까지 2천건에 가까운 작품들이 올라왔다.

라이브이즈닷컴(www.liveis.com)은 처음부터 정치패러디를 표방한 사이트다. 이곳의 '의병대장간'이란 코너에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올린 패러디 사이트가 수시로 올라온다. 지금까지 700건 이상 등록됐으며 조회수만도 건당 3천건에 달한다.

디씨인사이드나 라이브이즈닷컴의 재미있는 패러디 사진은 네티즌들이 포털과 유머사이트들에 여기저기 '퍼다가' 옮겨 수만, 수십만명이 보게 된다.

패러디는 사진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에는 최근 정치풍자 만화와 노래 등 각종 콘텐츠도 급증했다.

민중가요 작곡가 출신의 윤민석씨가 운영하는 송앤라이프(www.songnlife.com)는 총선과 관련한 음악과 벨소리 등을 제작해 인터넷에 유포하고 있다. 최근에 이곳에서 만든 '투표부대가'가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으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패러디 사이트의 방문자도 급증하고 있다. 랭키닷컴(www.rankey.com) 조사 결과 라이브이즈닷컴은 탄핵 이슈가 있었던 3월 2째주(3월 14~20일) 하루 평균 방문자가 8만 6천명까지 늘었다. 미디어몹의 하루 방문자도 3월 첫 주에 2만9천명이던 것이 3월 마지막주에는 7만2천명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홍보에 적극적이다.

'누가 숲속의 왕이 될까요' 등 인터넷 선거 동화를 제작하는가 하면 보이스모바일, 벨소리다운로드, 게임마당, e카드 등 각종 콘텐츠를 만들어 유포하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 인기를 얻었던 '엽기송'을 패러디한 '찍어송'과 '투표송', '4.15송' 등 노래도 나왔다.

정치 관련 사이트 일평균 방문자수 (랭키닷컴 제공)
적용 주라이브이즈닷컴딴지일보미디어몹
3월1주(3/7~3/13)49,935163,45229,386
3월2주(3/14~3/20)86,486201,20265,997
3월 3주(3/21~27)67,450339,97153,897
3월4주(3/28~4/5)36,935245,25872,414

◆연예인 못지않은 정치인 인기

사이버 공간에서 정치인들이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특이할 만한 사항이다. 최근 몇 달 사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서 정치인들이 급속히 위로 올라왔다.

엠파스(www.empas.com) 검색 순위에서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는 탄핵 이전인 2월2주(2월 8일~14일)에 2만 631위였으나 3월2주에는 52위로 한 달만에 2만579위 상승했다. 한나라당의 전여옥 대변인도 같은 기간 3만4천969위에서 8위로 급상승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네티즌들에게 가장 확실히 이름을 알린 사람은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사무총장일 것이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노회찬 사무총장은 검색순위가 3월2주까지 18만9천507위였던 것이 이른바 '노회찬 어록'이 뜨면서 한 주만에 67위로 상승했다.

이외에도 정동영, 유시민, 최병렬, 조순형, 추미애, 홍사덕, 박관용 등 정치인 이름이 높은 검색순위를 보이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도 네티즌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네이버의 경우 정치게시판과 총선 페이지의 게시판에는 하루에 6천건이 넘는 게시물들이 올라오며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미디어다음의 정치토론방에도 하루에 4천~5천건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모바일기업들 "총선열기 비즈니스에 활용하자"

젊은층의 정치 관심을 기업들이 그냥 놓칠 리 없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달 하순부터 4.15 총선을 겨냥한 정보서비스에 뛰어들면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휴대폰을 통해 출마자의 사진, 학력, 경력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총선 속보도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선거 전날(14일)까지 '선택!17대 총선' 이라는 이름으로 출마자 정보와 함께 실시간 뉴스속보, 선관위 정보 등과 총선퀴즈, 투표율 점치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텔레콤은 무선인터넷 이지아이를 통해 지난 3월30일부터 총선 서비스에 돌입했다. 출마자 프로필, 지역구, 정당으로도 검색이 가능하고 지역구, 주요경력 등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KTF는 중앙선 거관리위원회와 함께 유무선인터넷 사이트 '모바일 스테이션'도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 스테이션에서는 탤런트 장나라, 가수 비의 휴대폰 캐릭터와 투표송(song) 벨소리가 무료로 제공된다.

무협 온라인게임 디오(d.o)을 개발하고 있는 씨알스페이스는 선거포스터를 패러디한 게임포스터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포스터는 이 회사 정철화 사장이 직접 모델로 참여해 '선거참여'와 각종 게임과 관련한 '공약'을 내걸고 있다.

◆정치인 홈페이지는 '썰렁'

이같은 네티즌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무색케 할 정도로 정작 총선 후보자 등 정치인들의 홈페이지는 썰렁하기만 하다.

이번 17대 총선 강동구갑 지역구에 출마한 한나라당 김충완 후보가 지난 2월 23일 홈페이지에 올린 '출마의 변'을 읽은 사람은 55명이 불과하다.

서울 노원을 지역구에 출마한 열린우리당 우원식 후보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지난 8일 하루동안 5명만이 글을 남겼다. 인터넷 선거다 해서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웹사이트를 만들었지만 하루 방문자가 5명도 안되는 사이트도 부지기수다.

한 일간지의 여론조사에서도 인터넷 등 뉴미디어를 통해서 후보자를 알았다는 응답은 전체의 7%에 불과했다. 인터넷에서의 뜨거운 정치에 대한 관심에 비해 정작 후보자들의 인터넷 활용도는 현격히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치 커뮤니티 사이트인 포스닥(www.posdaq.co.kr) 신철호 사장(전 민주당 CIO)은 "전체 네티즌중 정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는 비중이 아직 적을 뿐더러 정치인 홈페이지에는 홍보물 밖에 없어 볼 게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후보자들의 인터넷 홍보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희 사이버대학교 민경배 교수는 "단지 홈페이지만 만들어 놓고 방문자들이 오기만을 앉아서 기다리는 것은 오프라인에서 선거사무소만 차려놓고 유권자를 기다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엄숙주의는 가라, 지금이 정치 혁신의 기회"

인터넷에서 정치를 소재로 한 각종 패러디와 노래, 유머 등이 유행하고 정치 게시판이 뜨겁게 달아 오는 것은 인터넷이 가진 특성에서 비롯한다. 인터넷 자체가 감각적이고 활동적이기 때문이다.

민경배 교수는 "요즘 선거가 미디어 중심으로 옮겨지고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인터넷 인프라가 발달돼 있어 인터넷을 통한 정치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딱딱했던 정치문화도 인터넷에서 감각적인 요소가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모처럼 국민들의 이러한 정치참여 욕구를 억제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이용해 정치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동안 '엄숙주의'에 빠져있던 정치가 이제 일반 국민들의 생활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신철호 사장은 "정치가 소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인터넷 패러디든 게시판이든 국민의 관심으로 보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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