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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를 보면 정당이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 후보외에도 지지 정당에 투표하는 '1인 2표제'가 실시된다. 정당이 받는 득표율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뽑는 거다.

'1인 2표제'에 대한 기대감은 비례대표 경쟁률을 높였다. 56명을 뽑는데 14개 정당에서 총 190명의 후보자를 낸 것. 3.4대1로, 지난 16대 총선의 3.0대 1보다 높다.

열린우리당(51명), 한나라당(43명), 민주당(26명), 민주노동당 (16명), 자민련(15명) 등 눈에 익은 정당외에도, 한국기독당(14명), 가자2080(6)과 녹색사민당(6) 국민통합21(4명), 노익권익보호당(3명), 구국총연합(2), 공화당(2), 사회당(1),민주화합당(1) 등이 대거 후보를 내기도 했다.

비례대표 후보는 국민이 직접 인물을 선택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4월 15일 어떤 정당에 투표하느냐가 17대 국회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후보들은 사실상 정당을 이끄는 리더들이어서, 면면을 보면 각 당이 내세우는 정책의 방향성도 가늠할 수 있다.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4당의 비례대표를 들여다 보자.

1번은 여성이 차지

이번에 동록한 전체 비례대표 후보자중 여성은 91명. 전체의 47.9%에 달한다.

게다가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은 여성에게 1번을 줬다. 학자 출신이냐(한나라당) 시민운동가냐(민주당), 여성장애인운동가냐(열린우리당), 노동운동가냐(민주노동당)는 다르지만 모두 여성이다.

한나라당 1번은 김애실 교수. 국내 최초의 여성경제학 박사 1호로 한나라당은 그를 통해 경제정책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 1번은 손봉숙 한국정치연구소 이사장. 민주당은 입당한 지 보름도 안된 그에게 1번을 줬다. 성북을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던 사람을 설득하면서 까지. 어려운 시기 동참해준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고, 신선한 이미지로 지지도를 만회해 보겠다는 거다.

열린우리당 1번은 1급 중증장애인인 장향숙 전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 생후 1년 만에 소아마비에 걸려 학교조차 다닐 수 없었던 장씨를 내세워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동당 1번은 심상정 당대회 부의장. 전국금속노동조합 사무처장을 지낸 그는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노동자와 농민, 여성을 생각하는 민노당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어떤 사람이 우선순위?

보통 정당이 정당득표율에서 13%이상 얻으면, 순번 10번까지 국회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우선 순위를 받은 사람은 중요하다.

한나라당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정화원 시각장애인연합회 수석부회장. 공식 발표 전에는 명단에 없었다. 한나라당은 정씨를 통해 장애인 표와 당 이미지 쇄신을 꾀하고자 한다.

전여옥 당 대변인은 7번을 받아 대변인 수락시 비례대표를 받기로 했다는 소문을 입증한 셈이 됐다. 송영선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 소장은 안보전문가라는 이유로 '무조건 이라크 파병론자'라는 비난에도 불구 5번을 받았다.

민주당에서는 손봉숙씨와 함께 탄핵정국 속에서 입당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2번을 줬다. 유명인사로 총선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주목되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일 의원에게 4번을, 네티즌 비례대표인 박갑도씨에게 10번을 준 것. 햇볕정책과 인터넷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를 알리기 위해서다.

열린우리당은 홍창선 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을 2번,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과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를 각각 3, 4번에 배치했다. 경선을 통해 선출된 여성•남성 후보 중 이경숙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박명광 전 신당연대 공동대표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으며 5번, 12번에 올랐다.

정동영 의장의 순번은 22번으로 결정됐고, 박영선 대변인은 여성 전략후보로 9번에 이름을 올렸다.

민주노동당에서 관심인물은 2번을 받은 단병호 전 민주노총위원장과 6번을 받은 강기갑 전농 부의장, 9번의 대학생 후보 이주희씨. 노동자, 농민, 대학생에 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 이주희씨는 최연소 비례대표 후보이기도 하다.

선대위원장인 천영세 부대표는 4번에,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탄핵정국에서 스타로 떠오른 노회찬 사무총장은 8번이다.

전문가가 다수.. 교수, 학계가 많아

한나라당 비례대표 중 교수는 총 10명. 현재의 판세로 안정권인 22번까지만 봐도 8명에 달한다. 압도적인 숫자다.

박세일 선대위원장은 "정책전문가는 한 사람만으로는 되지 않기 때문에 패키지로 공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1번을 의식해서 시각장애인이 8번을 받았으며, 투쟁적 노조운동을 비판해 왔던 배일도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도 공천했다.

민주당은 경제살리기와 김대중 대통령 시절 국정 운영에 참여했던 사람이 중심이다. 3번에 이승희 대변인, 4번에 김홍일 의원, 김송자 전 노동부 차관과 장재식 의원이 5번과 6번에 각각 배정됐다.

김강자 전 총경이 7번, 박강수 전 배재대 총장이 8번을 받았다.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는 정치인, 장차관•관료, 학계 출신이 각각 7명, 6명, 5명으로 몰려있다. 여성•장애인 등 소수계층과 노동•농민, 문화•예술 분야에도 골고루 배치했다.

청년•여성•장애인 층과 노동계에 각각 4명씩을 뽑았고, 문화•예술계 출신 인사도 2명을 선정했다. 언론인 출신이 4명, 의학계에 3명, 법조계에 2명이 각각 비례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민노당 비례대표는 다양한 직업과 연령이 특징이다.

일생을 노동운동에 헌신했던 단병호씨나 최순영씨(전 YH 노동조합 위원장), 김미경씨(전 대교 학습지 비정규직 노동자), 전국빈민연합 부의장 장봉주씨, 전농 부의장 강기갑씨가 참여했다.

감사원 감사관 시절 삼성 등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감사중단을 폭로해 구속파면됐던 이문옥씨나 소설가 송영아씨, 한총련 의장 출신이자 반미넷 대표인 정태홍씨도 눈에 띈다.

비례대표 선정의 기준은

한나라당은 비례대표 선정시 '호남3석, 전원신인, 여성 50%'의 3가지 원칙을 세웠다. 기본 3가지 원칙에 입각해 비례대표를 선정하고 '전문정책가'를 뽑는데 주안점을 뒀다.

한나라당이 가장 주력하는 정책은 경제정책으로 경제학과 교수가 1번과 3번에 배정됐다. 그러나 호남3석 원칙의 경우 안정권 안에는 단 한 사람 밖에 배정하지 않아 말로만 내세웠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등록일까지 전개됐던 당 내분으로 선정기준이 모호하다.

추 의원의 선대위측은 "비례대표 선정 기준은 경제살리기와 햇볕정책 계승,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한 여성 후보와 40대 젊은 후보를 중심으로 했다"며 40명을 선정했지만, 조대표측이 무효를 선언한 거다.

그러면서 선대위가 6번으로 밀었던 황원탁 전 한미연합군 사령부 육군소장(부참조장)은 빠지게 됐다. 선대위에서 그는 6.15 남북 정상회담때 김대중 대통령을 배석하는 등 햇볕정책의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받았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대표는 "비례대표 선발에 있어 각 영역•직능 대표성을 가진 인사를 선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지명도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지역은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며 "지역주의는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사례가 급증하면서 상처를 입기도 했다.

당원 직접 투표로 비례대표를 선정한 민노당 지도부가 내세우는 선정기준은 없다.

후보들이 전국을 돌며 당원을 대상으로 정책을 설명하고 5만 당원이 직접 지지도를 투표해 순번을 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홀수번 여성배정과 짝수순번의 남녀구분 철폐', '1인4표제(여성명부 2표, 남녀구분없는 일반명부 2표제)'를 도입, 여성의 정치 참여 기회를 확대한 게 눈에 띈다.

뒷이야기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선정은 그야말로 난산이었다. 박근혜 대표가 뽑히기도 전에 최병렬 전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위를 구성하는가 하면 새로 구성된 공천위는 당직자를 배정에서 빼 버려 중앙위원회의 거센 반발에 부딛혔다.

게다가 확정된 명단으로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받지 못하고 공천심사위원이었던 이영란 교수를 명단에서 삭제하고 시각장애인인 정화원씨를 추가하는 등 발표 직전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민주당은 더 심했다. 사상 최초의 네티즌 비례대표 선출은 공정성 논란으로 곤혹을 치뤘으며, 지도부간 갈등으로 웃지못할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등록 마감일까지 내분이 계속돼 비례대표 명단을 제대로 접수할 수 없었다. 조대표가 이끄는 비대위가 독자 명단을 만들고 추의원 측과 협의하려고 시간을 지체하면서, 제출한 44명의 명단중 27명에 대해서만 접수가 이뤄진 거다.

시간에 쫓겨 후보 등록 서류를 제대로 못 갖췄기 때문이다. 선관위 심사결과 1명이 더 빠져 민주당의 후보는 26명만 등록됐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29일 당 내외 인사로 구성된 선거인단 194명 중 146명이 투표한 가운데 비례대표 순위를 확정했다. 그동안 당 지도부가 일괄적으로 후보를 선정하던 방식에서 탈피, 민주적 절차를 도입했다는 데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전략후보 선정과정에서 잡음이 이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경숙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가 전략후보 명단에서 빠지고, 민주당에서 탈당한 조성준 의원이 포함된 점에 대해, 개혁당 출신 의원들이 반발한 것.

당 지도부는 곧바로 표결을 실시해 조 의원을 탈락시켰지만, 전략후보자 성비 불균형 등의 문제점은 그대로 덮어 버리고 말았다.

당원 직접 투표로 비례대표를 뽑은 민주노동당은 후유증이 없었다. 오히려 경선 개표과정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 하면서, 축제같은 분위기였다.

권영길 대표는 "비례대표를 직접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 것은 한국 정당 중 최초"라며 비례대표 직접선거의 의의를 강조했다

김종철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선출은 역사상 최초로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 전원이 참가하는 축제"라며 "가장 깨끗하고 모범적으로 비례대표 경선을 치뤄 한국정치사에 이름을 남겼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함정선 기자 mint@inews24.com권해주 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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