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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촛불집회, '보수단체와 충돌' 아슬아슬


 

27일 '대통령 탄핵반대'를 규탄하는 마지막 촛불집회와 보수단체의 '탄핵 찬성' 집회가 광화문 네거리 맞은 편에서 동시에 대규모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의 돌출행동이 있었다면 순식간에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큰 불상사는 없었다.

그러나 집회가 막 시작되던 오후 5시 무렵 동화면세점 앞에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양측 시민들간 '빈주먹'이 오가는 충돌이 있기도 했다.

'×새끼 죽이겠다'는 등의 욕설이 난무했던 것은 뻔한 상황. 보수단체의 시위에 참여했던 한 시민은 촛불시위 관련 전단지를 나눠주던 학생들에게 "애들이 뭘 알어? 가서 공부나 해라. A학점 받지 못한 놈은 나오지도 마"라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

경찰은 40여개 중대 경비인력 5천여명을 광화문 일대에 배치하고 양측 시위장 주변을 경찰버스로 에워싸 불미스런 충돌을 막았다.

◆ '촛불집회'와 '탄핵찬성' , 양측 집회 동시 개최

'탄핵 찬반'을 놓고 벌어진 양측의 시위는 여러 면에서 대조된 모습을 보였다.

'탄핵 반대' 촛불시위에는 대략 7만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한 가운데, 종각방향 8차선 도로에 질서정연하게 앉아 진행됐다.

반면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에는 1천∼2천명 가량이 참여했으며, 다소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촛불집회는 대형트럭 두 대를 붙여 무대를 만들고, 양 쪽에 12대 씩의 스피커를 매달은 크레인 두 대를 배치했다. 그러나 길 건너편 집회에선 소형 용달로 만든 무대와 함께 서너 대의 스피커가 전부였다.

찬성 집회 측 진행자는 "내일(28일) 오후 2시 집회엔 지금보다 50배는 많이 모여서 저 어린 철부지들의 기를 꺾어놓자"고 외쳤다.

'탄핵 반대' 촛불시위 주최측에서는 이날 집회를 문화행사로 이끌어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안전제일' 테이프로 시위장과 통행로를 구분하며 질서유지에 신경썼고, 취재진도 한 쪽 귀퉁이에 몰아놓고 통제했다.

무대에선 촛불집회의 단골 사회자 권해효씨가 진행을 맡은 가운데 육각수 밴드, 안치환 등 대중가수는 물론 한국예술종합학교 풍물패와 일반 노래패도 여럿 등장했다.

탄핵 찬성 집회에선 "불법 촛불시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고, 2주일 넘게 광화문 집회를 방치한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허성관 행자부 장관의 퇴진도 요구했다.

무대엔 탄핵을 찬성하는 단체의 인사들과 시민들이 연이어 올라와 연설을 했으며, "문화행사 필요없다. 이 집회가 진정 애국이고, 애국이 곧 문화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촛불시위 측과 달리 보수단체의 집회에선 상대편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무현 홍위병들이 광화문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거나 "엊그제 불미스런 일(영부인 비하 발언)을 인정한다. 그런데 언론에서 명계남이 ×××라고 한 건 왜 빼는가?"라며 억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 양측 선거·정당 관련 발언 난무

이번 시위를 놓고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 칼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가운데, 양측 시위에선 각 정당과 선거 관련 발언이 난무했다.

촛불시위 진행 중 무대에 오른 한 인사는 "차떼기 당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표를 달라고 하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깨끗한 진보야당'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아줌마'들을 대표해서 오른 한 주부는 "추미애가 노 대통령을 노무현이라고 하니 나도 추미애라 하겠다"며 "조순형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데 다 똑같은 인간들이다"라고 민주당 내분사태를 비난하기도 했다.

보수단체 시위에선 한 술 더떠 '이회창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의 대표가 무대에 올라 "노무현 찍었던 사람들이 후회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열우당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선동했다.

국가정보원(옛 안기부)에서 수십 년 간 근무했다는 한 인사는 "김정일 사진이 비에 맞았다고 울부짖는 기쁨조와 탄핵 가결됐다고 울부짖는 열우당 의원들이 똑같더라"는 말을 서슴치 않고 내뱉었다.

그런가 하면 "이번 4·15 총선일은 김일성의 생일날이다. 총선이 김일성 생일 축하파티가 돼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인사도 있었다.

◆ 대규모 촛불집회, 당분간 없을 듯

양 쪽 시위장을 지나는 일반 시민들은 다소 불만 섞인 표정을 지어보였다.

회사원이라고 밝힌 한 40대 남성은 "일반 시민이 많이 왕래하는 거리에서 통행도 불편할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체증도 말이 아니다"라며 시위 자제를 촉구했다. 한 여대생은 "양 측 감정이 정말 격앙돼 보이는데, 이러다가 집단 패싸움이 벌어지는 건 아닌지 불안하고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광화문 일대 시위장에서 다소 떨어진 코리아나 호텔 앞에선 '중립이를 찾아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지나치게 한 쪽으로만 쏠린 탄핵관련 집회를 거부하는 1인 시위자의 모습도 보였다.

한편 탄핵무효 범국민행동은 촛불집회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탄핵무효에 대한 전국민적 의지가 확인된 만큼 이제 더이상 대규모 집회는 열지 않겠다"고 발표, 탄핵 관련 시위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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