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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주] '정치 네티건'이라굽쇼?


 

'총선을 앞두고 정치 네티건들이 판을 치고 있다'?

'3·12 탄핵안 가결' 이후 여러 보수 언론이 사이버 상에서 '정치 네티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네티건'이란 네티즌과 훌리건을 합쳐서 만든 사이버 신조어. 훌리건은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패거리들을 일컫는 말이다.

'정치 네티건'에 대해 보도했던 언론들은 온갖 욕설과 비방, '도배질'로 게시판을 더럽히는 무리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사이버 훌리건'들이 야당 의원 홈페이지나 관련 사이트에 '테러'를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상황판단을 잘못한 것이다. 적어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한 네티즌의 행동을 '훌리건'에 비유한 것은 확실히 그렇다.

예를 들면 대학 서열을 놓고 '어디가 더 좋네' 하며 되지도 않는 논리를 마구잡이로 배설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가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잘못을 지적하거나, 잘한 것을 추켜세우는 일을 두고 훌리건과 비교하는 건 무지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일본과 독도 영유권 분쟁, 중국의 역사 왜곡, 이승연 위안부 누드 등 명백히 정당치 못한 일에 대한 네티즌의 의사 표출을 훌리건에 빗댈 수 있는가? 이를 두고 보수 언론이 그렇게 비판한 적은 확실히 없다.

'3·12 의회 쿠데타' 사건도 마찬가지다. 절대다수의 국민과 네티즌이 반대하는 탄핵 소추안을 야당이 막무가내로 통과시켰다.

따라서 네티즌의 '사이버 시위'로 탄핵을 주도한 의원의 홈페이지가 너덜너덜 걸레가 되는 건 그야말로 193명 의원의 '자업자득'이라 해야 옳다.

물론 사이버 상에서 허위 사실과 비방으로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의원이나 당에 테러를 가하는 '정치 네티건'도 있다. 허나 이런 부류를 말하는 데 있어 '탄핵 사건'에 대한 여파까지 그 범주에 넣는다면 합리적이지 않다.

끝으로 사이버문화연구소의 김양은 소장에게 자판을 넘긴다.

"기성세대는 표현보다 생각을 강요당했었는데, 요즘 네티즌은 겉으로 보여주는데 익숙하다. 이들은 다양한 표현 방법과 열린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의 형성을 주도하는 잠재력 있는 집단이다.

네티즌의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성향을 문제삼기도 하는데, 오히려 이런 면 때문에 기성세대가 조심스러워 했던 부분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이룰 수 있다. 단지 욕설이 난무한다고 해서 이를 훌리건으로 몰아세우는 건 그들의 가능성을 비하하는 것이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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