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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맞아 '反네티즌(?)' 사이트 뭇매


 

탄핵과 총선이 겹치며 정국이 요동치자 네티즌의 '사이버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반대 정치인에 대한 '사이버 시위'도 거세다.

이에 따라 매일 뭇매를 맞는 단골 사이트도 속출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처럼 네티즌의 사이버 정치 참여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가 기관의 공식 사이트를 비롯해 네티즌의 요구에 반하는 정치인 사이트가 대표적인 '사이버 시위' 장소다.

그런가 하면 오보로 인해 애꿎게 질타를 받는 피해 사이트도 있다.

일단 '사이버 시위'가 시작되면 사이트 관리자들의 손끝에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관리자가 글을 지우고 또 지워보지만, 네티즌들의 인해전술을 당해내기는 힘들다. 이쯤 되면 웬만큼 규모 있는 홈페이지가 아니면 '서버 점검'이란 팻말을 걸고 사이트 문을 걸어 닫아야 할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네티즌의 발목을 잡지 마라

사이버 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선관위와 사이버 수사대는 단연 '사이버 시위'의 타깃 1호다. 특히 선관위는 총선과 더불어 이번 탄핵 정국에 원인 제공을 했다는 인식 때문에 네티즌들이 대규모로 몰려들고 있다.

선관위 자유게시판에는 "시대에 뒤떨어졌다", "중립을 지켜라", "탄핵하겠다"는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 22일 한나라당 총선후보 한선교씨가 사회를 본 MBC TV토론회와 관련, 선관위의 미온적인 대응을 질책하는 글도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 상의 범죄를 다루는 사이버 수사대도 '펌글', '패러디 동영상' 등의 자유로운 이동에 인색하다는 이유로 네티즌들의 항의를 종종 받는다.

최근엔 모 패러디 작가가 라이브이즈(www.liveis.com)에 작품을 올렸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사이버 수사대의 조사를 받자, "선처하라"는 글이 대거 올라오기도 했다.

'사이버 수사대'라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주요 업무 대상이 아닌 촛불집회, 탄핵 등과 관련해 엉뚱하게 몰매를 맞는 일도 많다.

이밖에 경찰청도 네티즌이 주도한 촛불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해 빗발치는 비난에 맞닥뜨려 있다. 네티즌은 "누구를 위한 경찰인가", "역사의 흐름을 막지 말라", "낡은 집시법 10조 개선해야 한다" 등의 의견으로 경찰청 홈페이지를 때리고 있다.

◆정의에 반하는 자, 네티즌의 적!

요즘 네티즌은 보수냐 진보냐, 색깔이 어떠하냐 보다는 정의·반정의에 더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탄핵 정국에서 상당수의 네티즌이 '친노무현'과 관계없이 탄핵의 부당성만으로 야당 관련 사이트를 뒤흔들고 있다.

'탄핵'이 아니었다면 네티즌이 진보와 보수 어느 진영만을 강타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 사실. 현재 노무현 대통령을 반대하는 '짱노'(www.zzangno.com)가 특별히 진보·개혁 진영의 공격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반면, 그동안 네티즌들은 '독도 영유권 분쟁', '위안부 누드' 등 정의가 어느 쪽인지 확실히 구분되는 사안에 대해선 결코 침묵하지 않았다.

정의롭지 않은 것에 대해 네티즌이 집단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두고 '사이버 훌리건'이니 '네티건(네티즌+훌리건)'이니 비판하는 언론들이 있었지만, '반정의'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는 여전히 높다.

이런 정황을 봐서 알 수 있듯 총선·탄핵 정국과 관련 한나라·민주당 의원들의 홈페이지와 '친야당' 관련 사이트들은 그야말로 수난을 겪고 있다.

최병렬, 홍사덕, 조순형 등 대표적 야당 의원들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겉으로는 아무 일 없어 보인다. 이들 후보를 지지하는 의견과 '탄핵안 가결'·'물의 발언' 등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들 사이트의 관리자들이 게시글을 '검열'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무단 삭제에 항의하는 글이 종종 보인다는 점이 이를 짐작케 한다.

네티즌들의 융단폭격에 관리자가 '패트리어트(요격 미사일)'를 발포해 보지만, 물량 면에서 감당해 낼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최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홈페이지는 폭주하는 게시판 글 때문에 며칠 째 서비스가 정지됐다가 24일에야 겨우 다시 열리기도 했다.

이 같은 네티즌들의 '반정의'에 대한 분노는 '추다르크'(www.chudarc.or.kr)나 '좋은나라닷컴'(www.okjoeunnara.com) 등 야당 관련 지지 사이트에도 똑같이 표출됐다.

◆"나 지금 맞고 있니?"...엉뚱하게 당하기도

네티즌들은 충격적이거나, 재미있거나, 정의롭지 못한 일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한다. 습자지에 떨어진 먹물 한 방울이 순식간에 번지듯, 잘못된 정보로 인해 엉뚱하게 테러를 당하는 사이트가 종종 나타난다.

지난 '김병현, 기자 폭행(?)' 사건 땐 굿데이 신문사와 계열사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미디어칸(www.khan.co.kr)이 당했다.

또 '위안부 누드' 사건으로 네띠앙 엔터테인먼트 측과 애매하게 연결된 네띠앙(www.netian.com)이 두들겨 맞기도 했다.

이번 총선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밤 방영된 'SBS 대토론'에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YTN 제작부주간'을 지냈다고 잘못 소개되면서 YTN 시청자 게시판은 한바탕 골머리를 앓았다.

"YTN 실망이다"라는 글이 수백 여건 게재됐던 것. 이에 YTN 측은 "MY TV 제작부주간을 지낸 이력이 와전된 것"이라며 "곧바로 SBS측에 강력 항의를 했고, 정정보도도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태가 수습되기까지는 일주일 여가 걸렸고, YTN은 한 차례 홍역을 감당해내야 했다.

지난 13일 밤 KBS '심야토론'에 출연한 박상희 의원은 "지금 20대∼30대는 분별력이 떨어져요"라는 등의 발언을 해 엉뚱하게 (주)미주금속(www.mijoo.co.kr) 사이트가 공습을 받게 했다.

네티즌은 이 사이트가 박 의원이 경영하는 자동차 부품 회사 미주금속(주)로 오해하고 '사이버 테러'를 가했지만, 사실 '진짜' 사이트(www.emiju.com)는 폐쇄된 상태였다.

영문도 모르고 네티즌의 비난을 받아들여야 했던 (주)미주금속은 "박상희 의원의 회사와 전혀 관계가 없는 회사다. 이름만 같을 뿐이다"라며 홈페이지를 통해 해명을 해야 했다.

◆'네티건' 이미지는 백해무익

단지 '입장·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이버 테러를 가하는 것처럼 얻을 바 없이 힘 빼는 일이 없다는 것이 사이버 문화 전문가들의 통론이다.

이는 현 총선 시점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 또는 정당이라 해서 집단적으로 테러를 가하고, 욕설로 '도배질'을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기 십상인 것.

사이버문화연구소의 김양은 소장은 "요즘 네티즌의 자유분방한 의사 표출을 '훌리건'과 연결시키는 것은 문화·세대 차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감정적 언사를 자제하지 못한다면 자칫 비판하려던 쪽의 당리당략에 이용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선거법 위반글이나 도배글에 대해선 삭제요청에 그치지만, 비방·흑색선전 등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선 즉각 검찰 고발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선관위는 24일 특정 후보와 정당을 수 차례 비방한 네티즌에 대해 '통신자료제출요구권'을 최초로 발동하기도 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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