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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박근혜 대표를 향한 고언


 

세상이 바뀌었다. 3공화국과 5공화국의 독재자는 물론이고 'YS' 'DJ' 'JP' 등 이른바 '3金'마저 현실 정치에서 힘을 쓸 형편이 아니다.

과거 '정치9단'이 이끌던 정치는 이제 역사속으로 묻혀가고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金 정치를 끝내겠다고 나선 여러 정치인도 '정치적 생명'을 다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표적이다. 이인제 자민련 고문, 정몽준 의원도 한 때의 영광을 다시 회복하기 힘들어 보인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을 비롯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그리고 민주당 선대본부장으로 추대된 추미애 의원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3金을 대체할 '신(新)정치9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정치인만 바뀐게 아니라 정치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30년 이상 지속된 한국정치의 틀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과거 한국정치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나를 따르라式'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고 권력으로 모든 게 집중됐다. 제왕적이다. 그로 인한 문제는 새삼 논할 필요마저 없다. 돈 공천, 뒤이은 기업 불법자금 수수, 독단적인 당 운영…. 이런 구조를 지탱하고 키운 건 두말할 것 없이 망국적 지역감정이다.

정치인은 국민에 지역감정을 불어넣고, 그 지역감정을 무기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키워, 국민을 향한 눈도 귀도 막아버렸던 것이다.

이런 정치 폐악은 '탄핵 정국'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했는데도, 정치권은 대통령 탄핵을 강행했고, 그로 인해 거센 역풍을 맞았다. 역풍은 생각보다 거셌고, 정치 판도를 '혁명적'으로 바꾸어버렸다. 그런데도 야당들은 아직도 "구국적 결단"이라 강변한다.

눈물겹게 외친 '구국적 결단'은, 그래서 국민이 빠진 그들만의 것이다. 사실 정치권 또한 이를 아예 모르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이 최 대표를 바꾸고, 민주당이 추미애 의원을 단독 선대본부장으로 추대한 것을 보면, 정치권도 국민의 열망에 아예 귀를 막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탄핵을 주도한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 물러나고,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선거의 중심에서 빠졌다고 해서, 과거 행태가 본질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변화라기보다 임기응변처럼 보인다.

그 점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것이다.

그는 당 대표로 선출되자마자 '불법자금'으로 얼룩진 호화 당사를 떠나 24일 '천막당사'로 옮겼다. 그 전에 열린우리당이 똑같은 이유로 '쥐가 드나드는영등포 당사'로 옮긴 것과 비슷한 조치다.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차떼기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자는 의도겠다.

이는 분명히 희망적인 일이다. 부정부패를 줄이겠다는 박 대표와 한나라당의 결연한 의지에 국민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국민의 소리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구국적 결단'이라는 '정치적 일관성'보다 더 소중한 것은 국민의 소리다. 국민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정치인을 국민은 기다리고 있다.

이 점에서 국민은 탄핵을 철회하는 박 대표의 용기를 보고 싶어할 것이다. 수없이 들어온 정치인의 '구국적 결단'보다, 국민 앞에 진정으로 머리 숙이고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며 고칠 줄 아는 정치인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래도, 국민의 소리가 들리지않는다면, 아까운 시간 할애한 민생투어보다, 인터넷 서핑을 먼저 권한다. 인터넷은 '현대판 신문고'다.

국민의 '분노'를 푸는 길은 현실적으로 그 길밖에 없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에게도 역할이 있다. 박 대표에게 퇴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최근 급등한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어부지리인 측면이 있다는 점은 정 의장도 시인하는 대목이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제 대승적 정치력이 필요할 때다. 잠시 정치공세를 멈추고, 박 대표에게 정치적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

국민은 여당과 야당이 균형을 잡고 견제 속에 발전하기를 바랄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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